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연안식당’ ‘고래식당’ ‘신마포갈매기’ 등을 잇달아 성공시킨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디딤이 흔들리고 있다. 자금난과 실적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던 차에 최대 주주인 정담유통의 지배력까지 약화되고 있는 것. 디딤은 K-콘텐츠로 신사업을 하겠다며 사명까지 바꿨지만 향후 사업 전망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코스닥 상장사이자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 디딤이 자금난으로 인해 결국 주인이 바뀔 위기에 놓였다. 배달 전문 업체 정담유통은 지난해 디딤을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당시 400억 원 넘는 인수 비용에 비해 자본금(약 6억 원)이 턱없이 모자랐던 정담유통은 대부분 차입으로 디딤을 인수했는데, 이후 자금 문제가 해결하지 못한 것. 정담유통은 지난해 7월 상상인저축은행,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 등에 주식담보 대출로 차입금을 마련해 이를 연장해왔다.
17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정담유통은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에서 받은 주식담보 대출의 기한이익을 상실(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빌려준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할 권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은 10일 정담유통의 주식 30.73%(1414만 1495주)의 처분 권한을 취득했다. 정담유통이 11월 2일 주식담보 대출을 연장하면서 돌아오는 만기 종료일(상환일)은 12월 2일로 정해졌다. 정담유통은 11~15일에 걸쳐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의 담보 주식 중 4만 주를 주당 1200~1215원에 장내 매도했다.
이 같은 상황에 소액주주 사이에서 “주인 없는 회사가 되는 것이냐”라는 우려가 나온다. 상상인금융그룹 계열 저축은행이 과거 부실한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주식담보 대출을 시행해 금융당국의 조치를 받은 적이 있다는 점도 주주들의 불안감을 키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담보 주식의 처분 여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라고 전했다.
자금 이슈와 더불어 디딤의 본업과 신사업 상황에도 시장의 눈길이 쏠린다. 디딤은 21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사명을 바꿨다. 새 이름은 ‘디딤이앤에프’로, 사유는 ‘회사 경영목적 및 신규사업추진 전략에 따른 변경’이다. 디딤은 임시주총에서 신규 사업목적을 추가했다. 만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 디지털 콘텐츠의 개발·제작·유통·판매업과 디지털 콘텐츠의 온라인·모바일 서비스, 콘텐츠·저작권 판권 유통사업 등이다. 3월 정기주총에서 결의한 화장품 제조·판매업은 삭제했다.
디딤은 지난 7월 웹툰 플랫폼 투믹스와 드라마 제작사 아이윌미디어와 글로벌 한류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K-푸드와 K-콘텐츠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것’이 목표다. 디딤이 보유한 외식 브랜드를 웹툰·드라마의 소재나 배경으로 쓰는 식이다.
디딤은 콘텐츠 업체와 업무협약뿐만 아니라 투자로도 얽혀있다. 직접 투자하거나, 투자받으면서다. 2월과 6월에는 웹툰 플랫폼 ‘탑툰’을 운영하는 콘텐츠 업체 탑코가 제8회차, 9회차 전환사채 인수로 디딤 지분 9.65%를 확보했다. 디딤은 7월 전환사채 발행으로 마련한 자금을 투믹스홀딩스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투자에 나섰다. 최근에는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제작 기업인 테라핀(구 코핀커뮤니케이션즈)이 디딤의 전환사채 40억 원가량 확보하면서 지분 5.51%를 보유했다. 테라핀은 투믹스홀딩스의 모기업이자 투믹스를 인수한 업체다.
외식업체인 디딤이 갑작스럽게 웹툰 사업에 나선 배경엔 본업의 위기가 있다. ‘신마포갈매기’ ‘연안식당’ ‘고래식당’ ‘도쿄하나’ ‘백제원’ ‘공화춘’ 등 다양한 외식 브랜드로 국내외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펼쳐왔다.
직영점과 가맹점을 합쳐 2019년 490개에 달하던 디딤의 외식 브랜드 매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2020년엔 414개, 2021년 308개로 빠르게 감소했다. 3분기 기준 매장 수는 270개까지 줄었다. 고래감자탕·고래식당 등 일부 브랜드는 직영 매장이 아예 없어졌고, 주요 브랜드인 연안식당의 가맹점 수는 100개 미만으로 급감했다.
외형 축소는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매출은 2020년 809억 원에서 2021년 666억 원으로 줄었다. 이번 3분기 누적 매출은 453억 원으로 전년 동기 478억 원보다 5.2% 감소했다. 적자 폭도 커졌다. 2020년 영업 이익 -133억 원에서 지난해 -64억 원으로 적자를 절반가량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올해 3분기 누적 영업 이익이 -58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52억 원) 대비 늘어났다.
디딤의 불안정한 행보는 주가에도 반영됐다. 지난해 6월 18일 종가 2325원을 기록한 주가는 급격하게 떨어져 올해 1월 25일 991원까지 내려앉았다. 주가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다 지난 6월 28일 장중 2035원까지 치솟았다. 이날은 디딤이 본사가 있는 인천 연수구에 182억 원대 사업용 토지·건물을 양수한다는 결정을 공시한 날이었다. 그 뒤로 주가는 급락해 23일 기준 1190원을 기록했다.
디딤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반복하며 자금을 조달해왔는데, 이로 인해 소액주주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자로 인해 주식 가치가 떨어지거나, 전환사채 전환 청구 시기가 왔을 때 투자자가 팔고 나가면서 주가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익명의 외식 프랜차이즈 전문가는 디딤의 상황에 관해 우려를 표했다. 이 전문가는 “가뜩이나 외식업계에 상장사가 드문데, 디딤의 사례가 시장에 안 좋게 비춰질 수 있다”라며 “최근 사모펀드가 외식업체에 투자해 성과를 거두면서 분위기가 조금 바뀌기는 했지만 여전히 외식업은 전망이 불투명하고 손해를 보기 쉽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외부 자금을 계속 끌어오고, 외식과는 전혀 상관없는 웹툰 사업에 나서는 것이 바람직한 경영 방식인지 의문이 든다”라며 “코로나19를 거치며 외식업계는 양극화하고 있다. 잘 되는 업체는 승승장구하고, 그렇지 못한 곳은 도태되는 식이다. 신사업이란 기존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어 성장하기 어려울 때 하는 것이다. 디딤도 외식 사업을 너무 벌인 것은 아닌지 본업부터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짚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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