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계열사로부터 1조 원대 자금 수혈을 받은 롯데건설이 최근 본사 사옥을 담보로 3000억 원대 대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출 기관은 롯데그룹과 다년간 신뢰관계를 다져온 일본 미즈호은행이다.
롯데건설과 부동산등기부 등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11월 초 서울 서초구 잠원동 본사 사옥을 담보로 일본 미즈호은행으로부터 30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받았다. 근저당권 채권최고액(통상 대출금 110%~120%)은 3613억 원. 실대출금은 최소 30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롯데건설 본사 사옥은 1978년 9949.3㎡ 대지에 지상 5층 규모로 지어진 집합건물이다. 이번에 대출 담보로 잡힌 물건은 롯데건설이 보유한 토지 지분 95%가량과 건물 177개 호실이다. 이에 대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운영 자금 목적”이라며 말을 아꼈다.
대출을 실행한 미즈호은행은 롯데그룹과 다년간 우호관계를 다져온 일본 대형 은행(메가뱅크)이다. 롯데그룹은 매년 노무라증권, 미즈호은행, 스미토모은행 등 일본 기관들을 대상으로 투자 설명회를 열며 친밀한 관계를 다져왔다. 2017년에는 신동빈 회장이 도쿄호텔에서 직접 설명회를 이끌었다. 이 중에서도 미즈호은행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최대주주인 호텔롯데와 계열사의 회사채 발행을 다수 주관했다. 자금난에 허덕이는 롯데건설이 사옥을 담보로 그룹에 우호적인 일본 자금을 수혈한 셈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한 달간 계열사로부터 총 1조 10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지난달 18일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등 주주사를 대상으로 한 2000억 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을 시작으로, 이틀 뒤인 20일 최대주주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 원의 단기차입을 결정했다. 이달 8일에는 롯데정밀화학으로부터 3000억 원을, 10일에는 롯데홈쇼핑(우리홈쇼핑)에서 1000억 원의 자금을 추가로 빌렸다. 이 밖에도 은행권 일반대출과 담보대출로 1조 원 이상의 자금조달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건설의 대규모 유동성 확보는 회사가 신용보강을 제공한 PF 대출 유동화 증권의 차환과 상환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신용평가(KIS)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는 10월 21일 기준 약 6조 7000억 원으로 KIS 유효등급을 보유한 건설사 중 가장 많다. 특히 올해 말까지 약 3조 1000억 원의 만기가 집중됐다.
롯데건설의 재무건전성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사업보고서와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2020년 1360억 원에서 지난해 5701억 원, 올해 3분기 1조 854억 원으로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09.8%에서 올해 3분기 171.4%로 61.6%p, 차입금의존도는 지난해 말 18.5%에서 올해 3분기 26%로 7.5%p 늘었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이어진 자금 차입 규모를 더하면 올해 롯데건설의 재무건전성은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
김현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연말과 연초 만기가 도래하는 롯데건설 PF 우발채무에 대한 유동성 계획을 제출받아 진행 상황을 검토하고 있다”며 “단순히 부채비율 증가보다는 건설사가 신용보강을 제공한 PF 대출에 문제가 발생해 부채로 변질되는 상황이 우려된다. 시장에서 PF 차환 리스크가 부각된 기업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이 같은 대출이 신용도에 반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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