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현재 서울시에서 운행 중인 시내버스 열 대 중 한 대는 한 사모펀드 운용사가 소유하고 있다. 이 운용사는 여러 펀드를 통해 서울에서만 5개 버스회사를, 전국적으로는 14개 버스회사를 인수했다. 이 운용사를 이끄는 핵심 구성원들은 외국계 자산운용사 출신인데, 이 외국계 운용사는 과거 서울 지하철 9호선의 대주주로서 요금 인상안을 기습발표해 서울시와 갈등을 빚다 수백억 원의 이득을 얻고 철수해 ‘먹튀 논란’이 불거진 전례가 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2019년 12월 한국brt를 시작으로 지난 8월 선일교통까지 연이어 시내버스 회사를 인수했다. 현재 서울시에서 운행되는 버스 6677대 가운데 630대가 차파트너스자산운용 소유다. 차파트너스는 향후에도 더 많은 버스를 인수해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규모의 경제를 통해 간접비용을 절감하고 수익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국회와 시의회에서는 시민들의 발인 대중교통을 사모펀드가 장악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익명이 보장되는 투자자의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어서다. 2년 전 금융권을 뒤흔들었던 ‘라임 사태’ 당시에는 라임자산운용 자금이 투입된 수원시의 시내버스 업체 수원여객에서 241억 원 규모의 횡령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이에 차종현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지난달 3일 열린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날 3시간 가까이 집중 질의를 받은 차 대표는 “준공영제가 도입된 시내버스 사업의 대형화·투명화를 통해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시내버스 회사들을 인수해 임원 인건비를 50%, 간접비를 10%가량 절감했다”고 강조했다. 소형 사업자 위주로 산재된 버스 운수회사의 대형화를 통해 시내버스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차 대표의 설명과 달리 시내버스 운영사업의 효율화는 요원한 반면, 사모펀드에 혈세가 고스란히 흘러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서울시와 인천시, 대전시 등에서 시내버스 회사를 매입했는데 이들 지자체는 모두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해 재정 지원으로 시내버스 업체들의 적자를 메워주고 있다. 2004년 국내에서 처음 준공영제를 도입한 서울시는 지난해에만 버스회사에 4561억 원을 지원했고, 올해는 3838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 8월 기준 차파트너스가 소유한 버스회사 5곳에는 서울시의 재정지원금 약 1071억 원이 지급됐다.
더 큰 문제는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매입한 이후 일부 버스회사의 부채비율이 급증한 반면, 버스회사의 배당금은 커졌다는 점이다. 국회 국토교통위 유경준 의원실이 국토교통부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2019년 12월 인수한 한국brt의 경우 2019년 53.6%이던 부채비율이 2021년 170.6%까지 치솟았다. 같은 시기 83억 9534만 원이던 자본은 31억 1446만 원까지 줄어 자기자본비율은 65.1%에서 37%로 떨어졌다.
더욱이 한국brt는 당기순이익 22억 원을 기록한 2019년 배당금은 45억 원을 지급했고, 당기순이익 30억 원을 기록한 2021년에는 31억 원을 배당했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2020년 12월 인수한 동아운수는 당기순손실 21억 원을 기록한 2021년에도 21억 원을 배당했다. 이에 대해 차 대표는 “사업초기 과다 배당을 했다고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인수 시점 회사의 배당 여력 등을 검토해 결정했다. 한국brt의 경우 인수 당시 누적 이익잉여금과 순현금이 상당했다”고 해명했다.
이들 버스회사의 배당금이 한국앤컴퍼니그룹, AJ그룹 등 자동차 부품 및 모빌리티 사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에 흘러들어간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실제로 한국brt 지분 80%를 보유한 차파트너스퍼블릭모빌리티 제1호에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20억 원을 투자해 지분 12.5%를 보유하고 있다. AJ네트웍스는 차파트너스퍼블릭모빌리티 제1호와 2호에 각각 79억 원(49.38%), 3호에 99억 원(49.5%)을 투자해 50%에 가까운 지분을 보유 중이다.
이와 관련, 임규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의원은 “사모펀드는 안전성과 공공성을 보장하지 않는데, 특히 주주들이 자동차 관련 업체들로 구성됐다는 점은 우려스럽다”며 “향후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시내버스를 독과점하게 되면, 투자한 대기업들이 이를 이용해 정책 등에 목소리를 내려 할 것이고 서울시는 이를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차종현 대표와 긴밀한 사이다. 차 대표가 조현식 한국앤컴퍼니그룹 고문의 처남이기 때문. 차 대표는 본인을 포함해 맥쿼리자산운용 출신으로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을 꾸려 2018년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를 상대로 자산운용사 교체를 요구하는 주주행동에 나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한국타이어(현 한국앤컴퍼니그룹)는 맥쿼리자산운용에 대항하는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의 백기사로 나섰다.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의 ‘맥쿼리팀’이 독립해 신설 운용사를 설립한 것이 차파트너스다.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운수·인프라 투자에 특화된 자산운용사로 이름을 떨칠 수 있었던 것은 차 대표를 비롯한 차파트너스 핵심 구성원이 맥쿼리자산운용의 인프라투자팀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맥쿼리자산운용과 플랫폼파트너스에서 인프라 투자 전략을 이어왔다. 그러나 차 대표가 10년간 맥쿼리자산운용에 몸담을 당시 ‘9호선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은 서울시의 트라우마를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맥쿼리자산운용(호주 맥쿼리그룹의 자회사)은 2008년 12월 서울시메트로9호선(주) 지분 24.53%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12년 4월 메트로9호선은 기본요금을 1050원에서 1550원으로 500원 인상하겠다고 기습적으로 발표하면서 서울시와 갈등을 빚었다. 외국계 금융자본으로 분류된 맥쿼리자산운용이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이유다. 맥쿼리자산운용은 서울시와 소송전까지 벌이다 2013년 10월 결국 철수했다. 철수 과정에서 맥쿼리자산운용은 주식매매차익으로만 284억 원을 챙겨 ‘먹튀 논란’도 불거졌다.
임규호 의원은 “과거 맥쿼리가 9호선을 인수하면서 안정성과 서비스 저하, 요금인상 시도 등으로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며 “사모펀드는 맥쿼리보다 훨씬 더 폐쇄적인 구조인 만큼 시내버스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제재를 가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로 비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서울시에서 부정한 목적의 사모펀드 진입을 막기 위해 (민간자본의 진입 기준 마련 등) 자구책을 세우겠다고 답변했지만, 조례나 법률적 근거를 통해 더욱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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