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경제의 3대 엔진인 수출과 투자, 소비가 싸늘하게 식어가면서 내년에 우리 경제가 저성장 쇼크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 장기화로 원자재 가격 상승이 계속되고, 미국 등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3고(고환율·고물가·고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자 내년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등마저 들어온 상태다.
저성장 추락을 막기 위해서는 기업 투자와 소비 촉진을 위한 각종 규제 개혁이 필수지만 국회에는 오히려 규제를 늘리기 위한 각종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회에는 야당을 중심으로 한 달에 10건이 넘는 규제 법안이 제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의 ‘11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을 구성하는 3대 축인 수출과 투자, 소비는 모두 감소세다. 10월 수출은 반도체와 철강 등 주력품목이 부진하면서 1년 전보다 5.7% 줄었다. 설비투자는 전월대비 2.4% 줄었고, 소매판매 역시 전월대비 1.8% 감소했다. 기재부는 “대외요인 등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고 경제 심리도 영향을 받는 가운데 수출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등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경기둔화 지속 우려를 반영하듯 국내외 경제연구 기관들은 내년도 우리 경제 전망치를 1%대로 낮추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2023년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하향조정했다. 지난 5월 상반기 경제전망 당시 2.3%보다 0.5%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3년 경제·금융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2023년 국내경제는 고물가·고금리 여파, 경제심리 부진 등으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며 “수출 여건 악화도 국내 경제에 부정적”이라면서 내년도 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우리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경제침체 속 물가상승) 초입단계라고 설명하면서 내년 성장이 1.9%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고,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세계적 경기 둔화, 주요국 통화 긴축 기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개편 등 대외 여건 악화를 근거로 내년 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한국은행도 오는 24일 내놓을 ‘11월 경제전망’에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현 2.1%보다 낮출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가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저성장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국회에는 기업 등의 발목을 잡는 규제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18일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5월 10일 이후 국회에 제출된 규제 관련 의원 입법안은 모두 68건으로 집계됐다. 출범 6개월 사이 한 달에 11건 정도의 규제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셈이다. 이 법안은 의원 발의 법안 중 규제를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정당별로는 국회의석수 300석 중 169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39건의 규제법안을 제출했다.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법안 통과를 위해 민주당을 탈당했다 다시 복당을 추진 중인 민형배(무소속) 의원이 ‘주차장법 일부개정법률안’, 민주당의 비례위성정당으로 출범한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이 ‘외국환거래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각 1건씩의 규제법안을 제출했다. 이를 감안하면 범 민주당이 제출한 규제 법안은 41건이나 된다.
정의당은 심상정 의원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류호정 의원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등 2건의 규제법안을 제출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제출한 규제법안은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25건으로 집계됐다.
경제계 관계자는 “수출 부진 속에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이를 통해 소비를 우선 회복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지만 국회는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라며 “기업 투자 지원 예산 등이 담긴 내년도 예산안마저 국회 법정 기한(12월 2일) 이내 통과가 안 되면 기업들의 사정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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