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일본은행이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과 엇갈린 방향의 정책을 유지하면서 엔저와 저금리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엔화를 투자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외국인에 대한 일본 자유 여행이 풀리면서 엔화 환전 수요도 몰리고 있다.
하지만 엔화 가치에 대한 방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에 환 투자 여부를 쉽게 판단내리기 어렵다. 엔화 가치가 역사적으로 낮은 만큼 엔화 평가 절하 속도가 둔화될 것, 글로벌 매크로 불확실성으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엔화 약세 기조도 이어질 것 등과 같은 여러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확실한 것은 엔화로 환차익을 누리려면 전 세계적인 금리인상 기조가 완화되거나 일본은행이 통화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사실이다. 후자의 경우, 내년 4월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퇴임 이후 기대할 수 있지만, 가능성은 전 세계 금리인상 기조가 마무리되는 시점이 더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최소 구로다 총재의 임기가 끝나는 내년 4월 이후에나 통화정책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엔화 강세가 추세를 형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히려 현 시점에서는 환 투자보다는 일본 부동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더 높을 수 있다. 환차익과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장승우 대신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투자를 위한 대출 금리가 여전히 낮고,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엔저 현상이 일본 부동산을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주요 도시 오피스 캡레이트(Cap Rate·부동산 매입금 대비 순수익률)는 뉴욕 5.5%, 런던 4.6%, 파리 4.3%, 도쿄 3.7%, 서울 3.3%, 싱가포르 2.6% 수준이다. 도쿄 오피스는 중간에 위치하고 있지만, 각 국가별 국고채 금리 수준을 고려한 투자수익률을 따져보면 도쿄 3.4%p, 파리 1.5%p, 미국 1.3%p, 영국 1.0%p, 한국 -0.9%p, 싱가포르 -0.9%p로 집계됐다.
특히, 외국인 자금은 리테일, 호텔, 임대 주택에 투자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조사업체 리얼캐피탈애널리틱스(RCA)에 따르면 올해 10월 누적 기준 외국인 순 유입액은 리테일 216억 엔, 호텔 905억 엔, 임대 주택 2186억 엔을 기록했다. 이는 이미 지난해 전체 순유입액을 넘어선 수치다.
그렇다면 일본 부동산은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손쉬운 방법은 일본 리츠에 투자하는 것이다. 리츠는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관련 지분·자본에 투자해 수익을 배당하는 상품으로, 일본 리츠에 투자하면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어 소액으로도 투자가 가능하고, 배당률이 높은 편이라 안정적으로 일정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일본 리츠는 배당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충실히 배당하고, 지난 2020년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배당을 전년 대비 늘린 유일한 리츠였다. 배당을 늘리기 여의치 않은 경우, 자사주 매입과 소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기도 한다. 다만, 리츠는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의 흐름에 따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경제흐름에 관심을 두고 있어야 한다.
증권가에서는 일본 리츠에 투자할 때 섹터별 비중 조절을 통해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여행 제한 조치가 풀리면서 외국인 유입 증가로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호텔 리츠를 주목했다. 홍지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호텔 수요의 약 20%를 차지하던 외국인 여행객들도 늘어나며 호텔 실적 정상화를 앞당길 것”이라며 “내년 일본 신규 호텔 공급은 감소하겠지만, 여행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며 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별 리츠 투자 선택이 어렵다면 일본 ETF나 일본 리츠 ETF에도 관심가져볼만 하다. 다만, 단기간 환차익을 목적으로만 하기에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배당이 높은 ETF를 분할 매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해인 대신증권 연구원은 “ETF 이외에도 일본 리츠에 투자하는 재간접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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