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국산 치료제 1호인 셀트리온의 ‘렉키로나’의 공급 중단에 이어 국산 백신 1호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코비원’ 완제품 생산이 중단되자 개발 단계인 후발 국내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K바이오 방역의 선봉으로 두 회사를 직접 방문하고 지원하는 등 개발 단계에서 지대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출시 이후 초라한 성적표를 보이며 용두사미로 끝날 위기에 직면했다. 이로 인해 향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는 업체들에게 적지 않은 파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달 23일 “스카이코비원은 낮은 접종률로 인해 초도물량 이후 추가 완제는 생산하지 않고 있고, 추후 정부 요청에 따라 생산 및 공급을 재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현재 스카이코비원 완제품 생산을 중단하고 원액으로만 생산 중이다. 시장 수요에 따라 완제품을 생산해 공급하겠다는 의미다.
전 세계가 빠르게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에 나선 흐름과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을 따라잡지 못하고 접종 시점이 늦어진 것이 패착으로 꼽힌다.
스카이코비원은 올해 6월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정식 품목허가를 받았다. 지난해 2월 글로벌 제약사들의 코로나19 백신이 국내로 들어온 지 1년 4개월 만에 품목허가를 받은 국산 1호 백신이었다.
하지만 품목허가 5개월 만에 완제품 생산 중단이라는 초라한 민낯을 드러냈다. 스카이코비원이 코로나19 초기 바이러스인 우한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개발됐지만 오미크론 변이 등에 대한 백신 개량을 따라잡지 못하면서 생산중단까지 이어질 상황을 맞고 있다. 해외에서 아직 품목허가가 나지 않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질병관리청은 스카이코비원 백신 1000만 회분에 대해 선구매 계약을 맺고 지난 9월 초도물량 61만 회분을 공급받았다. 하지만 개량백신 도입 시기와 맞물리면서 전체 접종자 수는 이달 1일 현재 4000명 미만에 그친다. 나머지 60만 도즈 이상 물량은 내년 5월(유통기한 9개월)까지 사용되지 않으면 전량 폐기해야 한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은 스카이코이원에 대해 “계약이 완료돼 도입 예정인 물량도 개량백신으로 개발·공급되지 않는다면 활용이 제한적이라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원액은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향후 시장 수요에 따라 완제품으로 생산해 공급할 계획이다.
스카이코비원의 성적표는 그대로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이 회사는 2021년 3월 18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공모주 청약증거금으로 63조 6198억 원이 들어와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고 지난해 8월 20일에는 장중 주당 36만 2000원으로 사상최고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21일 장중 6만 7400원으로 사상 최저가를 찍은데 이어 이달 현재 주가는 8만 원대 초반에서 형성 중이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2월 코로나19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의 조건부 허가를 받은 뒤 같은 해 9월 정식 허가를 받았다. 그러다 올해 2월부터 신규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초기 바이러스인 우한 바이러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중화능이 떨어져 더는 일선 의료 현장에서 처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지난 6월 흡입형 칵테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중단도 선언했다. 셀트리온 측은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엔데믹 전환이 확대되면서 더 이상 사업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생산 중단의 변을 밝혔다.
셀트리온 창업주인 서정진 명예회장은 2020년 11월 ‘글로벌 바이오포럼 2020’ 기조 연설자로 나선 자리에서 “전 국민에 대한 진단 검사를 진행해 코로나19 환자를 조기 발견하고 항체를 투여한다면 2021년 봄이 오기 전 우리나라는 코로나 청정국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할 만큼 자신감을 드러냈었다.
이에 힘입어 2020년 12월 7일 셀트리온 주가는 1주당 장중 39만 6239원을 찍으며 사상최고가를 기록했지만 렉키로나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진 이달 현재 17만 원대에서 형성 중이다.
국산 1호 치료제와 1호 백신의 용두사미 결과에 백신을 개발 중인 업체들의 긴장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국내에서 식약처로부터 코로나19 치료를 목적으로 임상을 승인받은 업체는 모두 28곳이다. 이 중 일양약품, GC녹십자, 부광약품, 종근당, 크리스탈지노믹스, 셀트리온, HK이노엔, 제넥신, 큐리언트, 동화약품 등이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삼천당제약은 세계 최초 경구용 코로나19 백신 개발 계획을 알렸으나 약 1년여 만인 지난 9월 개발 중단을 알렸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기업은 일동제약, 현대바이오, 신풍제약, 셀리버리, 진원생명과학 등이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은 국제백신연구소, 인벤티지랩 등이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생산 중단이 국내 바이오산업계에 가져올 더 큰 여파는 후발 기업들의 추진력 저하로 이어져 개발 의욕을 떨어뜨리고 향후 다른 팬데믹에 대한 대응력 미비가 예상된다”고 입을 모았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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