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이 장기간 표류를 끝내고 분양 궤도에 오르면서 아파트 일반분양 가격과 조합원 분담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업은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 간의 갈등으로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되면서 1조 원 대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정비업계와 강동구청 등에 따르면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 포레온) 재건축조합은 지난달 19일 강동구청에 일반분양가격 심사를 신청했다. 조합 측이 제시한 희망 분양가는 3.3㎥(평)당 3900만 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는 관리처분 당시보다 350만 원가량 높지만, 이들이 앞서 조합원 분담금을 고려해 산출한 적정 분양가보다는 250만 원가량 낮다.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분양면적 34평형(전용면적 84㎥)으로 계산해보면 약 13억 2600만 원이 나온다. 심사 후 통상 10% 정도가 감액되는 점을 감안하면 12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6개월 공사 중단에 따른 1조 원 대 비용 발생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강동구청 분양가심사위원회는 이르면 이달 9일 둔촌주공아파트 일반분양가를 확정 지을 계획으로 알려졌다.강동구청 주택재건축과 관계자는 “둔촌주공아파트 일반분양가 심사가 신청된 상태로 심사위원회를 열어 11월 중 결과를 확정할 것”이라며 “분양가가 확정되면 조합은 이를 근거로 12월경 분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올림픽파크 포레온이 위치한 서울 강동구 둔촌동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일반분양 전에 분양가 심사를 받아야 한다. 분양가격은 전문가로 구성된 지자체 분양가심사위원회가 택지비에 건축비, 단지별 가산비용을 더해 산출한다. 택지비는 한국부동산원 감정평가, 건축비는 국토교통부 고시를 기준으로 하되 가산비는 조합 측 지출 자료를 바탕으로 선별 적용한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은 공사비 증액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으로 공사가 6개월 정도 중단되면서 1조 원대 비용이 추가로 발생했다. 앞서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로 이뤄진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사업단은 지난 9월 공사 중단에 따른 손실 비용을 1조 1385억 원을 조합 측에 청구했다. 2020년 6월 인상된 공사비 3조 2293억 원을 포함했을 때 전체 도급 공사비는 4조 3400억 원 수준. 조합원 1인당 분담금이 약 1억 8000만 원 늘어났다.
조합은 당초 2016년 총회에서 공사비를 2조 6708억 원으로 정했지만, 시공사업단은 2020년 6월 설계 변경 등을 이유로 공사비를 3조 2293억 원으로 올리는 변경 계약을 전전 집행부와 맺었다. 이후 공사비 증액을 두고 조합이 시공사는 물론 내부에서도 갈등을 빚으면서 집행부가 두 차례 교체됐고, 공사는 올해 4월 공정률 52% 수준에서 멈춰섰다.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지난 8월 공사비 재검증과 분양 절차 개시에 극적으로 합의했고 10월에 공사가 재개됐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조합사업비 대출 조건도 악화했다. 조합은 앞서 NH농협은행 등 24개사로 구성된 대주단에 지난 28일인 조합사업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만기를 연장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에 투자자로 참여하던 KB증권이 28일 둔촌주공 PF 대출 차환 발행 주관사를 맡아 시공사업단 연대보증 방식으로 총 5423억 원의 단기 자산유동화증권(ABCP·ABSTB, 만기 83일)을 발행했다. 차환 발행 금리는 12% 안팎으로 기존 발행 금리(3.55~4.47%)보다 대폭 상승했다.
사업 지연으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면서 이목은 일반분양 가격에 쏠린다. 정비사업 시행자인 조합은 분양 전까지 사업 비용을 빌려 쓴 뒤 아파트 분양 수익으로 이를 상환하기 때문이다. 분양 수익보다 비용이 많을 때는 조합원이 이를 분담금 형태로 나눠 낸다. 통상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에서 일반분양가는 조합 측이 제시한 분양가에서 10% 내외로 깎인다. 지난해 6월 일반 분양을 마친 신반포3차·경남아파트(래미안 원베일리) 재건축사업에서는 조합 측이 제시한 일반분양가격(3.3㎥당 6130만 원)이 주무부서와 분양가심사위원회를 거쳐 5669만 원으로 7.5% 감액됐다.
최근 발표된 기본형 건축비와 분양가상한제 개선안은 일반분양 가격 상승 요인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9월 건자재 및 노무비 가격 변동 등을 고려해 ㎥당 기본형 건축비를 185만 7000원에서 190만 4000원으로 2.53% 인상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6월 ‘분양가 제도 운영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택지 가산비용에 주거이전비, 이사비, 영업손실보상비, 명도소송비, 이주비 금융비용, 총회 개최 비용 등 정비사업 필수 소요 경비를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분양가 산정과 관련해서는 조합원 사이에서도 이견이 많은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언급하기 어렵다. 다만 분양가격이 확정되면 이를 토대로 관리처분을 변경하고 분양공고를 낼 계획”이라며 “사업비 대출 만기가 내년 1월 19일이기 때문에 이전에 일반분양과 관련한 확정된 사항이 나오지 않으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큰 변수가 없는 한 (분양가 심사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사업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조성된 아파트 5930가구를 허물고 1만 2032가구를 새로 짓는 정비사업이다. 지하철 5호선 둔촌동역 동남쪽 62만 6232㎡(18만 9435평)에 지하 3층~지상 35층 규모 85개 동이 들어선다. 공급물량이 소규모 신도시급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아파트보다 2522가구가 많아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이라 불린다. 전체 조합원 수만 6068명, 청약 대기자에게 돌아가는 일반분양 물량은 4786세대로 조합원은 물론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들도 관심이 높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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