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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주민 반대 막으려 소각장 지하화, 노동자 안전은 어디로

작업자 체내서 다이옥신 검출, 화재와 사고도 잦아…환경노조 "겉으로만 안 보이면 괜찮나"

2022.12.02(Fri) 15:24:16

[비즈한국] 2026년부터 수도권매립지에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자 서울시는 마포 자원회수시설 인근 부지에 1000톤 규모의 ‘광역자원회수시설’을 추가로 짓기로 결정​했​다. 마포구 주민들은 이 결정에 거세게 반대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시설을 지하화 하겠다고 밝혔다(관련기사 [현장] "소각장 옆에 더 큰 소각장 짓는다고?" 마포구 반대를 '님비'라 하기 어려운 이유).​ 그런데 지하화가 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와 안전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마포구 자원회수시설의 굴뚝. 이 굴뚝에서 연소가스가 배출된다. 서울시는 마포구에 지어지는 광역자원회수시설을 전면 지하화하고 굴뚝만 지상으로 빼겠다는 계획이다. 사진=전다현 기자

 

서울시는 기존 마포 자원회수시설 옆에 새로 짓는 소각장을 ‘지하화’ 하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원회수시설은 현재 마포시설을 지하화 해서 최신의 고도 환경청정기술과 설비를 도입함으로써 안전하고 깨끗한 시설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하에는 소각장을, 지상에는 수영장, 놀이공간 등의 주민편익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소각장이 지하에 있건 지상에 있건 배출되는 가스 양은 동일하다. 통상 자원회수시설에서 발생하는 연소가스는 약품처리와 필터 등을 거쳐 밖으로 배출된다. 소각장 자체가 지하에 있더라도 굴뚝을 지상에 두는 구조는 동일하다. 지하에 있다고 연소가스 정화 작업이 더 쉬워지지 않는다.

 

마포구 자원회수시설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가스 배출 기준은 굉장히 엄격해 웬만한 나라보다 높은 편이다. 일본보다도 우리나라가 기준이 더 높다. 특히 마포구는 필터가 다른 소각장보다 하나 더 있다. 시설 내에서는 분 단위로 배출 가스를 ​실시간 분석하고, 5분 단위로 공개한다. 만약 기준치를 넘기면 즉시 가동을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마포구 자원회수시설의 폐기물 소각 및 연소가스 배출 절차. 자료=서울시


#소각장 안에선 다이옥신 노출…지하화로 악화 우려

 

밖으로 배출되는 연소가스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지만, 소각장 내부는 다르다. 내부는 공기가 나빠도, 먼지가 아무리 날려도 별다른 방안이 없다. 굴뚝 밖으로 나가는 연소가스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내부 기준은 없기 때문이다.

 

마포구 자원회수시설 소각장 내부. 소각장 직원들은 이곳을 상시로 출입한다. 사진=전다현 기자


소각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체내에서 실제로 독성물질이 나왔다. 2021년 안전보건공단이 서울 소각장 노동자 10명을 조사한 결과 혈액에서 독성물질인 다이옥신이 검출된 것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평균 2.909ppt의 ‘2378-테트라클로로다이벤조 다이옥신’이 현장 노동자들 몸에서 검출됐다. 내부 공기에서도 다이옥신, 벤조피렌조 등이 검출됐다. 

 

​마포구 자원회수시설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A​ 씨도 몸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됐다. A 씨는 “소각장 내부에 매일 들어간다. 오래 일하신 분들은 몸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안전보건공단 검사가 발표된 이후로 위탁업체나 서울시 등에서 공식적으로 조사한 것은 없다. 인근 주민들에 대한 검사는 규정이 있지만, 내부 노동자들에 대해선 아직 없는 상황이다. 계속 요구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포구 자원회수시설 ​소각장 내부에 먼지가 쌓인 모습. 이곳에 잠깐 들어갔다 나와도 옷에 먼지가 쌓일 정도다. 사진=전다현 기자


​마포구 자원회수시설에서 8년째 근무 중인 ​B​ 씨는 “상황이 이런데 지하에 놓이면 어떻겠나. 그러니 이곳에서 일을 하려는 사람들도 없다. 신규 인원은 금방 나가고, 남은 사람들은 10여 년 일하다가 몸이 고장 난다. 회사는 검출된 오염물질이 미세한 수준이라고 경시하는 상황이다. 앞으로가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화재 위험 항상 노출, 대피도 쉽지 않아

 

