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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도로에 나갈 수 있을까' 스크린 운전면허학원 다녀 면허 땄지만…

6개월 운전 연습해 '2종 보통' 취득…전문가 "하루 반이면 면허 딸 수 있는 시험 제도가 문제"

2022.11.25(Fri) 09:51:26

[비즈한국] 50시간. 기자가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스크린으로 ​운전을 연습한 시간이다. 운전을 스크린으로 배우다니. 5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6개월에 걸친 대장정 끝에 ‘스크린 연습’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데 성공했다. ​

 

운전 시뮬레이션이 작동하는 모습. 최근 스크린 운전면허학원이 인기다. 기존 운전면허학원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연습시간도 길기 때문이다. 사진=전다현 기자

 

#스크린 운전면허학원, 직접 다녀보니

 

최근 스크린 운전학원이 대학가를 중심으로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는 전국에 70여 개 연습장이 있을 만큼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그러나 전문 운전면허학원과 달리 이곳에서 시험은 볼 수 없다. 도로교통공단에서 운영하는 시험장에서 시험을 치러야 한다. 한 번도 ‘실제로’ 차를 몰아보지 못하고 시험을 보는 구조이지만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기자도 직접 경험해보기로 했다. 스크린 운전면허학원 중 가장 가맹점 수가 많다는 A 학원에 등록했다. 회사와 가까워 퇴근 후 가기도 안성맞춤. 대학 시절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 학원을 알아봤다가 포기한 기억이 떠올랐다. 적게 들어도 최소 60만 원, 몇 번 시험에 떨어질 가능성을 고려하면 100만 원이 훌쩍 넘어갔다. 다른 진입장벽도 높았다. 전문 학원에 다닌 지인들의 공통적인 불만은 ‘강사가 불친절하다는 것’. 반말은 기본이고, 언성을 높이거나 막말하는 경우가 많아 100만 원 내고 혼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러 학원의 후기를 꼼꼼히 살펴보니 어디에도 등록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포기한 운전면허학원을 약 5년 만에 다시 도전했다. 이번엔 ‘스크린’이다. 의문도 생겼다. 시뮬레이션으로 연습해서 실제 운전을 할 수 있을까?

 

한 스크린 운전면허학원에 붙어 있는 포스터. 낮은 가격에 면허를 준비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사진=전다현 기자

 

실내 운전 연습장은 깔끔했다. ‘2종 보통’ 기준으로 기능·주행 연습 무제한은 44만 원. 대학생이거나 등록 동반 할인 등을 적용하면 40만 원으로도 가능하다. 커피와 초콜릿 등 간식거리도 구비돼 있었다. 한 연습장에 시뮬레이터는 총 4개. 미리 연습 시간을 예약해 연습하는 구조다. 

 

처음 시뮬레이터를 이용할 때는 마치 자동차 게임을 하는 기분이었다. 정해진 커리큘럼대로 강사가 지도해주고, 나머지 시간은 자율적으로 연습한다. 나름 정교함을 자랑하는 시뮬레이터는 주변 식당이나 가게, 구조물 등을 비슷하게 재현했다. 강사는 1 대 1로 친절하게 설명했다.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었다. 

 

직각 주차나 우회전, 좌회전 등 어려운 구간은 반복적으로 연습할 수 있었다. 주 1~2회, 회당 2시간 정도 비정기적으로 연습했다. 연습하지 못하는 주도 있었다. 고정적으로 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안성맞춤인 방식이다. 다만 이용자가 많아 1주일 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예약이 찬 경우가 많았다. 이용자는 주로 20대였지만, 40대 이상 주부나 외국인도 종종 눈에 띄었다. 

 

#필기는 ‘앱’으로 기능은 ‘공식’으로

 

필기시험은 수강자가 혼자서 공부해 시험을 치러야 한다. 다만 학원에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아 공부하거나 테스트할 수 있다. 필기는 앱으로 3시간 정도 공부한 뒤 치렀다. 공부한 문제가 거의 나오지 않았지만 합격했다. 운이 좋았다. 

