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국정감사, 신현성·김서준도 못 부르고 '헛방'

[비즈한국]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이슈에 주목하면서 테라·​루나 사태의 책임을 물을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국감 마지막 날인 종합감사까지도 테라-루나 사태와 관련한 핵심 증인들이 불출석하면서 별다른 논의 없이 끝났다. 정치권의 해결책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의 실망은 커졌다. 

#허무하게 끝난 테라-루나 국감

동행명령장도 소용없었다. 지난 24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 테라-루나 사태와 관련된 증인은 나오지 않았다. 정무위가 종합감사에서 테라-루나 관련 증인으로 채택한 이들은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총괄, 김서준 해시드 대표 등이다. 이들은 테라-루나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이다. 신현성 총괄은 테라폼랩스의 공동 창업자로, ‘차이 페이’ 사업 초기인 2019년에는 테라와 제휴를 맺기도 했다. 신 총괄은 6일 열린 국감에서도 검찰 수사 중이라는 사유로 불출석했다. 

김서준 대표는 테라-루나 프로젝트에 2017년경 투자한 초기 투자자이자, 수년간 테라-루나를 적극적으로 지지한 열성 투자자였다. 김 대표는 2019년 11월 해시드 팀 블로그에도 “최초 투자 결정은 대중화된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비전에 대한 믿음이었지만 어느덧 객관적으로 가치평가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와 증거가 쌓이고 있다”라며 루나 가격을 긍정적으로 점치는 글을 게시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테라-루나 폭락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받으며 14일 국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스트레스,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정무위는 이들을 포함해 불출석한 다른 증인(이정훈 전 빗썸 의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동행명령장까지 발부했으나 끝내 소환하지 못했다.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종합감사에서 “동행명령장 집행팀을 구성해 경찰관 동행하에 각자의 자택을 찾았다”라며 “신 총괄, 김 대표가 거주하는 성동구 아파트를 방문해 초인종을 눌렀으나 반응이 없었고, 1시간가량 대기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동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철수하고 동행명령장 집행을 종료했다. 해당 증인에 대한 형사고발 여부는 간사위와 협의해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번 국감은 테라-루나 사태의 책임 소재를 묻지 못하고 끝났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증인들이 테라 알고리즘 문제를 알고 있었는지 등을 질의할 예정이었으나 무산됐다. 윤 의원은 “수십조 원 피해를 낸 테라-사태를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물어왔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도피 중이고 신 총괄, 김 대표는 불출석했다. 이는 국회 정무위와 28만 명 피해자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정신질환을 사유로 말하는데 천편일률적이다. 28만 명 투자자를 생각하면 핵심 증인의 증언이 꼭 필요하다. 억울한 이들이 많은데 당사자들은 밖을 돌아다니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업비트 측에도 테라-루나 사태 책임 물었어야” 

허무하게 끝난 국감에 테라-루나 사태로 자산을 잃은 투자자들의 아쉬움과 분노는 크다. 신 총괄이나 김 대표가 문제를 몰랐을 리가 없다는 것. 그런데도 테라-루나 투자자를 늘리는 데 일조한 만큼 국감에 서야 한다는 거다. 서울시 강북구에 사는 A씨는 지난 5월 루나 가격이 하락했을 때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투자금 3200만 원을 전부 잃었다. 그 이후 코인 업계와 거래소에 완전히 신뢰를 잃고 손을 뗐다. 현재 A씨는 어린 자녀를 돌보며 직장을 다니고 있지만 불면증, 식도염, 두통 등을 앓아 약을 달고 산다. 

A씨는 자신이 루나에 투자한 이유 중엔 김서준 대표의 지지가 있었다고 말했다. “세 가지 이유로 루나에 투자했다. 디페깅(1달러 가치 붕괴)이 발생했을 때 권도형 대표가 복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고, 김서준 대표가 폭락에도 루나를 옹호하며 회복을 주장했으며, 폭락 과정에서 업비트가 거래정지를 풀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폭락이 일시적인 현상인 줄 알았다.” 

A씨는 국감에서 업비트 측에 테라-루나 사태의 책임을 묻지 않아 아쉽다고도 말했다. 업비트는 루나 폭락 당시(5월 13일) 입출금 중단을 해제했다가 거의 하루가 지나서야 다시 중단했다. 그사이 해외 거래소에서 매수한 루나를 업비트에서 비싼 값에 매도하는 일명 ‘환치기’ 거래로 루나 물량이 급증하면서 가격 폭락을 재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A씨는 “업비트 측에 왜 루나 입금을 막지 않았느냐고 여러 차례 항의했다. 처음엔 내부규정이라 알려줄 수 없다더니, 다음에는 관련 법규가 없기 때문이라며 정부 탓을 하더라. 규제가 없어 입출금을 열어뒀다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댔다”라며 “하루아침에 폭락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인데도 업비트는 테라폼랩스 측의 공지만 전하며 거래를 재개했다. 업비트가 루나 사태에 정말 상관이 없다고 볼 수 있나”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루나 투자자인 김 아무개 씨는 서울에 사는 직장인이자 사회 초년생이다. 올해 26살인 그는 2020년부터 루나 투자에 나선 발 빠른 투자자였다. 루나 투자로 약 5000만 원까지 불렸던 코인 투자금은 폭락 속에 손쓸 새도 없이 줄어들어 140만 원만 남았다. 김 씨는 투자금을 전세자금에 보태 이사하려고 했지만, 그의 꿈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김 씨는 집단 민사 소송에도 참여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김 씨는 “초기 자금이 적어 원금은 손실이 적지만, 지금까지 번 돈을 다 잃은 셈이다. 처음 디페깅이 왔을 때 권 대표가 복구할 수 있다고 해서 처분하지 않았다가,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고 급하게 팔면서 140만 원이라도 남겼다”라며 “상실감에 한동안 회사에 다니기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김 씨가 루나 코인을 믿고 장기 투자를 한 데에는 차이 페이가 한몫했다. 그는 “차이 페이라는 실사용처가 있으니까 스테이킹(유치) 수익을 꾸준히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며 “신현성 총괄이 2019~2020년쯤 루나로 수익을 내고 발을 뺐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를 인지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라고 회상했다.

그는 국감에 끝내 나타나지 않은 신 총괄과 김 대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두 사람 모두 테라-루나의 위험성을 알았으면서 왜 홍보했는지 묻고 싶다. 본인들도 투자자였으면서 왜 그랬나. 정말 투자 실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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