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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현금 있는 사람이 '갑'…기업들 "돈줄 잡아라" 비상

은행·저축은행 '현금 확보' 위해 예금 금리 대폭 인상…채권으서 자금 조달 어려워진 기업들, 금융기관에 줄 서

2022.11.14(Mon) 09:59:39

[비즈한국] 수천억 원 규모의 투자금을 돌리고 있는 투자업계 큰손 중 한 명인 A 회장. A 회장은 평소 거래하던 저축은행 지점장으로부터 연 이자율로 7%를 보장해줄 테니, 20억 원 이상을 예금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A 회장은 이를 거절했다. 본인의 투자 규모를 아는 많은 기업가들이 돈을 빌려달라며 훨씬 더 높은 이자율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그는 기자에게 “금리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금융시장에서는 현금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이 갑이 된다”며 “최근에는 대기업 계열 상장사들로부터 채권(CB)에 투자해달라는 제안도 받았다. 현금이 있는 사람들만 좋은 시장이 왔다”고 평가했다. 

 

10월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에서 3%로 올린 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1000억 원 이상의 투자금을 굴리며, 상장사들이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 인수에 참여하는 B 회장은 최근 기업 인수전 참여를 자제하고 있다. 기다릴수록 더 좋은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에서 나온 결론이다. 최근 금리가 인상되면서 자금 확보에 난색을 표하는 기업들이 많아졌는데, 그런 기업들이 매물로 나오기를 기다리는 것. 

 

B 회장은 “인수 경쟁이 잦아들면서 수천억 원에 달했던 기업들도 현재는 회사 가치가 40~50%씩 줄어든 경우가 적지 않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상장사들도 계속 쌓이고 있다”며 “지금처럼 금리가 높아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 알짜배기 회사들도 매물로 나오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예금 금리 6%대까지 올라 

 

한국은행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은행들마저 ‘현금 확보’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최근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들에 수신금리 인상 자제를 권고했으나 저축은행의 금리 경쟁은 과열되고 있다. 특히 몇몇 저축은행들은 6%대 예금금리까지 내걸었다.

 

10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 1년 만기 기준 정기예금 상품 평균금리는 5.46%에 달한다. 9월 말 3.8%대였던 것과 비교할 때 3개월 만에 1.5% 이상 오른 셈이다. 특히 몇몇 저축은행들은 예금 상품의 금리를 6%, 적금 상품의 금리는 10% 이상까지 내걸었다. 시중은행들의 금리가 빠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시중은행들의 1년 만기 예금금리는 5%대까지 올랐다. 

 

시중은행은 예·적금 상품 외에 채권 발행 등을 통해서도 자금조달이 가능하지만, 저축은행은 예·적금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에서 은행채 발행도 신중해달라고 당부한 탓에 시중은행이나 저축은행 모두 예·적금을 통한 자금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한국은행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은행들마저 ‘현금 확보’에 나섰다. 서울 시내 새마을금고에 걸린 정기예금 5.5% 특판 현수막. 사진=비즈한국 DB

 

앞선 A 회장은 “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 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은행을 찾는데, 은행들도 돈이 있어야 하니 예금을 요청한 것 아니겠냐”며 “상장사들이 예전만큼 전환사채(CB) 투자를 확보하지 못하다 보니 돈을 투자해달라는 요청이 하루에도 몇 건씩 온다. 시장은 ‘현금이 있는 사람만 부자가 되는 시즌’”이라고 설명했다.

 

#“수백억 이상 부자들이 더 부자 될 것”

 

실제로 상장사들은 사업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했던 전환사채(CB)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식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주가가 하락하자, CB 투자도 그만큼 매력이 떨어졌기 때문. 재정적으로 여유 있는 기업들은 보유 현금 등으로 CB 상환에 나설 수 있지만, 적자기업들은 유상증자, 은행 차입 등 돌려막기에 급급하다.

 

CB는 발행 후 금리에 따라 만기까지 이자를 지급한다. 대부분 CB 이자율은 0~1% 이자율에 불과해, 이자 수익 매력도보다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주식 혹은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 가치를 보고 투자를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투자자들의 목적은 주가 상승에 따른 시세 차익이었다. 

 

문제는 주가가 하락하면서 사채권자들이 이를 상환하려 해 자금 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카이노스메드와 아이큐어 등이 CB 상환자금(각각 153억 원, 403억 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앞선 A 회장은 “CB의 이자율을 높이는 등 상장사들도 돈을 조달하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투자를 하는 이들이 현격하게 줄어들었다”며 “상장사들 중에 CB나 BW(신주인수권부사채), 혹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하며 미래 신사업 계획이나 주가 부양 의지를 강조하는 곳들만이 간신히 투자를 받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B 회장 역시 “투자를 해달라는 곳은 많지만, 매력적인 제안이 아니면 현금을 가진 사람들이 팔짱을 끼고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라며 “앞으로 수개월 동안은 수백억 원 이상 있는 이들이 더 부자가 되는 투자 시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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