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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비법] 공사비 분쟁 원인 '설계변경'은 어디까지 인정될까

정당한 사유 인정 시 공사비 증액 가능…부당 특약은 불인정 판례 다수

2022.11.07(Mon) 11:14:10

[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수도권 철근콘크리트 업체들이 하도급대금 관련 갈등으로 일부 건설 현장에서 셧다운을 이어간 7월 12일 공사중단 현장 목록에 포함된 서울의 한 건설 현장이 적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설계변경은 물가 인상, 추가 공사와 더불어 대표적인 공사대금 증액 사유다. 그리고 설계변경을 인정할 수 있는지, 인정된다면 추가 공사대금은 얼마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발주자와 원사업자 간 또는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 간에 자주 분쟁이 발생한다. 

 

우선 설계변경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개념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관급공사계약에 적용하는 공공 계약 예규에서 이를 자세히 규정하고 있는데 △설계서의 불분명, 누락, 오류 및 설계서 간의 상호모순 등에 의한 설계변경 △현장 상태와 설계서의 상이로 인한 설계변경 △신기술 및 신공법에 의한 설계변경 △발주기관의 필요에 의한 설계변경 △소요 자재의 수급 방법 변경 등이 설계변경 사유가 된다.

 

설계변경의 인정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일반적으로 설계변경은 조정을 통한 공사대금 증액 사유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계약은 계약기간과 대금 등을 정한 확정계약으로 이를 변경할 수 없다. 그러나 장기간에 걸쳐 이행되는 계속적 채권, 채무관계인 경우 경제적 사정이나 여건이 변경됐음에도 당초 계약 내용을 그대로 이행한다면 계약당사자에게 불공평할 수 있다.

 

이런 사정을 반영해 국가계약법령 등은 계약 내용 변경으로 인한 계약 금액 조정을 규정하고 있고, 설계변경은 그중 하나에 해당한다. 따라서 설계변경 등에 의한 하도급 변경계약은 도급계약이 변경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체결해야 하고, 변경계약에 따른 추가대금은 원사업자가 발주자로부터 해당 금액을 지급받은 날부터 15일 이내에 수급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한다. 15일 초과 지급 시 하도급법에 위반되고 지연 일수에 따른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민간 건설공사에 적용하는 표준 도급계약도 설계서의 내용이 공사 현장의 상태와 일치하지 않거나, 불분명·누락·오류가 있을 때 시공에 관해 예견하지 못한 상태가 발생하거나 사업계획의 변경 등으로 인해 추가 시설물의 설치가 필요한 때에는 설계변경을 해야 하고, 이로 인해 공사 물량 증감이 발생하면 계약 금액의 조정 및 공사 기간의 연장, 단축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설계변경을 인정한다고 곧바로 공사대금을 증액하는 것은 아니고, 형식상 거쳐야 할 절차가 있다. 우선 설계서인 설계도면, 공사시방서 및 물량명세서의 변경을 통해 설계변경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수급인은 설계변경 등 계약 금액 조정 사유 발생 시 발주기관에 그 사유와 조정 금액을 명시한 서면을 청구해야 하고, 발주기관은 수급인으로부터 계약 금액의 조정을 청구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계약 금액을 조정해야 한다.

 

참고로 완공 후 증액한 공사대금에 관한 실정보고서를 제출한 것만으로는 사후적인 계약 금액 조정(추가공사비 청구)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한 하급심 판결이 있다. 설계변경을 인정한다고 수급인 등이 주장하는 공사대금 액수를 그대로 인정하는 건 아니다. 국가계약법 시행령·국가계약일반조건 등에선 설계변경을 할 경우 단가는 설계변경 당시를 기준으로 산정한 단가에 낙찰률을 곱한 금액의 범위 안에서 발주 지관과 계약상대자가 상호 협의해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사계약에서 설계변경으로 인한 공사대금 증액을 두고 원사업자와 수급자 간에 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사진=연합뉴스


과거에는 설계변경과 관련해 공사대금 청구를 부정하는 부당특약 이슈가 자주 문제가 됐다. 도급계약 체결 시 설계변경으로 인한 추가 공사대금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둔 경우, 그 조항에 따라 추가 공사대금 청구를 완전히 부정하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다.

 

하도급법 제6조의2는 ‘원사업자가 설계나 작업내용을 변경함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을 수급인에게 부담시키는 약정은 부당한 특약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수급인이 특약조항에도 불구하고 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다만 대법원 2010다53457 판결은 ‘하도급법은 그 규정에 위반된 약정의 효력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과징금 등을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기 때문에 하도급법에 위반된 계약이라 하더라도 유효하다고 판시하고 있다.

 

따라서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는데,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 제5항 제1호 등은 ‘건설공사 도급계약의 내용이 당사자 일방에게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로서 계약체결 이후 설계변경, 경제 상황의 변동에 따라 발생하는 계약 금액의 변경을 타당한 이유 없이 인정하지 않거나 그 부담을 상대방에게 전가하는 경우에는 그 부분에 한정해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22조의 적용에 따른 해당 조항의 무효를 주장하면서 민법의 일반 법리에 따라 설계변경에 따라 추가한 공사대금의 지급을 청구하는 방법을 강구하게 되는데, 정작 대법원은 ‘발주자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하도급법에 위반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사법상 효력과는 상관없이 그 자체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전제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했다.

 

이처럼 법령 및 판례는 계약조항에 의한 추가 공사대금 배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최근에는 부당특약에 관한 분쟁은 줄어드는 편이다. 발주자와 원사업자 관계의 경우, 발주자가 원사업자의 설계변경 또는 그로 인한 공사대금 증액을 거절할 경우 시공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대체로 발주자가 원사업자의 설계변경 주장을 수용하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원사업자와 원사업자로부터 하도급받은 수급사업자 간의 관계다. 여기서 원사업자는 종합건설사, 수급사업자는 전문건설업자인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원사업자의 계약상 지위가 우월하다 보니, 수급사업자의 설계변경 요구와 태도에 관한 분쟁이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원사업자는 ‘발주자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아야 수급사업자에게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발주자와 원사업자는 확정 단가 계약인 반면,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는 물량계약을 맺는다. 만일 물량 증가에 따른 공사비 증가가 발생한 경우라면 수급사업자는 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있어 위와 같은 원사업자의 태도는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설계변경, 지급설비의 성능 부족과 하자, 지급 자재의 지연 등으로 인한 공기 지연, 납기 연장 등의 경우에도 원사업자가 공사비를 반영하지 않아 수급사업자가 손실을 떠안는 경우도 있다.

 

공사계약은 장기간의 거래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사전에 공사 현장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공사대금 증액과 이를 둘러싼 분쟁은 피할 수 없다. 따라서 공사를 준 발주자든 공사를 위탁받은 원사업자·수급사업자든 위와 같은 기본적인 내용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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