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지역 새마을금고에서 여성직원에게 ‘밥 짓기’를 시켰다는 등 각종 갑질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또 다른 새마을금고에서 직원들에게 화장실 청소와 설거지 등을 시켜왔다는 사실이 비즈한국 취재결과 밝혀졌다. 인천에 위치한 서인천새마을금고는 그동안 청소인력을 고용하지 않고 매일 직원들에게 사무실 청소를 시켜왔다(관련기사 [현장] 2년 연속 이자수익 82% 감소…우량하던 서인천새마을금고에 무슨 일이).
#매일 아침 청소와 설거지…건의해도 소용 없었다
서인천새마을금고(본점·연희·완정·검암·청라·검단)의 직원들은 매일 아침 청소를 해야 한다. 직원들은 이 같은 업무가 관행처럼 이어졌다고 말한다. 이곳에서 4년 이상 근무한 직원 A 씨는 “입사할 때부터 당연하게 청소를 해왔다. 너무 당연한 거라 처음에는 문제의식도 없었다. 10년 이상 된 일부 상급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3년 이하 젊은 직원들이 많다. 대부분 직원들이 청소와 설거지 등을 매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서인천새마을금고 직원들은 매일 오전 8시 30분 전에 출근해 청소를 시작한다. 서인천새마을금고의 정해진 출근시간은 오전 8시 50분, 금고 오픈 시간은 9시다. 업무분장표가 없어도 각자 정해진 청소 구역이 있다. 막내 직원은 자연스럽게 화장실로 향한다. 나머지는 금고 내·외부와 이사장실 등을 청소하고 이사장이 사용한 컵들을 설거지한다. 직원들이 청소해야 하는 곳은 화장실, 이사장실, 회의실, 객장, 탕비실, 휴게공간 등 금고에서 사용하는 모든 공간이다.
직원 B 씨는 “매일 아침 양복을 입고 화장실 청소를 한다. 소변기, 대변기를 전부 닦는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이상하다는 생각도 못 했다. 여기 직원들은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 전후로 입사해 20~23세 정도로 나이가 어린 사람이 많다. 첫 직장에서 시키는 일이니 대부분 당연히 해야 하는 일로 여기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서인천새마을금고의 모든 청소를 직원들이 한다. ‘청소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새마을금고 직원들에 따르면 서인천새마을금고는 청소를 위한 어떤 인력도 고용하지 않았다. C 씨는 “다른 상가에 입점해 건물을 같이 사용하는 지점을 제외하고 화장실을 포함한 어떤 곳에도 청소 인력도 없다. 이 때문에 화장실, 사무실, 이사장실 등 청소를 직원들이 하고 있으며 금고 앞 쓰레기도 매일 치운다. 이사장이 먹은 컵 등도 매일 설거지한다. 타 상가 건물에 입점한 지점들도 화장실 청소를 제외하고 사무실은 전부 직원들이 한다. 그동안 이에 대해 총무팀 등에 건의를 했지만, 아무리 말해도 바뀌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직원들 “근로계약서에 청소 내용 없는데…”
관행적으로 해오던 청소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2020년 하반기에 당선된 새로운 이사장이 취임하고부터다. 직원들은 새 이사장이 청소를 직접 지시하며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 압박이 계속되자 일부 직원들이 2021년 하반기에 새마을금고중앙회에 ‘고충신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서인천새마을금고 지점에 근무하는 직원이 작성한 이 고충신고서에는 “이사장 주관 책임자회의 때마다 항상 직원들에게 청소를 잘 하라고 얘기했다. 청소 좀 신경 쓰라며 늘 강조했다”고 적혀 있다.
잡초 관리를 지시했다는 내용도 있다. 이 직원은 “(이사장이) ‘주변 잡초가 너무 많아서 내가 직접 뽑았다’라며 잡초가 자라면 좀 뽑으라고 책임자회의에 대신 참석한 ○○○ 계장에게 지시했다”며 “이사장은 직원들이 구석구석 틈새 등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깨끗하게 하길 바랐지만, 이사장이 요구하는 청소는 직원들이 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는 부분이었다. 여러 이사장을 모시며 근무를 해봤지만 누구도 이렇게 청소를 언급한 적이 없었다. 현 이사장이 취임하고 이렇게 청소에 집착하는 모습에 당황스러웠고 강요로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청소용역을 요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이 직원은 “근로계약서에 청소 업무는 없는 내용이고, 의무도 아닌 사항을 이사장이 지시한다고 직원에게 강요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에 총무팀장에게 청소용역에 대한 부분을 요청했다. 하지만 청소용역은 아직까지 아무런 말이 없고 직원들이 정장을 입고 청소를 하고 있다”고 적었다.
서인천새마을금고의 또 다른 지점에 근무하고 있는 다른 직원 역시 지난해 말 새마을금고중앙회에 고충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신고서에는 “2021년 1월 이사장이 갑자기 본점 ○○창구 쪽으로 걸어오며 ‘○○ 팀장, 여자 화장실 동파되면 어쩌려고 창문을 안 닫았냐. 여자화장실 담당자인데 신경 좀 써’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한테 말한 게 맞는지 의아했고, 언제부터 내가 여자화장실 담당이었는지 그때의 당혹스러움은 말로 표현이 안 된다”고 적혀 있다.
#중앙회 “시간 외 수당 지급해야” 서인천새마을금고 “내년에 용역 쓸 예정”
고충신고서가 접수되자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올 초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조사 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중앙회 관계자는 “근로계약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돼 있는데, 그전에 출근해 청소하는 부분은 시간 외 수당을 줘야 맞다는 것으로 지도할 예정이다. (서인천새마을금고) 이사장이 내년부터는 예산을 편성해 청소용역을 맡길 계획이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새마을금고 내 갑질, 비위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하자 지난 9월 자체 ‘조직문화개선팀’을 꾸린 바 있다.
청소 논란에 대해 서인천새마을금고 관계자는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직접 청소를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한다. 다른 새마을금고 논란 이후에 중앙회에서 전국 새마을금고 실태 조사를 해서 청소 관련 보고를 한 바 있다. 현재 오전에 일찍 나오는 직원들은 그 시간만큼 일찍 귀가하게 한다. 오래전부터 청소 이야기가 나왔는데, 올해는 예산으로 잡힌 금액이 없어, 내년에 예산을 편성해 청소업체나 청소용역을 사용하기로 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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