이뿐만이 아니다. 소각장의 특성상 크고 작은 화재가 많이 발생하는데, 지하화 했을 때 노동자들이 대피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자원회수시설의 화재 소식은 실제로도 종종 들린다. 지난 11월에도 화성시의 자원회수시설에 화재가 발생했다. 몇천 톤의 쓰레기가 한데 모여 있다 보니 진압도 쉽지 않아 며칠 동안 불길을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마포구 자원회수시설 쓰레기 벙커에 모인 폐기물. 약 4000톤이 쌓여, 자연발화로  화재가 발생하기도 한다. 사진=전다현 기자

 

앞서의 B​ 씨는 “언론에 알려진 사건을 제외하고도 크고 작은 화재가 굉장히 많이 발생했다. 3년 전에도 화재가 난 적이 있는데, 4분도 채 되지 않아 건물 전체에 연기가 가득 찼다. 대피할 시간도 없었다. 지상도 이 정도 수준인데, 지하에 있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동료들에게도 불이 나면 누굴 구할 생각하지 말고 바로 도망치라고 한다”고 하소연했다. 

 

A​ 씨 역시 “화재도 잦고, 사고도 잦은 곳이다. 회전체에 손가락이 ​빨려 들어가 ​부러지는 사고는 일상이다. 폐기물 안에 일반쓰레기가 아닌 전자제품, 고철 등도 들어간다. 그럼 그걸 직접 꺼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찔리고 베이는 사고도 일어난다. 얼굴이 골절되거나 기계에 빨려 들어가 죽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직원들은 소각장에서 실제 발생하는 사고에 비해 알려진 사고는 일부라고 주장한다. 직원 C 씨는 “대부분 소각장이 외진 곳에 있어서 소방차가 오거나 연기가 발생해도 밖에서는 잘 모른다. 이 때문에 화재가 자주 발생해도 알려지지 않는 구조다”고 설명했다. 

 

전국환경노동조합(환경노조)에 따르면 올해 6월에도 강남 자원회수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환경노조 관계자는 “회사에서도 직원들에게 화재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대부분 시설이 노후되고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화재 대응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마포구 자원회수시설 쓰레기 벙커에는 약 4000톤의 쓰레기가 모인다. 이를 크레인으로 소각로에 옮기는 구조인데, 쓰레기에서 메탄가스,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벙커에서 자연발화도 일어난다. B​ 씨는 “주민들 눈을 속이려고 서울시가 지하화 하겠다고 한 것이 아닌가. 실질적으로 배출 가스가 줄거나 더 깨끗해지는 게 전혀 아니다. 화재 위험을 고려했는지 모르겠다. 악취는 나면 안 되고,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죽어도 된다는 건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신설되는 소각장은 전부 지하화?

 

이번에 조성되는 서울시 광역자원회수시설뿐만 아니라 앞으로 들어설 소각장이 전부 지하화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단순 계산만 해봐도 소각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2020년 기준 전국 소각장은 총 441개로 연간 912만 1636톤의 폐기물을 처리한다. 반면 전국의 매립장은 299개로 연간 1215만 5959톤을 처리한다. 소각량의 133%를 매립하는 상황이다. 

 



직매립이 금지된 만큼 소각장을 더 지어야 하는데, 주민 반대를 완화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지하화’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441개 소각장 중 지하화 시설은 하남시뿐이지만, 서울시를 포함한 다수 지자체에서 신설되는 소각장의 지하화를 고려하고 있다. 최근 광주광역시 역시 대규모 소각장 건립사업을 추진하면서 시설을 전면 지하화할 계획임을 밝혔다. 

 

환경노조도 이 점을 우려하고 있다. 환경노조 관계자는 “현재 새로 짓기로 논의되는 소각장 개수보다 실제로는 더 많이 필요하다. 서울시만 해도 1000톤이 더 필요하다고 하는데, 최소 2000톤을 수용할 시설이 필요하다. 각 소각장이 1년에 50일 동안 정비기간을 갖는데, 한 소각장이 정비 중일 때 다른 소각장이 그 용량을 더 수용해 소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논의되는 소각장 용량은 이 정비기간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소각장을 다수 신설해야 하는 지자체는 주민들의 반대를 완화하기에만 급급하다. 최근 지하화 위험성에 대해 서울시에 건의했지만, ‘일단 주민 설득이 우선’이라는 태도다. 객관적으로 지하화를 해서 환경이 더 깨끗해지는 것이 아닌데도 겉으로만 보이지 않으면 괜찮다는 안일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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