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코웨이와 방문점검원 노동조합이 첫 임금·단체 협상(임단협)에서 잠정 합의를 이뤘다. 단체교섭에 돌입한 지 1년 2개월 만으로 조합원 투표를 거쳐 확정된다. 이번 합의에 따라 방문점검원 재계약 단위는 1개월에서 1년으로 늘어난다. 업무상 사용비 지급, 내년 수수료 체계 개편 등으로 처우도 개선될 전망이다.
생활가전 렌털 업계는 위·수탁 계약 구조 등으로 인해 ‘수당 되물림(수당 환수)’과 같은 관행이 만연하다고 지적받는다. 최근 주요 업체 방문점검원들을 중심으로 업무 실태를 고발하는 움직임이 일었지만, 지난해 3월 결성된 SK매직 방문점검원 노조는 아직까지 교섭의 첫발을 떼지 못했고, 청호나이스의 경우 노조조차 구성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업계 1위 코웨이 노사의 합의가 생활가전 렌털 업계 전반의 처우 개선을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1개월짜리 계약서 바꾼다…1년 2개월 만에 노사 잠정 합의
코웨이 방문점검원들로 조직된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코웨이 코디·코닥지부는 11월 11일 “사측과 최종쟁점에 대해 조율을 마치고 10일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잠정 합의안에는 △업무상 사용비 지급 △통신비 인상 △위·수탁 재계약 단위 한 달→1년 연장 △2023년도 수수료 체계 인상 개편 △노조활동 보장 △노사협의체 구성 등이 포함됐다. 코웨이 코디·코닥은 각각 코웨이 레이디와 코웨이 닥터의 줄임말로 정수기, 비데 등의 제품 판매 및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방문점검원이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계약 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단체교섭을 진행해왔고 지난 3월 수수료 인상, 통신비·식비 등 업무지원비 지급을 요구하며 천막 농성에 돌입한 바 있다.
생활가전 렌털시장은 코웨이가 1위 사업자고, SK매직과 청호나이스가 시장점유율 2위·3위를 차지하고 있다. SK, LG 등 전통 대기업 계열 기업들까지 가세해 레드오션이라는 평가가 있지만, 렌털은 직접 구매보다는 부담이 덜해 불황에 강하다는 시장 특성이 두드러진다. 정수기·비데·공기청정기 등이 필수품에 가까워진 데다 계약 기간 동안 대여료를 납부하는 방식이라 타 브랜드로의 가입자 이탈도 적다.
이 과정에서 방문점검원은 영업부터 방문 점검, 교체, 고객 관리 등의 업무를 도맡는다. 과거에는 수금까지 처리했을 정도로 렌털 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와 위·수탁 관계를 맺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 구조에서 수당 되물림, 영업 압박, 일방적인 재계약 조건 등 불합리한 대우가 문제로 떠올랐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지국 중심 업무 체계, 업무상 사용비용과 관련해 소속 기업과 관계없이 모든 방문점검원이 비슷한 상황이다”고 말한다. 하지만 수수료 가격이나 손실 책임, 영업 압박 등 구체적인 조건은 회사별로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코웨이 코디·코닥들의 반발을 샀던 1개월 재계약 단위는 코웨이만의 특수한 계약 조건이다. SK매직, LG케어솔루션(하이케어솔루션) 등 다른 기업에서는 처음부터 방문점검원의 계약이 1년 단위로 이뤄졌다. SK매직 MC(Magic Care·자사 방문점검원 지칭)는 매년 12월이 지나면 1년 단위 계약이 자동 갱신된다. 이번 잠정 합의안이 최종 체결되면 코웨이 코디·코닥들도 계약상 1년의 업무가 보장될 전망이다.
방문점검원들의 최종 월수입을 결정하는 요소인 수수료 체계는 업체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계정 하나당 평균 점검 수수료는 △코웨이 7600원대 △SK매직 8400원대 △LG케어솔루션 9300원대다. 업계 1위 코웨이가 업계 4위 수준인 LG케어솔루션보다 단가가 약 1700원 낮다. 코디·코닥이 월 평균 220여 개 개정을 담당하는 것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 시 방문점검원들의 수수료 수익은 △코웨이 167만 2000원 △SK매직 184만 8000원 △LG케어솔루션 204만 6000원으로 산출된다. 올해 월 최저임금 191만 4440원과 비교하면 생계를 유지하기에 부족한 수준이다.
현장에서는 수수료 단가가 영업에 대한 압박과 연결된다고 주장한다. ‘방문점검원은 겸업이 가능한 독립사업자’라는 일부 업체의 주장과 달리, 점검원들은 주말에도 가정을 방문해 서비스를 제공하며 대부분의 소득을 이 일에 의존한다. 이 때문에 영업 압박은 렌털 업계의 불가피한 문제로 꼽힌다. LG케어솔루션의 경우 영업 압박이 다른 두 곳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관계자는 “LG케어솔루션에서도 영업을 하면 수당이 올라가는 건 똑같지만 사측이 영업 자체에 대해 점검원에게 압박을 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가입 고객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사업 유지에 중요한 만큼 방문점검원들에게 영업은 기본 전제로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수당 되물림의 경우 급여에서 자동으로 환수해가는 청구 방식은 비슷하지만 회사마다로 적용하는 기준이 다르다. 수당 되물림은 고객이 렌털 계약 체결 이후 회사가 정한 기간 내에 렌털 제품을 반환할 경우 방문점검원이 받은 영업수수료를 회사에 돌려주는 제도다. 고객이 렌털료를 체납해도 마찬가지다.
코웨이의 경우 지난해만 해도 영업수수료의 150%를 물어야 했는데 현재는 100%로 그나마 사정이 나아졌다. SK매직은 3개월, 코웨이는 5개월 단위로 고객 연체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내게 한다. 특히 연체 13개월 차부터는 고객이 연체료를 갚아도 점검원에게 돌려주지 않는 ‘꼼수’는 업계 전반에서 이뤄지고 있다.
현재 이들 3사에는 모두 노조가 결성돼 교섭이 진행되고 있다. LG케어솔루션 매니저들은 2020년 5월 노조 설립 후 지난 9월 업계 최초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10여 년 만에 점검 수수료가 올랐고, 유가 연동 유류비 지원, ‘헛걸음 지원제(예약 취소 수당)’ 등을 보장받게 됐다. 지난해 5월 3사 중 가장 늦게 노조를 꾸린 SK매직 MC의 경우 현재 복수노조에서 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진행이 더딘 상태다. 임창도 SK매직 MC 노조 지부장은 “MC나 코디·코닥은 영업이 없으면 수익이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않는다”며 “복수노조가 교섭 중이나 MC 직군과 관련한 사안이 불투명하다. 교섭 단위 분리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웨이는 2019년 11월 업계 처음으로 노조를 결성하고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최종 임단협 체결을 앞두고 있다. 김순옥 코웨이 코디·코닥 노조 수석부지부장은 “업무 협의체 구성 등 조합 활동을 보장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의견이 모아졌지만 임금 부분에서는 처음에 요구했던 것보다는 미흡한 점이 있다. 다음 교섭 때 합의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코웨이 코디·코닥 노조는 11월 말까지 조합원 찬반 투표를 마치고 내년 교섭을 빠른 시일 내에 개시할 수 있도록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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