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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인잡] 직장 내 파벌이 아닌 '내 편'을 만드는 현명한 방법

적당한 거리감과 일관된 공평함이 핵심…기대감 없으면 뒷통수 맞을 일도 없어

2022.11.30(Wed) 13:14:32

[비즈한국] 직장에서 ‘내 편’​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두는 것이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하니, 막상 ‘​내 편’​은 어떻게 만드는 것인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내 편 만들기’​를 ‘​친목도모 하기’​ 더 나아가 ‘​친목질 하기’​라고 받아들일 사람은 아마도 없겠지만 노파심에 최근 있었던 사례 하나를 공유하고자 한다. 

 

외부 채널을 통해 익명으로 투서가 하나 들어왔다. 한 부서에서 장기 근무중인 직원 A를 중심으로 형성된 파벌 때문에 부서 분위기가 엉망이고 공공연한 왕따가 벌어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필이면 20명이 넘는 부서원 가운데 중간관리자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여성 근로자인 여초부서였다. (필자 역시 여성이지만, 여초부서에서 파벌 싸움이나 따돌림이 보다 빈번히 일어나는 것은 사실이므로 성차별적 발언이라 생각하지 않길 바란다.)

 

직장 내에서 ‘내 편’​을 만드는 건 중요하지만 그것이 파벌로 발전했을 때는 많은 부작용을 야기한다.

 

부서장을 필두로 팀원 전수를 면담했다. 부서장과 중간관리자 3명 모두 A에 대해 상급자인 본인들도 컨트롤하기 어려워 종종 눈치를 볼 정도라고 답했다. ‘부서 내 파벌이 있는지’​에 대해 팀원들의 답변은 엇갈렸다. 그러나 최근 3년간 신규 전입된 팀원들은 파벌이 있으며, 팀장도 아닌 A가 오히려 팀원들의 휴가사용이나 지각 등의 근태를 챙기거나 업무 지적을 하는 등 과도하게 텃세를 부린다고 답했다. 또한 사내에서 꽤 선호도가 높은 전문 부서였음에도 신규 전입 1년 이내 휴직, 퇴직, 혹은 재전보를 희망하는 직원이 많았던 이유에 대해서도 추가로 사실을 확인해 봐 달라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 A는 면담이 시작되자마자 “내가 파벌을 형성한다고 누가 그러더냐”​는 질문을 역으로 던지며 언성을 높였다. 더불어 “신고한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이 간다”​라는 표현도 서슴치 않았다. 

 

어느 집단이나 가장 오래된, 소위 ‘터줏대감’​ 격의 구성원은 있기 마련이다. 회사 경영사정 상 업무의 연속성 혹은 전문성 때문일 수도 있고, 혹은 경력자를 갑자기 타 부서로 이동시킬 경우 상급자가 귀찮은 일이 많아지기 때문에 부서장 입장에서 전출을 미루거나 거부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최악의 경우로 어느 부서에서도 받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치는 ‘고문관’​ 일 수도 있다. A는 대내외적으로 업무능력은 꽤 인정받는 직원이었기에 회사에서 20년 가까운 기간동안 부서이동 없이 장기 근무시키며 본의 아니게 터줏대감으로 키워진 경우였다. 

 

터줏대감은 자신의 터를 지키며 사악한 기운을 없애고 잡귀를 쫓아내는 등 집안의 사람들을 보호하고 관장하는 신이다. 그런데 A는 집안 사람들 모두를 공평하게 지킨 것이 아니라 본인 기준에 ‘내 사람’​ 범주에 드는 사람들에 한해서만 그 힘을 발휘했다. 같은 집에 살고 있는데 내 품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들과는 점심도 같이 안 먹고 인사도 안 받았다. 새로 발령 받은 상급자들도 무시하기 일쑤에, 아무도 시키지 않았음에도 군기반장을 자처하며 전입 직원의 기강을 잡아왔다. 조직 내 소수와의 과도한 친밀함은 본인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그 안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에게는 소외감을 주게 되고, 더 나아가 팀워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런 경우 구심점이 되는 사람을 타 부서로 전보시키고 직무내용을 변경하는 것이 최선이다. 면담 결과만으로 ‘파벌이 존재한다’​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는 없었으나, 한 부서에서 장기간 근무한 직원으로 인해 조직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은 확인되었기에 부서장 협의하에 정기 인사이동 명단에 A를 포함했다. A는 부당한 전보라며 고충을 제기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의원퇴직했다. 

 

간혹 회사에서 과도하게 언니-동생 혹은, 형님-동생 하며 가깝게 몰려 다니는 직원들을 마주하면 그들이 언젠가 맞게 될 ‘뒷통수’​나 ‘​배신감’​이 걱정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배신이나 뒷통수라는 단어는 정말 친밀한 관계에서나 사용하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서로 큰 기대 없이 적당히 거리감 있는 직장 동료로서만 대하면 뒷통수 맞을일도, 배신감 느낄 일도 없을텐데 굳이 과도한 친분을 맺었다가 뒤늦게 상처받는 경우가 꽤 있다. 여러 사람, 여러 조직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부서 간이나 담당자 간에 이해가 상충되어 논쟁할 일도 생기고, 예산이든 업무 우선순위든 힘의 논리에 밀려 패배하는 경우도 수시로 발생한다. 그럴때마다 ‘어떻게 저 언니가, 저 형님이 나에게 그럴 수 있나’​ 라며 상처받으면서 일할 필요가 있을까. 

 

최근 리서치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 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조직문화 관련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3.2%가 직장에서 인간관계를 잘 형성해 두면 업무적으로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연령대 별로 온도차가 극명하게 벌어진다. 저연령층 일수록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를 회사를 그만두면 끝나는 관계(20대 41.2% VS. 50대 24.0%)로 인식하고 있으며, 회사에선 일만 잘하면 된다(20대 36.4% VS. 50대 18.4%), 회사밖에선 회사 사람들과 일절 만나지 않는다(20대 40.4% VS. 50대 22.4%), 직장 동료에게 최대한 사생활을 숨긴다(20대 43.2% VS. 50대 27.6%)고 답변했다. 직장에서 인간관계를 잘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젊은 층으로 갈수록 굳이 사적 친분까지는 필요하지 않다고 여긴다. 

 

직장은 노동을 하고 급여를 받는 것이 목적인 장소이지, 친목을 도모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다. 물론 일주일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장소이기 때문에 매일 부딪히는 사람들과 공존하며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적절한 친분 또한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딱 두 가지만 기억했으면 한다. ‘적당한 거리감’​ 그리고 ‘​일관된 공평함’이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존중하는 자세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고 대하되 큰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지위여하를 막론하고 모두에게 일관되고 공평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역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까칠하고, 공평하게 친절하고, 공평하게 선 긋고 거절하고, 공평하게 협력하고자 노력한다. 상급자이든 하급자이든, 같은 부서원이든 다른 부서원이든 그 누가 되었든 간에 말이다. 그저 누구의 라인도 아닌 ‘내 라인’​으로 ‘​내 방식’​대로 ‘​내 이름’​에 먹칠 안할 정도의 책임감을 갖고 일할 뿐이다. 그렇게 적당한 간격을 지키며 오직 ‘​일’​로서 오랜 기간 신뢰를 쌓다 보면 회사 내에 생각보다 많은 ‘​내 편’​을 만들 수 있다. ​

김진 HR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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