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이에 반해 노인 인구는 작년 한 해 42만 명이 급증하면서 871만 명까지 늘어나는 등 고령화는 심각해졌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50년이 되면 0%까지 추락하게 된다는 비관적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노동과 자본, 총요소생산성 3가지로 결정되는데 한국 경제가 선진화되면서 자본 투입으로 성장률을 올리는 데는 한계에 다다른 상태다. 여기에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노동 투입은 갈수록 줄고 있다. 남은 요소인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지만 이를 위한 설비투자 등 민간의 총고정자본형성은 5년 전 수준에서 맴돌고 있고, 세제 개편 등 정부의 기업 지원 법률안은 국회 통과가 요원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통계청의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인구 부문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11월 1일 기준)는 5173만 8000명으로 1년 전보다 9만 1000명(0.2%) 감소했다. 연령별로는 15∼64세 생산연령인구(3694만 4000명)가 34만 4000명(0.9%) 줄었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자 인구는 870만 7000명으로 1년 만에 41만 9000명(5.1%) 늘었다.
이로 인해 총인구 중 고령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16.8%를 기록했다. 인구 6명 중 1명이 노인이라는 의미다. 이러한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따른 고령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통계청은 생산연령인구가 2030년에 3381만 명으로 떨어지고, 2040년에는 2852만 명, 2050년에는 2419만 명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러한 생산연령인구감소가 잠재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23~2030년 잠재성장률은 1.9%로 아직 2%에 근접하지만 2031~2040년에는 잠재성장률이 1.3%로 떨어지고, 2041~2050년에는 0.7%로 0%대로 하락한다. 잠재성장률에서 노동의 성장기여도는 2023~2030년 0.0%포인트로 성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심지어 2031~2040년에는 노동의 성장기여도는 -0.3%포인트로 성장률을 깎아 먹고, 2041~2050년에는 -0.7%포인트까지 역효과가 확대된다.
한국 경제가 선진국화되면서 자본의 성장기여도도 하락한다. 자본의 성장기여도는 2023~2030년 0.9%포인트, 2031~2040년 0.7%포인트, 2041~2050년 0.4%포인트로 떨어진다. 그나마 이 시나리오는 총요소생산성의 성장기여도가 2023~2050년 동안 1%포인트를 유지한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총요소생산성이 2050년까지 이러한 성장기여도를 유지할 수 있을지는 최근 경제적·정치적 상황을 보면 비관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민간)의 설비투자와 지식생산물투자 등 총고정자본형성은 5년 전 수준에서 맴돌고 있다. 올 2분기 민간의 총고정자본형성(실질·계절조정) 규모는 119조 8138억 원으로 1년 전에 비해 2조 5836억 원(2.1%) 감소했다. 특히 이러한 규모는 5년 전이었던 2017년 2분기(118조 5138억 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경제계에서는 전임 문재인 정부가 기업보다 가계를 성장엔진으로 삼는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하고 각종 기업 규제 법안을 만들면서 기업 투자가 위축됐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민간 총고정자본형성은 2018년 1분기에 124조 2912억 원으로 정점을 이뤘으나 문재인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힘을 싣고 의회에서 기업규제 법안이 늘어나면서 하락세를 타더니 1년 뒤인 2019년 1분기에는 113조 3641억으로 10조 9271억 원(8.8%)이나 급감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자 2019년 3분기에는 110조 3433까지 줄었다. 이후 조금씩 회복세를 타 지난해 2분기에 122조 3974억 원으로 오르는 듯했으나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 올 1분기에는 119조 5725억까지 떨어졌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다소 회복됐지만 전체 규모는 5년 전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 수준이다.
문제는 이처럼 민간의 총고정자본형성이 부진할 경우 총요소생산성이 개선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KDI는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지금처럼 지지부진한 수준을 유지할 경우 잠재성장률은 2031~2040년 당초 전망치인 1.3%보다 낮은 0.9%로 하락하고, 2041~2050년에도 당초 전망치인 0.7%보다 낮은 0.2%까지 떨어진다. 특히 KDI는 이 경우 2050년에는 잠재성장률이 0%가 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경제계 관계자는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모두 6개월 후 설비투자 여부를 보여주는 설비투자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2021년 1월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을 정도로 향후 투자 계획이 불투명한 상태”라며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와 대기업 국가전략기술 관련 시설투자 세액공제율 상향, 중견기업 신성장·원천기술 관련 기술투자 세액공제율 상향 등 기업투자심리를 개선시킬 수 있는 법률안 처리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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