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서울시가 지난 8년간 예산 등을 이유로 환경미화원을 계약직으로 고용해왔다는 사실이 비즈한국 취재 결과 밝혀졌다. 서울시는 2014년부터 ‘서울365 청결기동대’를 고용해 기존 환경미화원 업무와 동일한 가로청소 업무를 지시했다. 특히 이들은 환경미화원이 근무하지 않는 주말과 평일 오후 4시~10시인 ‘취약시간대’에 근무해왔다. 호봉에 따라 매년 임금이 상승되는 환경미화원과 달리 이들의 인건비는 ‘서울시 생활임금’에 맞춰졌다. 2022년 청결기동대의 월급은 시간당 1만 766원(야간 1만 6149원)으로 월 209만 9000원 수준이다.
청결기동대는 기존 가로청소 환경미화원과 동일한 업무를 하지만, 임금 등 처우는 같지 않다. 서울시는 청결기동대를 지난 8년간 확대 운영하는 등 지속적으로 인력을 투입해왔다. 그러나 이들을 계속 단기 계약직 형태로 채용했다. 서울시에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환경미화원 있는데…서울365 청결기동대 생긴 이유? “사실상 임금 때문”
2014년 3월 서울시는 청소공백을 메우겠다는 취지로 ‘서울365 청결기동대’ 활동을 시작했다. 환경미화원이 근무하지 않는 시간대에 투입해 거리를 청결하게 유지하겠다는 취지였다. 또 40~65세로 구성된 중장년층 일자리를 확충하겠다는 계획이다. 당시 서울시는 “늦은 밤이나 주말‧공휴일에 명동, 홍대입구, 이태원 등 번화가를 지나다 보면 쓰레기가 쌓여있거나 무단으로 길거리에 버려져 있어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불쾌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이렇듯 도심 주요 지역에서 환경미화원들의 근무시간 이외의 청소공백을 메워줄 ‘서울365 청결기동대’ 50명이 활동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청결기동대 운영을 통해 기존 환경미화원의 업무 과중을 줄이고, 문제점을 보안해 나가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난 8년간 청결기동대를 운영하면서 기존 환경미화원과 ‘다르게 취급’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폐기물관리법 등을 준수해 산정되는 환경미화원 임금과 달리 생활임금을 받고 있다. 또한 주말과 밤시간대 등 취약시간대에 가로청소 노동을 해왔다.
당초 쓰레기 투기가 과도하게 많은 일부 지역에만 투입하겠다는 서울시 계획과 달리, 청결기동대는 점점 확대됐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2014년 6개 자치구에 청결기동대 총 50명이 투입됐지만, 2022년에는 8개 자치구에 총 66명이 투입되고 있다.
서울365 청결기동대는 서울시에서 예산을 지원하고, 각 자치구에서 이를 운용하는 방식이다. 청결기동대 선발이나 운영 모두 자치구에서 진행한다. 서울시는 2022년 자치단체경상보조금 명목으로 청결기동대 운영인건비를 6억 9521만 5000원, 청결기동대 피복비 및 작업용품비를 4200만 원 책정했다.
해당 사업을 서울시에 신청한 8개 자치구(종로구·중구·용산구·동대문구·은평구·서대문구·마포구·영등포구)는 서울시에 사업비를 지급 받아 자체적으로 청결기동대를 고용해 운영한다. 자치구마다 1~12개월 등 기간은 다르지만, 모두 계약직 고용 형태다. 청결기동대를 운영하는 자치구는 주로 관광특구 또는 유동 인구가 밀집된 지역이다. 명동, 동대문, 이태원, 경리단길, 여의도, 북촌로 등 사람이 밀집하고 인구가 많은 곳에 기동대가 투입된다.
서울시도 나름의 사정은 있었다. 서울시 생활환경과 관계자는 “기존 환경미화원이 대로변을 중심으로 청소한다면, 서울365 청결기동대는 골목 등 좁은 거리를 위주로 청소한다. 업무 자체가 다르지는 않다. 다만, 청결기동대는 공무원만큼 신분보장이 확실한 환경미화원과 달리 선발하는 시스템도 조금 다르고,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특히 기존 환경미화원만으로 대응이 안 되는 유동 인구 밀집지역에 투입된다. 계약직으로 운영되지만, 통상적으로 기존에 기동대를 하셨던 분들이 그대로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환경미화원은 자치구 예산으로 운용되지만, 청결기동대는 서울시 지원 사업이기 때문에 예산 부담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자치구에서 고용하는 환경미화원 분들은 100% 자치구 예산으로 부담한다. 서울시 전체 환경미화원이 3000명가량인데, 노조의 단체 행동·단체 교섭이나 퇴직금,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지는 임금 등을 고려하면 자치구에서 환경미화원을 추가로 고용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기존 환경미화원이 초과 근무를 하면 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이도 어렵다. 정책적으로 모든 환경미화원을 정규직하라는 요구가 틀린 건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예산을 운영하는 자치구 입장에서 모든 예산을 청소에 투입할 수 없는 현실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로청소 업무를 하는 환경미화원과 청결기동대의 업무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고, 청결기동대의 업무가 8년 동안 필요했던 일이라면 기존 환경미화원 인력을 늘려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현재 청결기동대의 고용안정이나 임금, 활용 방식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힌 상황이다.
#환경부 “법리적으로 살펴보겠다”…전문가들 “인건비 아끼려는 꼼수”
2022년 환경부 작업안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환경미화 작업은 주간작업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임금 규정도 환경부에서 기준을 정한다. 그러나 서울시365 청결기동대는 환경부에서 정하는 ‘환경미화원’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자원순환국 생활폐기물과 관계자는 “청결기동대에 대한 내용은 모르고 있었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이 원칙인데, 청결기동대 업무가 기존 환경미화원과 같다면, 법리적으로 따져봐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 현재 환경미화원 인건비 등은 환경부에서 정한 기준을 맞춰 측정하고 있다. 지자체 공무원 임금 기준과 유사하게 적용 받게 돼 있다. 사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답했다.
결국 서울시가 임금 부담 등으로 8년 동안 비정규직을 양산했다는 비판은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노총 연합노련 관계자는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에서 비정규직을 양산해, 현재 국가에서 그 책임을 인정하고 고용안정을 위해 노동자를 무기계약직 및 정규직으로 순차 전환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지자체가 선도해 계약직을 양산한다는 게 기만이라고 느껴진다. 지자체 직고용 환경노동자와 비교했을 때 서울365 청결기동대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허리를 숙이고 청소를 하고, 무거운 폐기물을 운반하며, 복잡한 거리에서 작업을 하는 산재 위험이 큰 업무을 하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예방과 대처가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처음에는 서울365 청결 기동대가 유동 인구가 많은 대학로, 신촌 인근 쓰레기를 빨리 치워주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된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단기 일자리 사업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닌 상시업무를 단기로 계속 돌리는 방식이라면 인건비를 아끼려는 꼼수다. 결국 지자체에서는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하면서 실적을 늘리는 셈이다. 인력이 계속 투입돼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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