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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출신 연임 CEO' 첫 도전, 구현모 KT 대표 막는 장애물은?

실적 면에선 호평 일색…정치권 불법 후원·정권 교체는 변수

2022.11.11(Fri) 14:11:31

[비즈한국]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구현모 KT 대표가 연임에 도전한다. 구현모 대표는 KT에서 12년 만에 내부 승진을 통해 최고경영자(CEO)에 올랐다. 실적 개선과 비통신 분야 강화라는 해묵은 과제를 안고 임기를 시작한 구 대표는 디지털 전환 역량을 강화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 ‘시총 10조 원 시대’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경영 성과만 따져보면 구 대표의 연임 성공은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전임 황창규 회장 시절의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 지난해 발생한 전국 통신망 장애 등은 경영 성과를 흠집 내는 리스크다. KT 수장이 연임한 사례는 황창규 전 회장이 유일하다. 구 대표가 두 번째 연임 역사를 쓸 수 있을지 이사회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구현모 KT 대표(사진)가 연임 의사를 밝히면서 황창규 전 회장에 이어 두 번째 연임 사례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KT 제공

 

8일 구현모 대표는 이사회를 열고 연임 의사를 전달했다. 이사회는 관련 규정에 따라 연임 우선심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우선심사에서 적합성이 결정되면 구 대표의 연임은 사실상 확정된다. 2020년 취임한 구 대표의 공식 임기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다.​

 

#35년 KT맨, 디지털 전환·기업 가치 제고 ‘성과’ 

 

구 대표는 1987년 KT에 입사 후 35년가량 근무하며 경영지원부문장, 커스터머&미디어부문장 등을 역임했다. 그동안 주요 인수합병(M&A)을 주도하며 그룹 전반에서 기반을 다졌다. 구 대표 연임 가능성을 두고는 긍정론이 대세다. 정지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구현모 대표이사 재선임 여부가 주가에 가장 크게 작용할 것”이라며 “재선임에 실패할 경우 KT 주가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 대표는 3년간의 호실적을 등에 업고 있다. 이날 실적발표에 따르면 KT의 올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한 6조 4772억 원(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8.4% 늘어난 4529억 원이다. 연간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 임기 2년 차였던 2021년 매출은 24조 89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9% 늘었고, 영업이익률도 5%에서 6.7%로 상승했다. 4분기에 일부 수익성 약화 우려는 있지만 증권가는 올해 매출 25조 6400억 원, 영업이익 1조 8252억 원 수준을 예상한다. 전년보다 각각 3.0%, 9.2% 증가해 처음으로 영업이익률 7%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 취임 당시 1만 9700원이었던 주가는 8일 3만 6500원에 마감했다.

 

구 대표는 ‘디지코(DIGICO·디지털 플랫폼 기업)’로의 체질 개선과 기업 가치 제고를 토대로 연임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유무선 통신 중심이었던 기존 사업 구조를 디지코 신사업과 B2B, 글로벌로 넓히는 전략이 결실을 맺고 있어서다. KT는 콘텐츠, 금융, 클라우드 등 비통신 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DX(디지털전환) B2B 부문은 3분기까지 누적 수주액 2조 9700억 원을 달성하며 전년보다 21% 늘었다. B2C 부문도 IPTV(인터넷TV)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하는 등 성장을 이어갔다. 

 

‘코리아 텔레콤’에서 ‘코리아 테크놀로지’ 기업으로 정체성 변화를 꾀한 구 대표의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다. 구현모 대표는 지난 3월 정기 주총에서 “KT를 지주형으로 전환하는 것에 분명히 관심이 있다”며 “앞으로 사업 구조조정 측면에서 봤을 때 지주형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해 KT는 계열사 지배 구조 정립에 총력을 기울였다. 금융 부문 계열사는 BC카드를 중심으로 묶고 클라우드/IDC(인터넷데이터센터) 사업을 분할하는 등 주요 사업을 독립시켰다.

 

미디어 부문의 경우 KT스튜디오지니를 중간 지주격 컨트롤타워로 두고 스토리위즈, 시즌, 지니뮤직 등을 재편했다. OTT 시즌을 CJ ENM의 티빙에 흡수시켜 오리지널 지적재산권(IP) 제작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했다. 새로 론칭한 ENA 채널에 방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성공은 제작·유통 역량을 입증한 사례로 꼽힌다. KT스튜디오지니 등 콘텐츠 자회사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7% 증가했다. 구 대표가 7월 ​“​KT의 지주형 회사 전환은 현재 내부적으로 컨설팅을 비롯해 검토 중이며 올해 말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을까 본다”고 언급한 만큼 곧 큰 구상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KT 관계자는 “​​시기와 관련해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

 

KT는 구현모 대표 체제에서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법·정치 리스크가 연임에 최대 변수로 꼽힌다.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사진=최준필 기자


#쪼개기 후원 재판·정권 교체가 리스크…내부 평가도 엇갈려

 

실적 면에서는 호평 일색이지만 연임을 가로막는 장애물도 있다. 가장 큰 위협은 ‘정치권 불법 후원’ 문제다. 구현모 대표를 포함한 KT 전현직 임직원들은 황창규 회장 시절인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적인 정치후원금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현재 재판 중이다. 일명 ‘상품권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4억 3000여 만 원을 의원들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구 대표는 금고형보다 낮은 벌금 1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아 사임 권고 조건에서는 벗어났지만, 법원 판단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한 상태다. 이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KT를 조사한 주요 사안으로, 올해 초 350만 달러의 과태료와 280만 달러의 추징금 처분을 받으며 종결됐다.

 

2019년 이사회가 구 대표를 반대 여론을 의식해 ‘조건부 선임’하고 올해 3월 박종욱 KT 각자 대표(경영기획부문장)가 갑작스럽게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 사퇴한 것이 바로 ​불법 후원 의혹 때문이다. 사법 리스크는 현재까지도 내부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KT새노조는 구현모 대표의 연임에 반대하며 윤석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새노조 측은 “이사회가 구 대표의 연임을 의결하고자 한다면 KT에 CEO 리스크를 가중시키는 것은 물론 ESG경영이라는 시대적 조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일이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정권 교체에 따른 외부 요인도 걸림돌이다. 2002년 민영화 이후 정권에 따라 새 인사가 반복되면서 연임 임기를 마친 사례는 황창규 전 회장이 유일하다. 현 정부와 관련한 인사가 새로운 대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최근 KT는 현대차그룹과 미래 모빌리티 사업 협력 강화를 위해 7500억 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을 결정했는데, 여기에도 구 대표 체제 유지를 위한 우호 지분 확보 의도가 깔려 있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KT 최대주주는 지분 10.87%를 보유한 국민연금이며, 국민연금은 박종욱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에 반대했다. 구 대표의 연임 결정 등에도 국민연금의 의결권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KT​ 내부에서는 실적과 별개로 계열사 재편 등 전반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KT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경영상 판단에 따라 효율과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이 현장 직원들의 관점과 간극이 있다”며 “그룹이 잘되기를 바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일방적인 사업 재편 결정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일선 직원들이다.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KT​​ 이사회는 정관에 따라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에서 구 대표의 연임 적격 여부를 심사한다.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전원(8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연임을 적합하다고 판단하면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재선임 안건으로 다뤄진다. 구체적 일정과 관련해 KT 관계자는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다”고만 답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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