 

약 20시간 정도 연습을 한 후 강사가 기능시험을 보라고 권했다. 서울에는 도로교통공단에서 운영하는 시험장이 4곳이지만, 학원에서는 이 중 비교적 쉬운 곳에서 시험을 보라고 조언한다. 

 

첫 기능 시험은 7월 25일. 항상 시뮬레이션으로 100점을 맞았기에 자신감을 갖고 시험장에 들어섰다. 그런데 차에 탑승하자마자 느껴지는 당혹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차체 높이와 시야, 핸들 등 모든 게 달랐다. 차선과 연석을 기준으로 차 위치를 가늠했는데, 이것도 어려웠다.  

 

우회전과 좌회전,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실제 공간이 시뮬레이션보다 더 넓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직각 주차. 보도블럭을 기준으로 핸들을 돌렸는데, 스크린과 위치가 전혀 달랐다. 시뮬레이터와 달리 핸들도 자동으로 돌아가지 않아서 핸들을 푸는 데만도 꽤 당황했다. 결국 주차 시간이 흘러 탈락했다. 허탈감이 들었다. 

 

다시 학원으로 돌아갔다. 의지가 꺾여 일주일에 한 번도 연습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경험을 해보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다. 시뮬레이터와 실제 차가 어떻게 다른지 알았으니 당황하지 말자. 5시간 정도 더 연습한 후 9월 두 번째 기능시험을 보러 갔다. 첫 번째 시험에 떨어진 이후 무려 한 달 반이 지났다. 

 

두 번째시험을 보면서 생각한 것은 ‘무엇이 보이더라도 신경 쓰지 말고 공식대로만 하자’였다. 왼쪽으로 두 번, 오른쪽으로 끝까지…. 직각주차를 무사히 넘겼다. 나머지는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합격의 기쁨도 잠시, 주행이라는 큰 산이 남아 있었다. 

 

첫 연습은 좁은 도로를 직선으로 달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익숙해지자 차선 변경을 반복적으로 연습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코스를 연습했다. 모의시험도 봤다. 기계가 자동으로 점수를 책정하거나 강사가 옆에서 점수를 매겼다. 

 

주행시험은 처음부터 자신이 없었다. 시뮬레이션과 얼마나 다를지 예상이 안 갈뿐더러 실제 도로를 달려야 하기에 무서웠다. ‘이 상태로 운전을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20시간 넘게 주행시험을 연습한 후 첫 시험을 보기로 했다. 11월 7일. 학원을 등록한 지 약 5개월이 지난 시간이었다. 두 달, 늦어봐야 세 달이면 면허를 취득할 거라고 예상했는데, 오산이었다. 

 

첫 주행시험은 어떻게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정신없었다. 옆에는 감독관이, 뒷좌석에는 다른 시험자가 동승했다. 예상대로 연습과는 많이 달라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시야도 좁아졌다. 시뮬레이션은 오른쪽 사이드미러가 가까이 있어서 고개를 많이 돌리지 않고 확인이 가능했는데, 실제 차는 거리가 더 먼 데다 감독관까지 타고 있으니 확인하기가 더 어려웠다. 거의 종료지점까지 가기는 했지만, 사이드미러 미확인 등이 누적돼 탈락했다.

 

일주일 후 두 번째 주행시험을 봤다. 당일 2시간 연습 후 시험장에 들어갔다. 이번엔 3분 만에 탈락했다. 첫 번째 우회전에서 완전히 일시정지 하지 않은 탓이다. 브레이크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시험을 보면서 가장 큰 문제는 액셀러레이터와 브레이크 페달이었다. 시뮬레이션은 부드럽게 조작됐지만, 실제는 아니었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온몸이 앞으로 쏠렸다.

 

시뮬레이션으로 ​아무리 ​연습해도 실제와는 달랐다. 무엇이 다른지 깨달은 건 세 번째 주행시험에서다. 시뮬레이션과 달리 실제 차로 끝까지 브레이크를 밟으면 급정거한다던 강사의 말을 기억하며 머릿속으로 ‘부드럽게’를 주문했다. 첫 번째 정지선에서 브레이크를 절반만 밟았다. 차는 완전히 그리고 부드럽게 정지했다. 

