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당근마켓이 창립 이후 처음으로 대표이사 교체 카드를 꺼냈다. ‘만년 적자’를 벗어나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새로 신임된 황도연 대표가 당근마켓의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비즈프로필 부문을 이끌어온 만큼, 로컬 커머스 영역을 키워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성보다 커뮤니티 구축 우선이라던 당근마켓, 대표이사 교체 결정
당근마켓이 28일 황도연 사업 부문 총괄 부사장을 대표로 신규 선임했다. 김용현·김재현 공동대표 체제에서 김용현, 황도연 각자대표 체재로 재편된다. 당근마켓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부터 글로벌 사업에 집중해왔던 김용현 대표는 캐나다 현지에 머물면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총괄할 예정이다. 새로 신임된 황도연 대표가 국내 사업과 경영을 총괄한다. 김재현 전 대표는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직책을 전환한다.
이번 당근마켓의 대표이사 교체에는 유독 높은 관심이 쏠린다. 창립 7년 만에 처음으로 대표이사가 교체됐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은 “서비스 경쟁력 강화는 물론, 기업의 내실 있는 성장과 속도감 있는 비즈니스 전개를 위해 황도연 부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이사 교체를 수익성 개선에 대한 의지로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그간 당근마켓은 광고 수익에만 의존해왔으나 적자 폭은 매년 커졌다. 당근마켓의 매출액은 2019년 31억 원에서 지난해 257억 원으로 확대됐지만, 영업손실은 같은 기간 72억 원에서 352억 원으로 늘었다.
계속되는 적자에도 당근마켓이 광고 수익에만 의존한 것은 김용현 대표와 김재현 전 대표의 확고한 철학 때문이었다. 당근마켓을 공동창업한 이들은 수익성보다는 지역 기반 커뮤니티 구축을 우선으로 했다. 당근마켓의 적자 누적에 대한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되는 상황에서도 지역 플랫폼 내 연결 강화에 대한 뚝심을 보여왔다.
당근마켓은 기존의 서비스 방향성을 유지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키워가겠다는 설명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지역 생활 커뮤니티로서 당근마켓의 비전 방향을 유지하며,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을 균형 잡힌 시각에서 성장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로컬 서비스의 이점을 살려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비즈프로필, 당근알바, 지도, 부동산 직거래, 중고차 직거래 등 같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들을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성장시키겠다”고 전했다.
#비즈프로필 키우는 당근마켓, ‘불편한 플랫폼’ 벗어날까
황 대표가 키운 비즈프로필은 동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이용할 수 있는 홍보 채널이다. 비즈프로필에 가게, 상품 홍보글을 무료로 올릴 수 있고, ‘단골’을 맺은 고객에게는 가게 소식이 당근마켓 홈피드에 반영된다. 당근마켓은 비즈프로필을 활용해 가게를 홍보하고 있는 전국의 동네 가게가 약 60만 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비즈프로필 확대는 당근마켓 수익원 증가로 연결된다. 자영업자가 비즈프로필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은 무료지만, 더욱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 지역광고를 연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당근마켓의 매출액 256억 원 중 254억 원이 이 지역광고에서 나왔다. 원두 판매점을 운영하는 A 씨는 “예전에는 가게 홍보를 할 때 주로 전단지를 돌렸는데, 요즘은 SNS 마케팅이나 당근마켓 비즈프로필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은 올해 비즈프로필을 키우는데 큰 공을 들였다. 기존에 가게 홍보 창구 기능에 그쳤던 비즈프로필에 지난 9월 상품판매 기능을 더해 로컬 커머스로 업그레이드 했다. 최근에는 ‘당근페이’의 선불 충전금인 ‘당근머니’ 결제 기능을 오픈했다. 중고거래를 통해 쌓은 당근머니로 상품 결제까지 가능하도록 한 것인데, 당근페이 사용률이 높아지면 결제 수수료 수익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비즈프로필의 커머스 기능은 아쉬운 부분이 많다. 제과점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비즈프로필의 상품판매 기능이 있지만 거의 주문은 들어오지 않는다”며 “결제 기능이 있더라도 손님이 다시 매장에 와서 빵을 가져가야 하므로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고객이 비즈프로필에서 상품판매 기능을 이용할 때, 앱에서 결제하더라도 다시 상점을 방문해 상품을 픽업해야 한다는 점에서 판매 기능은 불편함이 크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상점에서 자체 배송을 해주는 경우나 미리 결제 후 방문하는 네일, 미용 등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사용할 수 있다”며 “당근마켓이 지역 기반 서비스인 만큼 동네 가게를 직접 찾아가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상품 결제 시 할인 쿠폰이 적용되지 않는 등의 기술적 문제 등도 취약점으로 지적된다. 과일 전문점을 운영하는 B 씨는 “비즈프로필에 과일 무료배송 쿠폰을 올렸는데, 결제 시 적용이 안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결국 상품 결제 기능을 이용하지 않고 계좌로 입금 받았다. 아직 서비스에 불편한 점이 많다”고 전했다.
당근마켓은 기술적 문제를 보완하는 과정에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의 관계자는 “현재는 오프라인 매장 방문으로 고객이 연결될 수 있도록 쿠폰을 다운로드 받은 뒤 매장에 방문해 결제 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결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쿠폰 적용 후 당근머니 등으로 결제하는 기능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
'국정농단 연루' 차은택 감독, 논현동 빌딩 179억 원에 매각
·
한화손해보험 2분기 연속 자본잠식·RBC도 흔들, 재무건전성 확보 비상
·
'공유 킥보드도 난린데…' 강남에 등장 '공유 스쿠터'에 우려 나오는 까닭
·
화장품 샀는데 '식품은 환불 불가'…갈 길 바쁜 컬리, '기본' 잊었나
·
[현장] 30만 몰린 트레이더스 유료회원제에 말 나오는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