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중국 소비 둔화로 국내 화장품 업계의 고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애경산업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틱톡 등 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주요 화장품 브랜드의 프로모션 전략이 효과를 낸 덕이다. 3분기 호실적에 더해 중국이 ‘제로 코로나’ 추가 완화를 시사하면서 주가도 덩달아 뛰고 있다. 12월 5일 애경산업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6.95% 상승한 2만 원에 마감했다. ‘가습기 살균제’의 재부상, 중국 봉쇄 등 반등 요인을 찾기 어려워 총체적 난국으로 평가됐던 시기는 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는 남아있다. 또 다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사법 리스크에 직면했고 상품 리콜 등 자잘한 잡음도 계속되고 있다.
#틱톡으로 디지털 프로모션…아모레·LG 제치고 유일하게 실적 개선
애경산업은 올 3분기 실적 기준 국내 화장품 3사 중 유일하게 선전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애경산업의 3분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늘어난 1617억 원, 영업이익은 146.1% 오른 152억 원을 기록했다. 누적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6% 상승한 4433억 원, 영업이익은 38.5% 증가한 273억 원이다.
사업 부문별로 보면 생활용품 사업 매출은 1065억 원으로 11.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5억 원으로 715.3% 늘었다. 화장품 사업 매출은 9.4% 증가한 551억 원, 영업이익은 62% 오른 87억 원이었다. 중국 봉쇄의 영향과 원자재 가격 상승, 환율 영향 등으로 전반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업계에서 두드러지는 성과다.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매출 9364억 원, 영업이익 18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6%, 62.6% 줄어든 수치다. 화장품 부문 영업이익도 절반이 감소한 286억 원으로 나타났다. LG생활건강의 경우 매출은 1조 8703억 원, 영업이익 190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0%, 44.5% 줄었다. 뷰티 사업은 매출이 23.1% 감소한 7892억 원이었고, 영업이익도 69.6% 줄어든 676억 원 수준이었다.
시장이 위축된 중국에서 기존의 ‘왕홍 마케팅(인플루언서 활용 마케팅)’과 더불어 ‘틱톡’, ‘콰이쇼우’ 등 신규 숏폼 동영상 플랫폼으로 채널을 확장한 것이 애경산업의 성적표를 갈랐다. 지난해부터 해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판로 확대에 나선 결과다. 애경산업에는 채널별 영업팀이 구성돼 있는데 해외영업을 담당하는 별도의 글로벌 조직이 해외영업 및 상해법인 운영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특히 화장품 사업부는 중국시장을 중심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역직구 형태와 상해법인을 통해 발생되는 중국 매출이 동영상 서비스 채널에서 성장했다. 애경산업 측은 “기존 채널 외에도 동영상 플랫폼으로 매출 채널을 확장하며 디지털 채널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중국 외에도 동남아시아(쇼피) 및 미주(아마존) 등 신규 시장을 개척해 시장 확대 및 지역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서도 긍정적인 전망이 나왔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화장품은 코로나로 위축됐던 경제활동이 재개되는 리오프닝 효과로 국내외 매출 회복이 기대된다. 생활용품의 경우 가격인상 효과도 있었지만 수출이 두 자릿수 성장하고 합리적인 마케팅 비용 집행으로 수익성이 상당히 상승했다”며 “향후 스킨케어 포트폴리오 및 해외 채널 확장에 따른 사업적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양대 기업과 규모 면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애경산업이 글로벌 시장 실적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프로모션 전략 등이 통한 것”이라며 “다만 중국 시장이 정상화되더라도 봉쇄 이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업계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리오프닝에만 기대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덮어둔 과거’ 가습기 살균제 재점화
실적 개선과 동시에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한 사법리스크도 고개를 들고 있다. 10월 말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안전하다는 내용의 광고성 인터넷 기사를 낸 애경산업과 안용찬 전 대표이사를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번 기소는 지난 9월 29일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기사도 기업 홍보에 따른 광고일 수 있으므로 거짓·과장된 내용이 있다면 기업을 형사처벌할 수 있다는 결정을 하면서 뒤늦게 이뤄졌다. 출시 당시 제품이 안전하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었고, 오히려 인체 위해 가능성이 제기된 상태였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애경산업은 2002년 10월과 2005년 9월, 각각 ‘홈크리닉 가습기 메이트’ 1종을 출시할 당시 광고성 인터넷 기사 보도를 위해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해 가습기 살균제가 인체에 무해하고 안전하다는 거짓·과장광고를 한 혐의를 받는다. 2002년 10월에는 해당 살균제가 영국에서 저독성을 인정 받았으며 인체에 무해하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2005년 10월에는 ‘인체에 안전’,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해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해 언론사를 통해 인터넷 기사화했다.
이번 기소는 반등을 꾀하는 애경산업에 사법리스크 2막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피해 인정자만 4350명에 이르는 사회적 참사로 피해자 가운데 22%가 애경 제품 이용자다.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이고, 올해 초 참사 이후 11년 만에 나온 최대 9240억 원 규모의 피해 구제 조정안을 옥시, 애경산업 등이 거부하면서 끝맺음이 요원한 상태다. 이 조정안을 따르면 애경은 수백억 원을 배상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또 다시 사법적 판단을 받게 된 만큼 브랜드 이미지 악화와 주가 하락 가능성 관련 추가 변수가 생긴 것이다.
제품과 관련한 잡음도 이어지고 있다. 애경산업은 11월 삼양식품 불닭볶음면과 협업한 ‘2080 호치치약’ 판매를 중단하고 자발적으로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식약처에 신고 및 허가를 받아 2020년 1월 출시된 제품으로 제품의 품질과 효능에는 문제가 없지만 식품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애경산업은 현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관련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애경산업은 현재 국세청의 비정기 세무조사도 진행 중이다. 탈세 혐의, 비자금 조성 등 부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추징금이나 법적 책임이라는 악재가 덮칠 수 있다. 사업에서 성과를 내더라도 대내외적 요소들이 실적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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