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금리 인상 여파로 주택 가격과 거래량이 줄어든 가운데 정부가 무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을 50%로 완화하고,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거래 위축과 과도한 규제로 내 집 마련과 주거 이동에 어려움이 생기는 상황을 해소하겠다는 취지인데,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주택 금융 규제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거래 위축과 과도한 규제로 실수요자가 내 집 마련과 주거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금융위원회는 은행업감독규정 개정 등을 통해 내년초 금융 규제 완화 방안을 실행할 계획이다.
무주택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현행 규제지역 최대 수준으로 완화한다. 정부는 무주택자와 주택 처분을 앞둔 1주택자에 대해 주택가격과 무관하게 LTV 50%를 적용키로 했다. 당초 무주택자와 주택 처분을 앞둔 1주택자는 비규제지역에서 70%, 규제지역에서 20~50% LTV를 적용받았다.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도 푼다. 정부는 무주택자와 주택 처분을 앞둔 1주택자가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서 15억 원이 넘는 아파트를 살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허용하기로 했다. 당초 이 지역에서 15억 원을 초과하는 초고가 아파트에는 주택담보대출이 안 됐다.
이번 금융 규제 완화로 주택 거래가 숨통을 틔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매매 거래된 주택은 총 38만 5391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7%(35만 1926건) 줄었다. 지난 9월 주택 매매수급지수는 87.1로 지난해 12월 이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매매수급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을수록 시장에는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파르게 올라가는 금리 때문에 주택 거래가 실종을 넘어 거래 멸종 상태로 접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 규제 완화는 부동산 시장의 경착륙을 막는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당장은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에 주택 구매자가 급격하게 늘지는 않겠지만 금리 상승이 멈춘다면 주택 거래의 숨통을 트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부동산 시장이 더욱 악화되면 경기 부양책으로 부동산 촉진책까지 펴야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시기를 놓치기 전에 시장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금융 비용 때문에 과거처럼 대출을 일으켜 투자 수익을 노리는 수요는 적을 것이다. 시장에서 대출규제 완화를 수용할지는 다른 문제이지만 실수요자의 선택지를 넓혀주는 것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융 규제 완화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기준금리를 3%로 0.5%P 올렸다. 올해 4월과 5월, 7월, 8월에 이은 다섯 번째 인상 결정이다. 9월 기준 시중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4.79%로 한 달 새 0.44%포인트 높아졌다. 금리 인상 여파로 우리나라 주택 매매 가격은 올해 6월(-0.01%, 한국부동산원 기준) 하락 전환해 9월까지 0.85% 내렸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지금 상황에서 LTV 규제 완화는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막대한 이자 부담과 집값 하락의 위험을 짊어지고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할 사람이 적을뿐더러 정부로서도 이런 시장 상황에서 규제 완화로 수요를 부추기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15억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허용 역시 부동산 시장 전환기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정책목표가 서민 주거 안정인지 집값 부양인지를 먼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장은 “과거 주택 금융 규제 완화는 큰 조치였지만 지금 시장 상황에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계약금 5억 원이 걸린 강남권 아파트 매매계약이 주택가격 하락으로 파기되는 집값 하락기에 대출을 받고 쉽게 집을 구매할 사람은 없다. 5%가 넘어 가는 시중 대출 금리도 주택 수요자들에게 큰 부담”이라며 “생애 최초 주택구매자에 대한 취득세 감면이나 주택 구매자금을 저리 대출해 주는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
테라·루나 국정감사, 신현성·김서준도 못 부르고 '헛방'
·
원영식 초록뱀 회장, 라임 사태 '쩐주'로 의심받는 까닭
·
[단독] 푸르밀 '예정된 사업종료'? 2018년부터 상표권 갱신 안 했다
·
'혹시 우리 집도?' 경매 발생한 다주택자, 다른 집은 전세금 반환보증 가입 가능
·
'집값이 시세의 70%' 윤석열표 청년원가주택 실효성 점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