 

자신감이 붙었다. 이후부터는 순탄하게 흘러갔다. 버스가 앞에서 급정거 하거나 공사 중인 차선이 있는 등 도로 상황이 좋지 않아 난이도가 높았지만, 브레이크 밟는 법을 터득했으니 걱정할 일이 없었다. 양쪽 사이드미러도 의식적으로 확인했다. 15분가량 주행하면서 브레이크와 액셀 조작법을 익혔다. 고속도로도 운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디어 합격. 2종 보통 면허를 취득했다. 약 6개월 만이다. 얼떨떨했다. 시험장에서 운전한 것을 제외하고 실제로 차를 운전해보지 못한 상황이다. 필기는 한 번, 기능은 두 번, 주행은 세 번 만에 합격했다. 

 

필기는 한 번, 기능은 두 번, 주행은 세 번 만에 합격했다. 6개월이 걸렸다. 사진=전다현 기자

 

실제 운전 감각을 학원이 아닌 시험장에서만 익혀 다행이라 생각이 든 것은, 기존 운전면허학원에서 한 번 시험에 떨어질 때마다 7만 원을 냈다는 지인의 말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에서 운영하는 시험은 기능 1만 5000원, 주행 2만 5000원 수준이라 몇 번을 다시 보더라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다. 가성비만 따진다면 시험을 보면서 연습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크린 학원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한 사람들도 만나봤다. 장단점이 명확했다. 공교롭게도 합격한 날 같이 동승한 시험자도 스크린 운전면허학원에서 연습해 합격한 경우다. 20대 남성인 A 씨는 “20살 때 한 번 도전했다 실패하고 스크린 학원을 통해 다시 도전했다. 오늘 떨어질 줄 알았는데 합격해서 너무 기쁘다”고 전했다. 

 

 

작년 스크린 운전면허학원을 통해 운전면허를 취득한 20대 여성 B 씨는 “처음엔 일반 운전면허학원에서 배웠는데, 다니다가 그만뒀다. 강사가 불친절하고 몇 번 연습하지도 않아 시험도 어려웠다. 조금만 실수하면 소리 지르고 화내고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았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러다 다시 스크린 학원을 등록했는데, 친절해서 좋았다. 될 때까지 연습할 수 있고 저렴한 가격에 합격할 때까지 가르쳐 주는 게 장점이다. 다만 기능까지는 괜찮았는데 도로주행은 실제와 달라 부모님 차로 따로 연습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 C 씨는 “가격이 저렴하고, 예약 시스템이 편리했다. 체인이라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할 수 있다는 지리적 장점도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능한 시간에 연습했다. 다만 시뮬레이션으로 할 때는 잘했는데, 실제 시험에서는 감점을 받아 몇 번 시험을 다시 봤다. 결국 합격했지만, 실제 운전은 못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사고율 높아질까 우려…전문가 “운전면허 시험에 근본적 결함”

 

스크린 운전면허학원이 많아지고, 시뮬레이션 연습만으로 운전면허를 취득하는 경우가 생기다 보니 우려도 나온다. 전국자동차운전전문학원연합회는 ‘시물레이션을 갖추고 운전학원 등과 유사한 명칭으로 실내 운전연습장을 운영하는 경우’를 불법이라고 규정하며 수강생에 주의를 주고 있다. 게임과 같이 시뮬레이션으로 운전을 연습하기 때문에 실제 운전 감각을 습득하지 못하고, 사고를 내는 일이 많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실내 운전면허 연습장이 늘어나는 것은 제도적 문제라고 지적한다. 운전면허 제도에 결함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수순이라는 설명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우리나라 운전면허가 13시간, 하루 반이면 딸 수 있는 구조다. 세계에서 가장 제도가 낙후됐다. 일본이나 중국은 60시간으로 교육시간이 강화되고, 호주는 2년, 독일은 3년이 소요된다. 우리나라는 기준이 낮기 때문에 시뮬레이션 학원이 생기는 것이다. 일반 학원에서도 하루 교육하고 면허시험을 본다. 이건 학원들의 문제가 아니라 시험 제도 자체의 문제다. 이런 학원들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이렇게 면허를 취득해도 바로 도로 운전이 어려운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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