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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 시청, 맨땅서 생존수영…'연간 51차 시' 학교 안전교육 '맹탕' 운영

'1차 시'는 1시간 아닌 20분 교육…시간 늘리면 교사들 부담 커져

2022.11.01(Tue) 14:49:04

[비즈한국]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청소년 대상의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학교 안전교육에 군중 밀집 지역에 관한 내용이 빠져 있어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태원 압사 참사를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들이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합동감식 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학교에서 안전교육 제대로 배웠더라면’ 안전교육 강화 목소리 커져 

 

‘CPR 어디서 배울 수 있나요?’ 이태원 참사 이후 심폐소생술 및 재난 대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수소문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구급대원 및 일반인이 심폐소생술을 한 덕에 일부 시민이 목숨을 구하는 모습을 보며 CPR을 배워둬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많아진 것이다. 

 

남 아무개 씨(35)는 “뉴스를 통해 사고 현장을 접하며 심폐소생술을 배워둘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도 운영하고 있어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해야 할 것 같다”며 “CPR을 배울 수 있다는 곳이 주변에 있으면 찾아가 교육을 받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CPR 교육을 하는 안전체험관이나 교육센터 등에도 문의 전화가 쇄도하는 중이다. 서울의 한 안전체험관 관계자는 “응급처치 관련 무료 교육을 운영 중인데 주말을 보낸 뒤 평소보다 응급처치와 관련된 문의 전화가 크게 늘었다”며 “성인이 CPR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묻는 전화가 많았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학교 정규 교육과정에서 안전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교 안전교육에 CPR 등 응급처치 교육이 있다. 하지만 제대로 배우지 못해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못한다”며 “학교에서 지진이나 위험 상황에 대한 훈련이나 응급처치 관련 교육을 좀 더 체계적으로 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교과과정에서는 학교 안전교육 실시 기준 등에 관한 고시에 따라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안전교육을 한다. 연간 51차 시의 안전교육을 관련 교과 및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에 이수하는 방식이다. ‘51차 시’라는 숫자만 놓고 보면 안전교육이 충분히 이뤄지는 것 같지만 실제 할애되는 시간은 많지 않다. 51차 시가 51시간의 교육을 말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진의 원리에 대해 수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진 대피 요령을 안내할 수 있다. 이런 부분도 안전교육 1차 시 수업으로 인정한다”며 “안전교육으로 시간을 명시하면 교사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고, 수업 운영에 대한 자율성에 제약이 될 수 있다. 때문에 51차 시 이상의 안전교육을 정해놨을 뿐 교육 시간에 대해 정해 놓은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허억 가천대 국가안전관리대학원 교수는 “20분 정도 교육하면 1차 시 교육으로 인정한다. 때문에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기 힘들다”며 “안전에 대한 이론을 전달하고 비디오 보여주는 식이다. 안전교육의 목적은 사고 예방이기 때문에 실제 사고 사례 중심의 체험 교육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영역도 ‘학교 안전교육 7대 영역 표준안’에 따라 생활안전, 교통안전, 폭력예방 및 신변보호, 약물 및 사이버중독 예방, 재난안전, 직업안전, 응급처치에 국한된다. 이태원 참사 등과 관련된 군중 밀집 지역의 위험 등을 다루지 않고 있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이정술 사무총장은 “7대 안전교육에서는 대형 군중이나 인파가 몰리는 상황에서의 질서유지나 행동요령 등에 대해 지도하고 있지 않다”며 “현재 교육과정에서는 체험이나 훈련 등의 교육이 너무나 적으며, 짧은 이론 교육만으로는 상당히 부족하다. 군중이 몰리는 상황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인식 자체가 되지 않았고, 이런 것에 대한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자율적으로 학교가 안전교육을 늘리는 것은 가능하나 최소 교육 시간을 현재보다 확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앞서의 교육부 관계자는 “현재 정해진 최소 교육 시간을 현재보다 확대하기는 쉽지 않다. 이에 대해 의견이 다양하다”며 “안전교육이 중요하니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지만 교육하는 입장에서 부담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깊이 있는 정책 연구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추후 방향성을 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0월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 임시 추모공간을 찾은 시민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세월호 사고 이후 강화된 안전교육? 실태 들여다보니

 

사고가 발생하면 안전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지만, 일시적일 뿐 지속적인 교육 강화가 이뤄지지 않는 측면도 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교육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며 교육부는 초등학교 정규 교육과정에 생존수영을 필수 교육과정으로 도입했다. 하지만 현재 많은 학교에서 생존수영은 시간 때우기 식으로 운영해 문제가 되고 있다.

 

생존수영은 필수 교육과정이지만 교육 시간이나 프로그램은 정해진 부분이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체육 시간과 창의적 체험 활동 시간을 합쳐 10시간 이상 운영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나 교육 시간이 정해진 것은 아니다. 수업 시간은 지역이나 학교에 따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표준 프로그램을 개발해 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프로그램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는 것보다는 이런 내용을 중점으로 교육하라고 안내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학교의 재량에 맡기다 보니 수업이 허술한 곳도 많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생존수영을 배워야 하는데 수업에서 자유형, 배영 등 영법을 배워오더라. 안전교육의 일환인데 진지하게 수업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부모도 “코로나19의 영향이 있긴 했지만 생존수영을 교실 바닥에 매트를 깔고 배웠다고 하더라.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학부모나 학생의 경각심이 낮아 수업 참여도가 낮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학부모 A 씨는 “수영을 하지 않고 앉아만 있는 아이도 많다. 감기에 걸릴까 봐 자녀를 수업에 참여시키지 않는 부모들도 있고, ‘아이가 물을 무서워해서’, ‘수영 선생님이 엄하게 가르쳐서’, ‘수영복을 입기 싫어해서’ 등의 이유로 교육에 비협조적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허억 교수는 “일본의 경우 지역 사회가 아이들의 안전을 함께 돌봐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학교뿐만 아니라 가정과 지역 사회가 연계돼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위험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교육을 통해 안전 의식을 일깨워주고 일상 속에서 계속해서 안전을 생활화할 수 있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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