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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 파산 신청, 매각 논의하던 빗썸 앞날은?

비덴트 결국 "매각 안 해" 공시…초록뱀그룹 빠지고 검찰 수사 겹쳐 경영권 향방에 관심

2022.11.16(Wed) 11:34:54

[비즈한국] 글로벌 가상화폐거래소 FTX의 파산 신청으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며 국내 가상화폐 시장까지 흔들리고 있다.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또 한 번 위기가 찾아온 것. 출금이 막힌 국내 FTX 거래소 이용자들과 FTT 코인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FTX에 자체 가상화폐 C2X를 상장한 컴투스의 피해도 우려된다. FTX의 파산 신청으로 가장 크게 주목 받는 곳은​ 빗썸이다. 빗썸의 단일 최대주주 비덴트는 FTX와 빗썸 지분 매각을 논의한 바 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빗썸 거래소 전경. 사진=비즈한국DB


FTX 거래소의 유동성 위기는 FTX가 자체 발행 코인 FTT를 활용, 자전거래를 통해 자산 가치를 부풀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이후 세계 최대 가상화폐거래소인 바이낸스가 보유 중이던 FTT를 전량 매도하겠다고 밝혔고, 이 소식을 접한 투자자들의 뱅크런(대량 인출 사태)이 출금 중단으로 이어졌다. FTX는 현지시각으로 지난 11일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FTX 이용자와 FTT 투자자는 물론 가상화폐 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고조됐다. 지난 7일까지만 해도 2만 달러를 웃돌던 비트코인은 지난 9일 1만 6000달러 선까지 급락했다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디지털 자산 공포-탐욕지수’는 지난 6일 53.83에서 13일 14.05로 내려앉았다. 이 지수는 0과 가까울수록 ‘매우 공포’로 시장 위축을, 100과 가까울수록 ‘​매우 탐욕’​으로 시장 호황을 의미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국내에서 유통 중인 거래소 자체 발행 코인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섰다. 국회에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 강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국내 주요 자산거래소들은 저마다 공지를 통해 “각 거래소에 맡긴 투자자 여러분의 현금과 자산은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다”며 “지급불능 사태로 이어지지 않으니 안심하길 바란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FTX 사태의 여파가 국내 투자자와 거래소에 미칠까 우려하며 시장 불안감을 달래려는 모습이다. 

 

국내 2위 거래소 빗썸은 FTX 파산에 따른 시장 냉각 외에 다른 걱정도 떠안게 됐다. 단일 최대주주인 관계사 버킷스튜디오그룹(손자회사 비덴트)을 둘러싸고 여러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FTX의 파산으로 비덴트의 엑시트(투자 회수)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비덴트와 버킷스튜디오그룹은 ‘빗썸 회장’ 직함을 사용한 강종현 씨의 실소유주 의혹이 제기됐고, 현재 주가조작 및 횡령 혐의 등으로 경영진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검찰은 비덴트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 빗썸 매각설도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FTX가 빗썸의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에 비덴트와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의 주가가 급등했다가 급락해서다. 비덴트는 지난 7월 25일과 8월 25일 두 차례 “FTX 측과 빗썸코리아 및 빗썸홀딩스 출자증권의 처분을 위한 접촉 및 관련 협의를 한 사실이 있다”고 공시했다. 다만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구체적 내용은 언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FTX의 갑작스러운 파산으로 비덴트의 매각 논의 공시에 의구심이 제기됐다. 매각 계획이 무산된 이후에도 주가 부양을 위해 이를 알리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비덴트는 앞서의 공시에서 “3개월 이내 또는 추후 처분에 관해 구체적인 사항이 결정되는 시점에 재공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9일 바이낸스가 FTX 인수를 철회하고 11일 FTX가 파산 신청을 하는 등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는 동안에도 답을 내놓지 않았다. 

 

이와 관련, 비덴트 관계자는 지난 14일 비즈한국과의 통화에서 “(빗썸 매각과 관련해 FTX 측과의) 논의가 끊긴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FTX 사태에 따라 거래소 측에서도 요청을 해온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관련 내용을 공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비덴트는 지난 15일 장 마감 이후 “​당사는 타 법인(빗썸코리아 및 빗썸홀딩스) 출자증권을 처분하지 않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

 

빗썸 지분 매각 시도가 불발된 비덴트에서는 초록뱀그룹의 엑시트도 이어지고 있다. 초록뱀그룹은 비덴트에 1000억 원이 넘게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빗썸 매각 소식에 덩달아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초록뱀그룹은 초록뱀컴퍼니와 초록뱀 블록체인 신기술조합1·2호 등을 통해 비덴트 전환사채권을 대량 보유했으나, 지난 10월 20일 초록뱀컴퍼니와 초록뱀 블록체인 신기술조합 2호가 보유한 전환사채권 전량을 처분했다. 초록뱀그룹은 당분간 코스닥 상장사 등에 대한 신규 투자보다는 회수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한편으로는 비덴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빗썸의 경영권 안정을 위한 기회가 될 가능성도 있다. 빗썸은 복잡한 지배구조로 인해 비덴트와 불편한 공존을 해왔다. 김재욱 전 비덴트 대표 시절 ​경영권 분쟁을 벌인 이후 빗썸은 단일 최대주주인 비덴트, 비덴트의 재무적 투자자 위메이드 등과 이사 선임권을 나눠 가졌다. 지난해 10월 비덴트가 빗썸코리아 이사 선임권 두 자리 중 한 자리를 위메이드 측에 내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빗썸은 올 3월 ​ ​이정훈 전 의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두 사람을 이사회에 올리며 이 전 의장의 지배력을 강화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관련기사 ‘​경영진 물갈이’​ 이정훈 전 빗썸 의장, 경영권 붙들고 신사업 방향 비틀까).​ 여기에 10월 초 검찰 수사로 강지연 이니셜 대표가 빗썸코리아 사내이사에서 물러났고, 비슷한 시기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도 사내이사에서 사임했다. 위메이드 측은 블록체인 사업상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경영에서 빠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사임으로 현재 빗썸코리아 등기부에는 이재원 대표이사와 김상흠 사내이사, 이정아 사내이사, 이병호 감사 등 4명이 남아 있다. 향후 이사회의 빈자리를 이정훈 전 의장 측근으로 채우게 되면 이 전 의장의 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다만 한 가지 변수가 있다. 12월 20일 예정된 이정훈 전 의장에 대한 재판부 선고다. 이 전 의장은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에게 빗썸 인수를 제안하면서 BXA토큰을 발행해 빗썸에 상장하겠다고 속여 계약금 명목으로 약 1억 달러를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 10월 25일 이 전 의장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선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BXA 투자자들은 이 전 의장과 김 회장에 대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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