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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유가족 금융 지원, 과연 실효성 있나

대상 한정적이고 구체적 조건도 빠져…가이드라인 없어 재난 때마다 지원 내용 '들쑥날쑥'

2022.11.04(Fri) 10:25:01

[비즈한국] 156명의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로 전국이 슬픔에 빠졌다. 정부는 11월 5일까지 국가 애도 기간으로 정하고 의료·장례 절차·심리치료 지원 등 각종 사후 대책을 내놓았다. 금융당국도 업계와 함께 지원방안을 발표했는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기리며 남긴 국화와 추모 메시지가 가득하다. 사진=박정훈 기자

 

10월 29일 밤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참사로 전국에 애도의 물결이 일고 있다. 핼러윈 기간을 맞아 거리로 나온 청년들이 도심 한복판에서 손쓸 도리 없이 사망한 참혹한 상황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다. 이에 정부는 사고 다음 날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유족과 부상자에게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나온 지원책으로는 사망 위로금 2000만 원(부상 500만~1000만 원)과 장례지원비 최대 1500만 원 지급, 전화·대면 심리상담, 세금 납부 기한 연장, 통신 요금 감면 등이 있다.

 

지난 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서도 지원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현금 지원과 별도로 은행, 저축은행·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보험업계와 연계해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유가족과 부상자를 위한 금융지원에 나섰다.

 

내용을 보면 은행권은 △유가족 대출에 대해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 저축은행과 여전사는 △유가족의 긴급대출 신청 시 관련 절차 신속화 △저축은행중앙회와 여신금융협회에 유가족 대상 전담 상담 창구 설치 △유가족 요청 시 대출(저축은행)과 카드 대금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 보험사는 △사고 피해자 유가족과 부상자 대상으로 신속한 보험금 지급 등을 내놨다.

 

그러나 이 같은 금융지원책이 유가족과 부상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피해자 연령대가 낮아 가족을 부양하는 경제활동인구가 적지 않나”라며 “이전 재난에서도 금융 지원 실적이 미미했던 것으로 안다. 이번에도 실제로 대출 연장 등을 신청하는 경우는 적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또 국내 금융회사 이용자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단기 체류한 외국인 피해자는 자연히 배제됐다. 이태원 참사의 외국인 피해자는 사망 26명, 부상 15명으로 현재 외교부 측에서 1 대 1로 전담 공무원을 배정해 위로금·장례비용 신청 등 사후 처리를 돕고 있다.

 

지원 내용이나 신청 방식 등 구체적인 안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예를 들어 유족과 부상자가 금융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피해를 입었다는 증빙이 필요한데, 금융당국이 발표한 자료에는 이에 관한 설명이 없다. 업계에 따르면 유족 등이 위로금과 장례비를 수령한 내역을 금융회사에 제출하거나, 비용 신청이 완료됐다는 안내문(문자메시지 등)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지원 대상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대출 연장이나 상환 유예 기간이 언제까지인지도 알 수 없다. 지난 9월 태풍 ‘힌남노’ 피해 지원책에서 가계 대출의 만기 연장 기간을 6개월에서 1년으로, 보험료 납입 및 카드 대금의 청구 유예 기간을 6개월로 명시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현장을 10월 31일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참사 현장 인근의 소상공인을 위한 대책이 마련될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이 또한 과거 사례가 있기 때문. 세월호 참사 지원의 경우 사건 발생 한 달 후(2014년 5월) 금융지원 대상 범위를 피해 우려 업종까지 확대했다. 운송·숙박·여행 업종의 중소기업에 대해 3개월간 대출 만기를 연장하고 원리금 상황을 유예했다. 더불어 중소기업의 자금 경색을 해결하기 위해 은행권에선 저금리로 자금을 지원했고, 사고 관련 지역인 진도군과 안산시에는 지역 중소기업과 어업인을 위해 기업은행과 수협에서 현장 금융지원반을 설치했다. 

 

올해 태풍 힌남노 피해 지원도 마찬가지다. 부산·울산, 경남, 제주, 대구·경북 등 피해 지역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복구 소요자금과 긴급 운영자금 대출을 지원했고, 대출 만기 연장(1년)과 상환 유예를 지원했다. 다만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태원 상권을 위한 지원책은 현재로선 결정된 바가 없다”라고 답했다. 

 

금융당국이 대형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지원책을 내는 데도 재난마다 세부 내용이나 실행 방식에서 차이가 나는 이유로는 지원책의 기준이 없다는 점이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업권 협회 등은 재난과 관련해 금융지원책의 매뉴얼이나 가이드라인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 국장은 “이번 이태원 참사 금융지원책을 보면 기존 대출의 연장에 그치는데, 이보다는 사망한 이들의 채무나 카드 대금 등을 감면하는 방안 등이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며 “수습에 어려움을 겪을 외국인 피해자에게는 정부 차원의 더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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