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시장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시장이 얼어붙었다. 이에 올해 하반기 리츠 상장을 준비한 금융사들 또한 줄줄이 계획을 연기했다. 특히 주목을 받은 ‘대신글로벌코어리츠’도 마찬가지. 연내 상장을 목표로 대신파이낸셜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역량을 집중했던 상장리츠다.
그러나 그간 리츠를 둘러싸고 여러 우려가 제기된 만큼, 대신증권 내부에서는 올해 리츠 상장이 연기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려를 불식할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대신자산신탁은 올해 상장이 연기된 리츠에 대해 내년에 재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재인가 시 매입부동산 감정평가를 다시 하는 것은 물론 리츠의 편입 자산 변경까지 고려해볼 수 있다.
대신글로벌코어리츠는 대신파이낸셜그룹의 첫 번째 상장리츠다. 대신그룹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그룹명을 대신파이낸셜그룹으로 변경했고, 대신증권은 “올해를 리츠 1위 증권사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리츠 시장이 얼어붙었다. 실제로 대표 리츠 상품 10종을 추종하는 KRX 리츠 TOP10지수는 10월 한 달간 20%가량 추락했다. 결국 시장 상황에 따라 대신자산신탁뿐만 아니라 여러 금융사가 연내 계획했던 리츠 상장을 연기했다.
대신자산신탁의 대신글로벌코어리츠는 대신파이낸셜그룹이 야심 차게 준비한 스폰서리츠(앵커리츠)다. 스폰서리츠는 대기업, 금융사 등이 대주주로 참여해 자금조달과 자산운용, 시설관리 등을 전반적으로 지원하는 리츠를 뜻한다. 스폰서가 지분을 투자하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률을 예상할 수 있다. 더불어 주로 그룹 계열사나 모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리츠에 매각하는 만큼, 리츠가 손쉽게 우량자산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스폰서리츠는 이 같은 특성 때문에 그룹 내에서 소화하기 어려운 자산을 넘기거나, 그룹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 하는 데 활용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신글로벌코어리츠 또한 이 같은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리츠가 담고 있는 자산 모두 그룹 계열사가 보유한 일본 부동산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신증권 내부에서는 “소화가 어려운 그룹 보유 자산을 리츠에 넘겨 그룹은 이익을 얻고, 부담은 시장(개인투자자)에 넘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대신글로벌코어리츠의 주요 자산은 일본 도쿄 소재 코지마치오도리빌딩과 커넬사이드빌딩 등 오피스 두 곳과 멀티패밀리(임대주택)인 더그랜클라세니혼바치 한 곳, 폴란드 스비보드진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 한 곳이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코지마치오도리빌딩은 대신자산운용의 사모펀드인 ‘대신 Japan 하임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1호’ 소유의 익명조합원 지분 98.89%를 매입한다. 커넬사이드빌딩은 대신F&I 소유의 익명조합원 지분 98.98%를, 더그랜클라세니혼바치는 대신증권 동경법인 소유의 익명조합원 지분 98.98%를 매입할 계획이다. 폴란드 아마존 물류센터의 경우 부동산을 소유한 ‘대신 Poland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의 수익증권 96.77%를 매입할 계획이다.
그렇다면 대신파이낸셜그룹은 실제로 그룹 계열사가 보유 중이던 자산을 리츠에 넘기면서 이익을 챙길까. 이를 확인하려면 계열사들이 자산을 취득한 금액과 (리츠로의) 매각금액을 확인해야 한다. 그러나 사모펀드나 대신증권 도쿄법인으로부터 넘겨받는 자산은 취득원가를 확인할 수 없다. 다만 대신자산운용이 지분 일부를 보유한 것으로 공시된 사모펀드 지분에 대해서는 단순계산으로 취득원가를 추정해볼 수 있다. 공모형 펀드가 대신F&I로 넘긴 자산은 취득가액과 매각액이 공시됐다.
폴란드 물류센터는 대신자산운용의 사모펀드로부터 지분을 인수한다. 리츠는 ‘대신 Poland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의 펀드수익증권 96.77%(874억 2500만 원)와 펀드 기타순자산가액(12억 3700만 원), 펀드유보금 정산금액(49억 8600만 원) 등을 합해 936억 4800만 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다.
