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올해 패션업계는 유독 ‘짝퉁’과의 전쟁으로 시끄러웠다. 리셀(재판매) 시장과 온라인 명품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정·가품 논란도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플랫폼 업체마다 검수 시스템 강화에 비상이 걸렸다.
#가품 논란 잇달자 플랫폼들 일제히 ‘검수 강화’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08년 4조 원 규모였던 국내 중고시장은 지난해 24조 원까지 커졌다. 특히 구하기 어려운 명품이나 한정판 스니커즈 등을 되파는 리셀 시장은 더욱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다. 리셀 시장의 점유율 1위로 꼽히는 ‘크림’은 지난해 기업가치가 4배 이상 성장했고, 출시 1년 9개월 만에 누적 거래액이 8000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온라인 명품 플랫폼 시장도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발란’은 작년 매출이 522억 원으로 전년(243억 원)보다 2배 이상 뛰었고, ‘트렌비’도 지난해 매출이 217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171억 원)보다 27% 늘어난 수치를 보였다. ‘머스트잇’은 지난해 거래액이 3500억 원을 달성했으며, 지난해까지의 누적 거래액이 1조 원을 돌파했다.
덩달아 커진 것은 ‘짝퉁’ 논란이다. 개인 간 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중고시장의 특성상 가품 사기가 빗발치는 데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도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판매하기 위해 병행수입, 오픈마켓 등을 선택하면서 가품 유통 차단을 완전히 막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가품 논란이 계속되면서 온라인 명품 및 중고거래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도 떨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짝퉁’ 찾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너도나도 검수인력 확대와 검수기준 강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크림은 거래가 이뤄지는 모든 상품을 자체 검수센터에서 검수한다는 원칙이다. 성수, 당산에 2곳의 검수센터를 운영 중이다. 크림 측은 검수센터를 확대하고 자체 검수 기준을 계속해서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트렌비는 지난달 초 내부적으로 운영해 온 명품 감정 서비스를 독립 법인으로 분리해 ‘한국정품감정센터’를 설립했다.
번개장터는 4월부터 명품 및 스니커즈 약 20개 브랜드에 정품 검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12월 1일에는 서울 성수동에 약 530평 규모의 ‘정품 검수 센터’를 오픈했다고 밝혔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번개장터 검수 인력은 전문 검수팀과 CS 전담팀으로 구성돼 고도화된 검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시계 전문가를 영입해 감정 교육 체계화에 힘쓰며 검수 인력 확충 및 관련 기술 고도화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수 전문 인력? ‘자격증 하나면 OK’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가품 판정은 1차·2차로 나눠 검수자가 상품을 검수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검수자들은 업체별 검수 기준에 맞춰 직접 상품을 살피며 정·가품 여부를 판별한다. 결국 검수자 한 두 사람의 판단으로 정·가품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다. 검수자의 역량과 판단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특히나 나날이 가품의 제조 기술이 교묘해지는 상황이라 숙련된 베테랑 검수자가 절실히 필요하다.
하지만 경험이 충분한 전문가 모시기는 쉽지 않다. 검수센터를 확대하는 플랫폼이 늘면서 인력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검수해야 할 물량은 넘치는데 검수자는 늘 부족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제대로 실력을 갖췄다고 보기 힘든 초보자를 채용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플랫폼 업계가 흔히 말하는 전문 검수 인력이란 ‘명품감정사’ 자격증 취득자를 말한다. 명품감정사 자격증은 민간 자격증으로 사설 업체에서 가방, 시계, 귀금속에 대한 감정 교육을 수료한 뒤 시험에 합격하면 취득할 수 있다.
자격증 취득을 위한 교육 과정은 업체마다 다르다. 40시간의 교육만으로 과정을 수료할 수 있는 곳도 있고, 80시간을 채워야 하는 곳도 있다. 한 업체의 경우 가방 검수 교육이 16시간 진행되는데, 단 16시간 내에 수십 개의 명품 브랜드에서 나오는 가방의 정·가품 감별법을 익혀야 한다.
시험에 합격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는 설명이다. 사설업체 관계자들은 “교육만 수료한다면 대부분 한 번에 취득할 수 있다”, “나이가 아주 많은 어르신이 간혹 재시험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면 거의 한 번에 합격한다”고 전했다.
감정사들은 자격증 취득만으로 이들을 전문 인력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한다. 명품 감정에 대한 기초적 지식을 습득하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한 명품감정원 관계자는 “교육을 수료해 자격증을 취득해도 능숙하게 감별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공부하고 경험을 많이 쌓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격증 취득자도 처음에는 혼자 감정하기가 쉽지 않다. 책이나 자료 등을 다시 찾아보며 감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격증을 취득했더라도 아직 전문가라 부르기는 다소 억지스러운 상황이지만, 인력 부족을 겪는 플랫폼 업계는 이들을 서로 모셔가느라 바쁘다. 한 명품감정사 교육기관 관계자는 “유명 명품 플랫폼 등에서 감정 인력 부족을 호소하면서 먼저 연락이 온다”며 “교육을 수료한 학생 중 취업을 원하는 지원자를 연결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업계는 채용 후에도 자체 교육을 충분히 진행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설명이지만 검수 물량이 늘면서 시간에 쫓기는 업체들이 교육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할지는 의문이다. 한 명품감정원 관계자는 “교육 후에도 충분한 실무 경험이 필요하다”며 “명품 감정은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쌓여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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