[비즈한국]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앞역 일대가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역세권 시프트) 건설을 둘러싸고 들썩이고 있다. 원효로1가에 이어 효창동 일대도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 방식으로 고층 아파트 단지 조성에 나선다.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은 용적률을 크게 완화해 도심 고밀 개발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노후도 기준도 60%로 공공재개발(75%)이나 신속통합기획(67%)보다 낮다. 두 구역은 각각 3300여 가구 규모의 대단지 구축을 기대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주택단지이던 지역을 고밀 개발하는 것에 대한 주민 반발도 거세다. 구역 지정을 앞둔 사업 초기임에도 주택과 상가 곳곳에는 사업 반대 현수막이 걸렸다. 정부가 민간 주도 도심 정비사업을 활성화하면서 노후도가 낮거나 재개발 필요성이 비교적 높지 않은 곳까지도 개발에 나서 추후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직주근접’ 용산 개발…효창공원앞역에 ‘역세권 시프트’ 바람
용산구 효창동 5-307 일대는 올해 6월 ‘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에 대한 공람공고를 진행했다. 지난해 5월 가칭 효창공원앞역세권 도시정비형 재개발 추진위원회(추진위)가 창립된 이후 정식입안을 거쳐 올해 4월 개발행위 허가제한까지 완료됐다. 현재 구의회 의견 청취가 끝난 상태로, 추진위는 내년 상반기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한 구역 지정을 기대하고 있다.
사업이 순항한다면 6호선 효창공원앞역 1번 출구와 효창운동장 사이 9만 332㎡ 부지에 최대 35층, 3342가구의 대단지가 들어서게 된다. 이 구역은 입안 당시 기준으로 노후도가 63% 수준이다. 용적률 438.4%가 적용되고 △분양주택 1938세대 △공공임대주택 858세대 △임대주택 502세대 △기부채납 44세대가 공급된다.
주거 인기가 높은 용산구에 고밀 개발 대단지가 들어서게 된 배경에는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사업이 있다. 이 사업은 민간 시행자가 역세권 지역(지하철역 승강장 경계 350m 이내)에 주택을 지으면 서울시가 용도지역을 상향해 용적률을 높여주고,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을 장기전세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과거 재임 시절 도입했다. 도심에 ‘고품질’ 임대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서울시가 주요 공급정책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서울시가 거리 기준을 한시적으로 늘려주고 준주거지역 용적률 완화까지 시사하면서 공공재개발, 신속통합기획 등 여타 정비사업과 조건이 맞지 않던 지역들이 역세권 장기전세주택 사업으로 선회했다. 효창공원역과 남영역에 인접한 원효로1가 82-1번지 일대도 2020년 공공재개발 사업 후보지 선정에서 ‘연면적 기준 노후도 75%’를 충족하지 못해 탈락한 뒤 역세권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원효로1가 일대는 용적률 479.73%를 적용 받아 지상 35층 공동주택 3316가구와 부대복리시설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도심 개발을 추진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공공성이 너무 높아서 사업성이 안 나와서다.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은 민간 주도 사업에 속도를 높여주기 위해 용적률 혜택을 주되, 임대주택을 확보해 수익성이 과도하게 조합원들에게 쏠리는 현상을 막는 제도”라며 “현 정부 들어서는 정부와 서울시 모두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 사업이 속도감 있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 여건뿐만 아니라 조합장이 어떻게 끌고 가는지 등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비계획에 따르면 효창동과 원효로1가 일대 용도지역은 일반 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상향된다. 기존에 1·2·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이뤄졌던 효창동은 1차 역세권에 포함되며 전체의 약 77%가 준주거지역으로 변경됐다. 원효로1가의 2·3종 일반주거지역도 종상향돼 전체 사업지의 88%에서 용적률이 완화됐다.
효창동 일대(위)와 원효로1가 일대에 주민들이 게시한 재개발 반대 현수막. 사진=강은경 기자
#‘무리한 사업 추진’ 효창동 주민들 지자체 항의에 제척 요구까지
하지만 사업이 진행될수록 주민 갈등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두 구역 골목 곳곳에는 개발 반대 문구가 내걸렸다. 정식 비대위가 결성된 단계는 아니지만 일부 주민들이 용산구청과 서울시청 등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효창동 주민 A 씨는 “효창5구역(용산롯데캐슬센터포레아파트), 6구역(효창파크뷰데시앙) 등 열악했던 인근 구역은 이미 재개발이 됐다. 효창동은 도로가 잘 돼 있고 주택과 시설 등의 상태도 열악하지 않은 편이다. 재개발이 시급한 곳이 아님에도 충분한 주민 합의 없이 고층 아파트를 짓겠다는 구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해야 할 곳이 있고 적합하지 않은 곳이 있는데 역세권 장기전세주택을 띄운 탓에 개발이 무분별하게 부추겨진 셈”이라고 주장했다.
효창동 인근에서 30년 넘게 거주하는 B 씨도 “이곳은 기존에 재개발 논의 자체가 거의 없던 구역이다. 지난해 5월 사업 추진 시점이 재개발이 언급되기 시작한 때라고 봐도 무방하다. 동네에서 재개발이 진행된다는 얘기도 갑작스러웠는데, 내 집이 추가로 정비 구역에 편입됐고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현재 제척 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정비사업지마다 주민 이견에 따른 갈등은 항상 존재하지만 효창동 일대의 경우 사업 방식과 지역적 특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이 구역은 효창공원 내 효창운동장, 백범김구기념관과 인접해 2019년 서울시 역사문화특화형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선정된 구간이 일부 포함된다. 정비사업은 구역 내 한신아파트가 과거에 추진했다가 무산된 사례 말고는 본격적으로 논의된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근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큰 도로에 가까운 중형 주택 소유주와 상가 소유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추가 편입지 서쪽(임정로13길 일대) 외에는 다른 재개발구역에 비해 열악한 지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4구역(용산KCC스위첸)만 해도 재개발 전에는 차도 못 들어가는 곳이었다. 지역적인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사업 확장이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여러 차례 정비사업에 도전했던 원효로1가에서도 원주민을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주민 C 씨는 “오 시장의 과거 재임시절 재개발이 추진됐다가 실패로 돌아가고 작년 초부터 다시 진행되고 있다. 구역 중심부에 노후 주택이 몰려 있지만 그 부지 외에는 교통 등 거주 환경도 좋다. 오히려 재개발이 거론될 때마다 투기 목적의 신축빌라가 지어져 공사 소음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효창공원앞 역세권 도시정비형 추진위원회 측은 “반대하는 주민이 많은 수는 아니다. 약 84%의 동의를 확보한 상태다. 추가 편입지의 경우 다수의 편입 요청 민원을 반영했고 서울시가 그 과정에서 요건을 완화해줬다”며 “(구역 내) 한신아파트 재건축을 추진하던 분도 있고 용산의 좋은 입지 때문에 언젠가는 재개발을 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뜻이 맞는 주민들과 의기 투합해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원효로1가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추진위원회 측은 “현재까지 동의율이 78% 정도다. 보류 의사를 나타낸 주민들도 점차 찬성 쪽으로 기울고 있다. 주민 반대로 사업 진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는 크게 하지 않는다”며 “내년 초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구역 지정 심의에서 통과되면 결정고시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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