대신자산운용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대신자산운용은 ‘대신 Poland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의 지분 2.15%를 보유하고 있다. 취득원가는 19억 968만 원, 장부가액은 17억 6054만 원이다. 대신자산운용의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대신 Poland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제1호’ 지분 100%의 가치를 계산하면 약 888억 원이다. 장부가액으로 계산하면 818억 원이다. 취득원가로 비교하면 펀드에서 리츠로 넘어갈 때 지분 가치는 기존 874억 원보다 14억 원가량 낮아졌지만, 장부가액으로 계산하면 56억 원가량 올랐다.
리츠가 대신F&I로부터 인수하는 커넬사이드빌딩 지분은 당초 ‘대신 Japan 하임 부동산투자신탁 제3호’가 편입자산을 조기 매각, 지난해 11월 펀드를 조기 상환 하면서 대신F&I로 넘긴 것이다. 공시에 따르면 대신 Japan 하임 3호는 보유 중이던 DS Canal 합동회사에 출자한 익명조합 지분(취득가액 791억 5682만 원)과 현금정산분을 85억 엔(819억 원)에 대신F&I에 매각했다. 거래종결일은 지난 5월 9일이다. 리츠는 DS Canal 합동회사의 익명조합 지분 98.98%(836억 4100만 원)와 지분매입 정산금액(59억 3900)을 합해 약 895억 8000만 원을 투자해 매입할 계획을 밝혔다. 짧은 기간 지분 가치가 17억 원가량 올랐다.
이와 관련, 대신증권 관계자는 “타 사의 사례 때문에 계열사 자산을 리츠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할 수 있지만, 대신파이낸셜그룹은 전혀 해당사항이 없다”며 “(리츠 편입을 염두에 두고) 최근 2~3년 사이 미리 자산을 취득해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다가 리츠에 편입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리츠의 자산 매입은 감정평가사 두 곳의 감정평가를 통해 적정한 가격으로 이뤄졌다”며 “감정평가액보다 리츠가 싸게 인수하거나 비싸게 인수하게 되면 배임이 된다”고 덧붙였다.
일본 부동산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부터 일본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임대차계약 갱신 가능성이 낮아져 공실률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재택근무가 정착되면서 오피스를 통폐합하는 추세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도쿄의 오피스 임대료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도쿄의 ‘오피스 임대료 지수’(1985년 2월=100)는 154.77로 전년 동기 대비 4.56p 떨어졌다. 지난 9월에는 149.12까지 내려앉았다.
게다가 대신글로벌코어리츠에 편입되는 일본 자산 2곳은 핵심 임차인의 임대차계약 만료 시점도 머지않았다. 리츠는 코치마치오도리빌딩에 대해 “기존 임대차 계약을 승계하고, 핵심 임차인인 니토 보세키(2024년 만기 도래)와의 장기임대차 계약을 추진해 임차인 공실 위험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커넬사이드빌딩에 대해서는 “파나소닉 컨슈머 마케팅(파나소닉 자회사)의 임대차계약 종료 1년 전인 2023년 1월부터 임대계약 연장협상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대규모 면적 사용에 따른 이전비용과 업종 특성을 고려하면 재계약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파나소닉 컨슈머 마케팅의 임대차계약은 2023년 12월 31일까지다.
이와 관련, 대신증권 관계자는 “일본 부동산은 금리가 낮기 때문에 조달 비용이 들지 않아 기본적으로 매력이 있다”며 “종합적으로 감안했을 때 임대수익이 충분히 발생하고, 매각 시에는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어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리츠의 최고 매력은 안정적인 배당인데, 그 요건에 충족하는 리츠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며 “시장 상황이 어려워져 상장을 연기했지만 리츠에 진심”이라고 강조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핫클릭]
·
우후죽순 구독 서비스, 고물가에 해지 봇물…'옥석 가리기' 시작됐다
·
'상생 조정기구' 만든 맘스터치, 1년 만에 소송 당한 내막
·
레고랜드발 '리츠 한파'에 떠는 금융사, 얼어 죽는 개미들
·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시대 열렸지만 증권사별 제각각 운영 속사정
·
[단독] 대신증권 판매한 P2P 펀드, 황당 사기 휘말려 마이너스 수익률 친 내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