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2년간 유례없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회사의 채용문화도 많이 바뀌었다. 정기채용보다 상시채용의 비중이 늘었고, 줌을 이용한 화상면접이나 전화면접, AI 면접 등 비대면 면접도구의 활용이 일상화됐다. 그렇지만 변치않는 것이 있다. 바로 ‘채용공고 - 서류전형 - 면접(실무-임원) - 최종합격’이라는 채용전형 절차이다. 간혹 고용형태나 선발직무의 필요에 따라 필기나 실기시험을 보는 경우도 있고, 인적성검사, 신체검사 등을 추가하는 경우도 있으나 과정을 여럿으로 늘려 촘촘하게 평가하느냐 느슨하게 하느냐의 차이일 뿐 기본 틀은 동일하다.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아는 이 채용절차를 굳이 언급하는 이유는 모든 채용이 바로 ‘공고’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많은 취준생들이 자소서 작성이나 면접은 열심히 준비하면서 첫 단계인 채용공고를 가볍게 넘기는 경우가 대다수다. 가고자 하는 회사, 혹은 하고 싶은 직무가 정해졌다면 채용공고 부터 꼼꼼히 살펴 보는 것이 취업준비의 핵심이다.
타 기관 신입채용에 외부 면접위원으로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누가 봐도 탐이 날만큼 훌륭한 지원자가 있었다. 사람마다 보는 눈이나 판단기준이 조금씩 다름에도 불구하고 하루종일 이어진 면접에서 평가위원 전원이 처음으로 ‘정말 적합한 인재다’ 라고 말할 정도의 인물이었다. 이력서에 적혀 있는 스펙이나 자기소개서의 내용이 뛰어나서가 아니었다. 객관적인 지표들로만 보면 최종면접에 올라온 지원자 한명 한명 모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우수한 자원들이었다. 다만 해당 지원자는 답변내용과 면접태도에서 타 지원자들과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지원한 회사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이 느껴졌다. 단순히 홈페이지나 최근 언론기사 등을 적당히 훑고 온 수준이 아니었다. 아니나 다를까 앞선 전형들을 살펴보니 실무면접에서도 1위로 올라온 지원자였다.
그런데 최종면접이 끝나고 잠시 후 담당자가 들어와 그 지원자를 실격처리 해달라는 공지를 전했다. 이유인 즉슨 해당기관은 3차 실무면접 합격자에 한해 최종면접 전형 시 증빙서류를 제출하는데, 응시원서 상 지원자가 직접 작성한 필수과목 성적이 당일 제출한 증빙서류에 기재되어 있던 성적과 달랐던 것이다. 예를 들면 본인 기억에는 해당 과목의 취득학점이 A여서 지원서에 그렇게 적어냈지만, 실제 제출한 성적증명서 상의 학점이 B+였던 터라 입사지원서를 허위기재한 것으로 보고 부적격 처리가 된 것이다. 담당자 말로는 지난번 공채때도 동일한 이유로 부적격 처리되었던 지원자라고 하는 걸 보니, 고의성이 있는 것은 아니고 아마 스스로가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세간의 이슈가 될 만한 허위 증명서도 아니고, 고작 성적증명서의 알파벳 하나 잘못 적었을 뿐인데.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2회 연속 최종문턱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신 셈이다. 하지만 그런 꼼꼼하지 못한 성격까지 포함해서 평가받고 불합격된 것이니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모든 채용공고에는 ‘지원서에 허위기재가 있거나, 제출서류가 허위로 판명되는 경우 합격을 취소할 수 있음’이 명시되어 있다. 이런 내용들은 주로 공고문 말미에 ‘기타사항’으로 넣는다. 허투루 보고 넘기라고 기타사항이 있는 것이 아니다. 모집분야, 응시자격(필수/우대), 전형절차와 일정 등 공고에 당연히 명시되어야 할 굵직한 주제들을 모두 적고 남은 나머지 잡동사니들, 특정 카테고리로 구분하기는 애매하지만 회사로서는 반드시 고지 의무를 해야 하는 중요 내용들을 담은 항목이 바로 기타사항이다. 간혹 여기에 ‘전국 사업장에 순환근무할 수 있음’이라든지 ‘N개월의 수습기간 운영, 계약직 운영 후 평가에 따라 정규직 채용’ 등 진짜 중요한 근무조건을 은근슬쩍 언급하는 회사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지원서를 작성하기에 앞서 채용담당자에게 전화해서 구체적인 사실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원서 작성 전에 주요 증빙서류를 미리 발급받아 꼼꼼히 확인하면서 입사지원서를 작성하고, 공고문에 지원서 작성요령이나 주의사항이 같이 첨부되어 있다면 반드시 읽어보길 바란다. 블라인드 채용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는 공공기관의 경우 출신학교명, 지역 등을 기재할 경우 서류평가시 감점처리 될 수 도 있다. 자신의 전문자격이나 면허번호를 잘못 입력한다거나 합격여부를 결정짓는 필수 첨부서류를 누락하는 등의 이유로 안타깝게 탈락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다. 지원서를 작성하다가 이해가 안 되거나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 공고문에 나와 있는 담당자에게 문의하는 것이 최선이다. 간혹 오픈채팅방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지원자들끼리 갑론을박하는 경우가 있는데 누군가가 전화로 문의하고 그 내용이 전파되면 상황이 일순에 정리되기도 한다. 다만 가끔은 와전 되는 경우도 있으니 이왕이면 본인이 직접 확인하는 것을 권한다. 그 과정에서 외려 채용담당자의 업무상 실수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필자 김진은? 정규직, 비정규직, 파견직을 합쳐 3000명에 달하는 기업의 인사팀장을 맡고 있다. 6년간 각종 인사 실무를 수행하면서 얻은 깨달음과 비법을 ‘알아두면 쓸데있는 인사 잡학사전’을 통해 직장인들에게 알려주고자 한다.
김진
HR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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