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는 스타 작가 탄생에 초점을 맞춘 다른 공모전과 달리 민주적으로 작가를 발굴해 미술계의 텃밭을 기름지게 하려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특정 경향이나 장르 혹은 미술 활동 경력, 나이에 상관없이 대상 작가의 스펙트럼이 넓다. 일곱 번의 시즌을 통해 180여 명의 작가를 발굴했다. 이 중에는 미술계에 첫발을 내딛은 작가가 있는가 하면, 활동 경력이 풍부한 작가도 있었다. 미술시장의 주목을 받게 된 작가도 나왔고, 작품 활동의 모멘트가 된 작가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프로젝트 출신 작가들이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협회’를 만들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결실이다.
작가에게는 각별한 영감을 주는 존재가 있다. 이런 대상을 만나는 작가는 행복하다. 작품의 주제로 떠오르면 연작으로 나타난다. 연속적으로 작품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창작열이 불타오른다. 작가들은 이런 시기에 대표작을 만들어내게 된다.
고갱의 타히티 원주민 여인상이나 드가의 발레리나. 고흐의 해바라기, 모딜리아니의 목이 긴 인물들, 로트렉이 그린 무희들이 이런 행복한 소재에 속한다. 우리나라 작가들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이중섭의 황소나 박수근의 아기 업은 여인들, 권옥연의 소녀상 등이 그런 경우다.
송진석 작가에게는 탑이 그런 대상이다. 탑을 작품의 주제로 받아들인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한국적 아름다움을 구현할 수 있는 좋은 소재라는 점과 인간의 보편적 소망을 기원하는 기복적 의미가 그것이다. 이는 그의 예술관이기도 하다.
우리 미감의 핵심은 자연에 가깝게 다가선다는 것이다. 자연스럽다는 말이 친숙한 것도 자연을 닮으려는 우리네 감성 때문이다. 가공되지 않은 자연이 주는 미감은 친근하다. 그래서 익숙한 만큼 두드러지지 않는다. 엄마 같은 느낌, 물 같은 혹은 공기와도 같은 그런 느낌이다.
가장 소중하고 늘 곁에 있었지만 의식되지 않는 편안함이 주는 아름다움은 세상의 모든 미감 중에서도 으뜸으로 보인다. 작가는 이런 미감을 표현하는 데 우리의 석탑이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산악 국가다. 상당히 많은 산이 바위산으로 단단한 석질의 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루기가 까다로운 화강암으로 만든 우리네 석탑은 아담하고 투박할 수밖에 없다. 돌의 견고한 성질을 달래 솜씨를 보여주기에는 힘이 부친다. 장식을 입히는 데도 한계를 느낀다. 그래서 소소한 치장은 넘겨버리고 핵심만 담는 방법이 가장 편했을 게다.
따라서 우리의 석탑은 단순한 구조와 몽롱한 선을 담고 있다. 눈앞에서는 화강암의 꺼끌꺼끌한 질감만 보일 뿐이다. 조금씩 발걸음을 뒤로 물리면 자연스런 선에서 나오는 단아한 형상이 보인다. 이래서 은은한 미감이라는 말이 타당한 것이다. 흡사 질감이 튼실한 현대 추상 조각을 대하는 느낌이다.
송진석은 이러한 미감을 다양한 회화 재료의 거친 질감을 이용해서 나타낸다. 탑의 형태도 원시적 어눌함을 지니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세련된 현대 미감과 맞닿아 있다.
탑의 기복적 의미는 작가가 회화를 통해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희망의 메시지인 셈이다. 석사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셨던 탑의 원래 의미는 시간이 흐르면서 인간의 기복적 대상으로 확장되었다.
송진석은 민화에서 시작해 현대 회화로 넘어온 작가다. 불평등한 사회 제도에 대한 통쾌한 발언과 일상생활 속에 깃든 전통 신앙의 주술적 정서가 결합해 나타난 그림이 민화다. 그래서 민화에는 풍자와 기복적 정서가 버무려 있다. 민화의 여러 기능 중에서도 기복적 요소에 주목한 그가 탑을 소재 삼게 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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