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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건설에 발목 잡힌 롯데케미칼, 갈 길 바쁜 자금확보 롯데홀딩스 나설까

롯데정밀화학과 함께 8800억 투입,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주주배정 유상증자 실시 여부 촉각

2022.11.18(Fri) 16:44:01

[비즈한국] 실적 악화와 신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조달 문제로 갈 길이 바쁜 롯데케미칼이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우발채무 늪에 빠진 롯데건설 지원에 허리가 휘는 형국이다. 

 

올해 대규모 영업적자가 예상되는 롯데케미칼은 이 와중에 최대주주 자격으로 롯데건설 증자에 876억 원을 출자하고 5000억 원을 단기 대여해 줬다. 뿐만 아니라 롯데케미칼은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는 종속기업인 롯데정밀화학도 이달 롯데건설에 3000억 원을 단기대여했다. 한 달도 채 안 되는 사이 롯데건설은 유상증자와 단기차입으로 1조 1000억 원을 수혈했는데 이중 사실상 롯데케피탈 측으로부터 80% 이상을 조달한 셈이다. 건설 경기 침체와 회사채 시장 경색으로 롯데건설이 자금을 확보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의 또 다른 관심사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 기업인 일진머티리얼즈에 대한 2조 7000억 원 규모 인수 자금 확보를 위해 롯데케미칼이 유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그간 관행을 깨고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대적인 참여 여부에 모아진다. 

 

롯데케미칼 여수공장 야경. 사진=롯데 블로그


롯데케미칼은 올 3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겪었다. 롯데케미칼은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 6829억 원, 영업손실 4239억 원을 기록했다. 롯데케미칼은 올 1분기에는 826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2분기 21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3분기까지 2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올 4분기에도 업황 악화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올해 대규모 적자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경기 불황에 따라 글로벌 수요 감소와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내렸지만 ‘레깅’(원재료 투입 시차)으로 인해 수익성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롯데케미칼의 단기 반등은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4분기에도 영업손실 500억 원을 기록해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등 흑자 전환은 어려워 보인다. 내년 1분기까지 의미 있는 업황 회복세는 어려울 것”이라며 “롯데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에 따른 대규모 지출과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인수를 위해 내부자금 1조 원과 외부 차입금 1조 7000억 원을 조달한다는 계획이지만 자금조달 시장 경색을 고려하면 차입이 가능할지 다소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4분기 적자폭 축소가 예상된다. 이익 개선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불확실성 해소만 남았다”고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지난 16일 롯데케미칼과 롯데지주, 롯데렌탈, 롯데캐피탈의 장기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부정적 등급 전망은 당장 신용등급을 강등하지 않지만 향후 재무상태를 관찰하면서 하향한다는 뜻이다.

 

나신평은 “이번 신용등급 조정과 관련해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인수 관련 자금조달 계획과 설비투자 계획의 수정, 올해 3분기 사업실적과 중단기 석유화학산업 전망 등을 검토해 롯데케미칼과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나신평 관계자는 “롯데케미칼 재무 지표는 우수하나 차입금 부담을 완화하는 데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며 “롯데지주로서는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의 신용도가 하락할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롯데렌탈과 롯데캐피탈의 등급 조정은 롯데케미칼의 장기 신용등급 변동으로 계열 지원 가능성 저하 전망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에 드리운 부정적인 악재는 롯데건설의 자금경색 문제가 한 몫을 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달 21일 기준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 규모는 약 6조7000억 원으로, 올해 말까지 약 3조 1000억 원의 만기가 집중된 것으로 파악했다. 대형 건설사로는 롯데건설이 가장 많은 PF 우발채무를 안고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18일 20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했다. 롯데건설 최대주주는 43.79%를 보유한 롯데케미칼이고 호텔롯데가 43.07%를 보유해 2대 주주다. 이밖에 롯데알미늄 9.95%, 일본롯데홀딩스(1.67%) 순이다. 이번 유상증자에 롯데케미칼 876억 원, 롯데호텔 861억 원, 롯데알미늄은 199억 원을 출자했다. 

 

롯데건설은 같은 달 롯데케미칼에서 5000억 원을 3개월간 차입했다. 롯데케미칼은 롯데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달 유상증자와 단기대여를 포함 모두 5876억 원을 지원했다. 롯데건설은 이달 8일에는 롯데케미칼이 43.50% 지본을 보유한 롯데정밀화학에서 3000억 원을, 10일에는 롯데홈쇼핑에서1000억을 각각 3개월간 단기 차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롯데건설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네 차례 1조 1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받아 발등의 불 끄기에 나섰다. 하지만 롯데건설에게는 연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2조 원 규모의 PF 우발채무가 더 남아 있다. 관심은 이를 해결할 수 있을지 여부다. 롯데건설은 은행권 일반대출과 담보차입으로 1조 원 이상의 자금조달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건설이 나머지 1조 원은 어떤 방식으로 조달할지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은 없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PF 금융환경이 정상화되지 않아 안정적 재무구조 확보를 위해 유상증자 실시와 계열사들로부터 단기 차입을 하게 됐다. 계열사들로부터 추가 지원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으며 재무구조 안정성을 위해 금융권 등과 다양한 협의를 진행하면서 단기 자금조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케미칼에게는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자금 확보라는 녹록지 않은 과제가 있다. 롯데케미칼은 사업 다변화를 위해 지난 10월 11일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 인수를 위해 2조 7000억 원의 주식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롯데케미칼은 “인수자금 중 1조 원은 내부자금으로 조달하고 나머지 1조 7000억 원은 외부 자금으로 조달하는 방안을 금융기관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회사채 시장 경색과 대출 금리 급등으로 롯데케미칼이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주주배정 방식의 유상증자가 결정된다면 주요 주주인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얼마나 증자에 참여할지 관심이다.

 

롯데케미칼 최대주주는 지분 25.59%를 보유한 롯데지주다. 2대 주주는 20.00%를 보유한 롯데물산, 3대 주주는 9.30%를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다. 주주배정 방식일 경우 롯데홀딩스가 관행을 깨고 대대적인 증자에 참여할지 여부다. 그간 롯데홀딩스는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자금 조달 지원에는 소극적이었다. 롯데홀딩스는 친형인 신동주 SDJ회장과 경영권 분쟁 끝에 신동빈 롯데 회장이 이사회를 장악하며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지주 측은 “롯데케미칼의 유상증자 등과 관련돼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확정된 것은 아직 없다”고 강조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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