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화그룹 계열 보험회사인 한화손해보험이 올해 3분기 연결 재무제표상 완전자본잠식에 육박하는 등 2분기 연속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몰려 재무건전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한화손해보험은 올 들어 보험사의 재무 전전성과 관련한 중요 지표인 지급여력(RBC) 비율에서도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 선상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지속하는 양상이다. 한화손해보험은 이달 여의도 사옥 매각을 완료한 데 이어 증자 추진 등 자본 확충을 위해 연말까지 분주한 일정을 보낼 것으로 보여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국거래소 기준 자본잠식 항목은 최근 사업연도 말 기준으로 자본금의 50% 이상 잠식된 경우에 해당한다. 종속회사가 있는 법인은 연결 재무제표상 자본금과 지배지분 자본총계(비지배지분 제외)를 기준으로 요건을 적용한다.
한화손해보험은 3분기 말 기준 자본금이 7737억 원, 지배지분 자본총계는 513억 원에 그쳐 93.3%가 자본 잠식된 상태다. 100% 이상 잠식돼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변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거의 육박한 수준이다. 비지배지분 1149억 원을 포함한 자본총계는 1662억 원이다. 이 회사는 3분기 중 우선주 3800만 주(액면가 5000원)를 전환한 1900억 원을 자본금으로 확충하면서 자본금이 기존 5837억 원에서 7737억 원으로 늘어나 오히려 자본잠식 상태가 심화되는 형국을 맞았다.
더욱이 한화손해보험은 올 반기 말 기준으로도 부분자본잠식 상태여서 2분기 연속 자본잠식 상태가 지속된 양상이다. 한화손해보험의 반기 말 기준 자본금은 5837억 원이었는데 지배지분 자본총계는 1903억 원으로 67.4% 자본잠식 상태다. 반기 말 기준 비지배지분 295억 원을 포함한 자본총계는 2198억 원이었다.
한화손해보험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금 5837억 원, 지배지분 자본총계는 1조 4178억 원, 올 1분기에도 자본금 5837억 원에 지배지분 자본총계는 7670억 원으로 자본총계가 자본금을 훨씬 상회하면서 자본잠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에 대해 한화손해보험 측은 “채권 재분류 영향으로 금리가 상승해 자본잠식으로 보이는 회계상 착시효과가 발생했다”며 연말까지 재무건전성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자본확충과 재무건전성 강화를 위해 한화손해보험은 여의도 사옥 매각과 후순위채 발행, 증자를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옥 매각과 관련해 한화손해보험은 이달 이사회 의결을 거쳐 4560억 원에 한화그룹 계열인 한화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매각했다. 대신 한화손해보험은 매각한 사옥을 한화위탁관리부동산투자로부터 그대로 임차해 쓴다. 임차계약 조건은 이달부터 2027년 11월로 5년이며 보증금 81억 원에 연간 임차료 98억 원이다.
증자를 추진할 경우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최대주주인 한화생명이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은 한화손해보험 지분 절반 이상인 51.36%를 보유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내년 국제회계기준(IFRS17)을 적용하면 자기 자본이 더욱 증가해 자본 상황이 한층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들어 한화손해보험 지급여력(RBC) 비율에도 적신호가 켜진 양상이다. RBC 비율은 전 보험계약자가 일시에 보험금을 요구했을 때 보험사가 제때 지급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현행 보험업법은 100%를 넘겨야 하도록 규정하지만 금융당국은 소비자 안전장치를 위해 최소 150% 이상을 권고하며 이를 밑도는 보험사에는 이행을 압박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책임준비금 이상을, 손해보험사는 종목별 위험도를 따져 RBC 비율을 정한다.
한화손해보험 RBC 비율은 2021년 말 기준 176.9%였다. 하지만 올해 3월 말 기준 122.8%로 급격히 낮아지며 금융당국 권고치를 밑돌더니 올 6월 말에도 135.9%로 2분기 연속 권고치 미만 상태였다. 한화손해보험은 올 9월 말 기준 156.3%로 권고치 이상을 겨우 회복했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화손해보험의 9월 말 기준 RBC 비율은 156.3%로 전 분기 대비 20.4%포인트 상승했는데 신종자본증권, 자회사(캐롯) 유상증자, 금리리스크 감소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원은 “한화손해보험의 3분기 당기순이익은 83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및 전 분기 대비 각각 28.0%, 10.5% 증가했다”며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한 이유는 장기보험 손해율 및 사업비율 하락으로 보험영업이익이 개선됐고, 전 분기 대비 증가한 이유는 투자수익 증가에 기인한다”고 진단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유가증권(코스피)시장 상장사 중 한화손해보험을 포함해 아시아나항공 (57.3%), 티웨이항공(66.9%), KR모터스(38.49%), 티비에이치글로벌(30.89%), 금호타이어(13.41%), HJ중공업(6.96%), 평화산업(5.41%), 아센디오(3.52%) 등 9개 회사가 부분자본잠식 상태로 나타났다. 다음 달부터 코스피 상장사는 2년 연속 자본잠식률 50% 이상일 경우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아야 한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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