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2년간 동대문 의류 시장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고, 내국인은 온라인 쇼핑몰로 고개를 돌렸다. 최근 거리두기 해제 이후 피해 산업들이 조금씩 활기를 띠고 있지만, 동대문 의류 상권은 아직도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오후임에도 영하를 유지하던 날씨, 현장으로 직접 가 보았다.
#한 층 공실률 77% 달하기도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내리니 행인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의류 매장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DDP 맞은편 대형 쇼핑몰 중 한 곳에 들어갔다. 평일 오후, 영하의 날씨에 매장 안은 한산하다 못해 적막이 감돌았다. 점주 A 씨는 “주중에는 한산하다. 주말에는 손님이 조금 늘긴 해도 매출은 크게 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메인이었던 1, 2층은 그나마 빠진 매장이 없어 괜찮았지만, 3층으로 올라가니 어려운 업계 현실이 와닿았다. 3층 매장 224곳 중 127곳이 공실로, 약 57% 수치다. 점주 B 씨는 “코로나 이전에는 공실이 하나도 없었다. 코로나가 성행하자 하나둘 빠지더니 지금은 절반 넘게 빠졌다”고 설명했다.
점주 C 씨는 “손님 수가 체감적으로 코로나 이전에 비해 100분의 1 수준이다. 개시도 못 해보고 문 닫는 경우도 허다했다”며 코로나 이후 급감한 매출에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외국인 관광객 감소도 매출 하락 요인으로 지적됐는데, 점주 B 씨는 “코로나뿐만 아니라 국제 경기가 어려워져 외국인 관광객이 더 이상 단체로 오지 않는 것 같다. 오더라도 수도 적고 소비도 적다”고 말했다. 점주 D 씨는 “더 이상 동대문 의류 매장은 옷을 사는 상업적인 곳이 아니라 아이쇼핑 위주의 관광상품이 된 거 같다. 옷은 백화점 가서 산다”며 씁쓸함을 표했다.
위층으로 갈수록 상황은 더욱 어려웠다. 어떤 층은 영업하는 매장을 세는 게 더 빠를 정도로, 공실률을 77%였다.
#점주들 투잡·쓰리잡은 기본
대형 쇼핑몰 세 곳을 둘러본 결과, 두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는 가게를 운영하는 점주들이 없다는 것이다. 점주 E 씨는 “젊은 점주들은 투잡, 쓰리잡이 기본이다. 손님이 셀프로 주인과 연락해 가져가거나, 점주가 근처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 전화가 오면 와서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손님이 없어도 임대료와 관리비는 내야 하기에 점주들은 가게를 뒤로 하고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임대인 역시 점주들의 어려운 상황을 알기에 임대료를 깎아주는 방식의 완화책을 만들기도 했다. 이에 점주 E 씨는 “임대료를 깎아줘도 여전히 어렵다. 관리비는 꼬박꼬박 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에 1만 원도 못 팔 때가 있는데, 늙은 나도 부업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라며 어려움을 설명했다.
공통점 두 번째는, 젊은 점주가 없다는 것이다. 인터뷰한 점주의 연령대는 대부분 50·60대로, 젊은 점주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점주 C 씨는 “코로나로 젊은 점주들은 다 떠나고 나이 든 사람만 남았다. 옷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데, 우리처럼 (다른 업종으로) 나가기도 뭐한 사람들만 남아 젊은 감각이 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점주들 “상권회복은 아직 멀어”
코로나 엔데믹 이후 동대문 의류업계 상권회복 가능성에 관해 점주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점주 F 씨는 “코로나가 풀린다고 하지만 실질적 체감은 바닥 수준이다. 회복하려면 한참 먼 것 같다. 1~2년은 우습고 3년은 지나야 회복이 가능할 듯한데, 그전까지 남아있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인들은 막연한 희망을 기대하고 있었다. 앞서의 점주 B 씨는 자신이 쓴 자작시라며 SNS에 올린 글을 기자에게 보여주었다. “지칠 줄 모르는 바이러스 전쟁 끝은 알 수 없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 견디는 젊은이들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있다. 어둠 끝에 빛 우리의 빛은 밝은 태양이다.”
임종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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