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법원이 위메이드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가 8일 국내 원화 거래소에서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됐다. 위믹스 사태로 거래소별 가상자산 상장·폐지 기준의 불투명성이 재조명되는 상황인데,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에서는 “가상자산 상장 컨설팅을 해주겠다”는 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국내 거래소의 가상자산 상장·폐지 규정을 둘러싼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거래소는 대략적인 절차만 명시할 뿐 누가,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등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거래소가 상장피(fee) 명목의 수수료 받는다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됐다. 브로커, 발행사, 거래소가 대가를 주고받으면서 특정 가상자산을 상장한다는 것. 지난해에는 ‘코인 상장 브로커’가 있다는 기사와 불가능하다는 거래소 측의 반박 기사가 같은 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브로커를 통해 의도적으로 상장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국내 거래소들의 주장과 달리, 비용을 받고 코인 상장을 도와준다는 업체는 시장에서 버젓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브로커가 아니라 ‘상장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한다. 코인 등급 평가 업체로 시장에서 공신력을 얻은 가상자산 공시 플랫폼 ‘쟁글’조차 지난해 단순한 상장 컨설팅이냐 브로커냐, 하는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처럼 규제나 단속 없이 혼탁한 상황을 틈타 ‘크몽’ ‘숨고’ 등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에서 가상자산 브로커가 활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 업체는 자신들이 블록체인 전문가라며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받고 가상자산 발행부터 상장까지 책임져준다고 홍보한다.
프리랜서 마켓 플랫폼에서 가상자산 발행-상장을 도와준다는 업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크몽에서 ‘거래소 상장’ ‘코인 상장’으로 검색해 약 15개 업체를 추릴 수 있었다. 별도로 검색하지 않고 마케팅 카테고리에서도 금방 찾을 수 있다. 하나씩 살펴보니 업체들의 이력과 제공하는 서비스,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350만 원에 코인 발행, 백서 제작에서 상장까지 해준다는 한 업체는 “거래소 상장 비용은 거래소마다 다르며, (거래소에) 직접 내야 한다. 거래소별 문의가 너무 많다”라거나 “코인과 토큰의 개발비용과 생태계 조성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코인과 토큰 중에선 토큰으로 시작하는 게 낫다”라며 최신 동향까지 상세하게 안내했다.
그 중 일부 업체와 직접 상담을 했다. 먼저 ‘국내·해외·탈중앙화 거래소(DEX)에 신속한 상장이 가능하다’는 곳에 문의했다. 국내 거래소 상장을 도와주는 가격은 3000만 원, 소요 기간(작업일)은 30일이다. 해외 거래소 상장은 10일에 600만 원, DEX 상장은 7일에 2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업체는 서비스 설명에 “오랫동안 구축해온 신뢰 높은 협업 파트너 네트워크로 상장을 도와준다”라며 “국내 5대 거래소(원화마켓) 상장이 가능하다”라고 명시했다. 이력에는 ‘국내 및 해외거래소 지사’ ‘가상화폐 상장 및 심사 200건 이상’ ‘블록체인 IT 회사 대표’ 등이 적혀 있었다. 실제 이력이라면 상장 심사 관계자가 상장 컨설팅 사업을 하는 셈이다. 업체 관계자에게 상장 과정과 총비용을 묻자 “코인 백서부터 준비해줄 수 있지만 플랫폼 결제 상품과 별개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라고 답했다.
해외 DEX 상장을 도와준다는 업체와도 상담했다. 이곳에선 “국내 원화 거래소는 한 번에 상장하기 어렵다. DEX와 BTC 거래소에 먼저 진입해야 한다”는 등 프로세스를 안내했다. 또한 ‘코인 생태계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거나 ‘중앙화 거래소(CEX)는 원래 별도의 상장비용이 필요하다’ 등 현실적인(?) 조언도 제공했다.
마지막으로 상담한 업체는 이력 면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무려 50회 이상 상장을 진행했지만 한 번도 문제가 생긴 적이 없다고 내건 곳이다. 총비용은 ‘협의로 정한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업체 측은 “무조건 상장해준다”라며 “코인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전부 직접 진행한다. 외주가 아니다”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 업체는 “외주에 맡기면 상장피를 더 매겨 비용이 많이 들며, 국내 거래소에 상장할 때는 적어도 1억~2억 원의 디파짓(보증금)이 필요하다”라고 안내했다.
상담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들 업체를 거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을 시도할 경우, 최소 수억 원의 비용이 든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업체들은 “상장에 성공하면 비용은 회수할 수 있다”라고 입을 모았다. 상장 성공 가능성을 묻는 말에는 한 곳을 제외하고 확답하지 않았다.
이처럼 상장 컨설팅 명목으로 돈을 받는 업체가 성행하는 건, 발행사가 가상자산 상장 과정에서 심사위원·판단 기준 등을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다. 컨설팅 업체가 실제 심사 경력이 있는지 입증하거나 심사위원이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더라도 감시할 길이 없는 셈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좋은 사업 아이디어를 가지고 코인 상장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면 컨설팅이 필요하지 않겠나. 상장 절차가 공개된 게 없으니 생태계 내에 도와주는 사람이 필요하긴 하다”라면서도 “문제는 그들이 받는 대가가 합리적인 수준인지, 어디까지 믿고 확인할 수 있는지는 별개라는 점이다”라고 짚었다.
국내 원화마켓 거래소들은 “컨설팅 업체를 통한 상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라고 하면서도, 업체들의 존재는 인지하고 있었다. A 거래소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지금은 금융당국의 감시가 심하고 규제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브로커가 건넨 뒷돈 몇 푼에 위험을 감수하면서 상장해주는 곳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국내에선 어렵지만 해외나 거래 규모가 작은 거래소에선 가능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B 거래소 관계자는 상장 컨설팅 업체의 존재를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거래소에 네트워크가 있다면서 컨설팅 비용을 받는 업체가 있다고 들었다. 업체마다 상장 가이드 스타일도 있다고 한다”라며 “실제 상장 여부를 떠나 이런 업체에서 누구라도 연결해주면 이용자는 확인할 길이 없으니 믿을 수밖에 없다. 만약 원화마켓 거래소 상장을 목표로 절차마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요구하면 이는 필수 비용이 아니라 업체에서 가져가는 것”이라며 사기 가능성을 우려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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