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효성, LF, 두산그룹에서 오너 일가가 계열사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다. 경영 승계를 위한 지배력 확대를 위한 포석으로 파악되는데, 각 기업마다 주식을 매입하는 주체가 달라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경영 일선 물러난 조석래 명예회장, 효성 주식 사모으는 까닭은
효성그룹은 조석래 명예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효성그룹 주식을 매입하고 있다. 그 중 2017년 그룹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 조석래 명예회장의 주식 매수가 활발하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 9월 6일부터 10월 16일까지 21회에 걸쳐 (주)효성의 주식 1만 6250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9.73%까지 끌어올렸다. 약 13억 원 규모다.
효성의 주가는 올해 초 9만 3000원 대비 2만 원가량 빠진 7만 3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조석래 명예회장이 주가 하락 방어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책임 경영 차원에서 효성의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판단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의문스럽다는 시각을 보낸다. 30억 원 이상 증여가 발생하면 50%의 세금이 발생하는데, 35년생으로 86세인 조석래 명예회장이 추후 주식을 증여할 때 발생할 증여세를 고려하지 않았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효성그룹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주)효성의 최대주주인 장남 조현준 회장(21.94%)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21.42%)의 지분 차이가 0.52%에 불과하다. 두 형제가 그룹의 사업을 양분하고 있지만 언제든 최대주주 자리가 뒤바뀔 수 있다. 이에 조석래 명예회장이 추후 발생할 이 같은 변수를 제거하기 위해 지분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편 효성그룹의 경우 2017년 그룹 총수로 취임한 조현준 회장이 실질적 지배력까지 인정받아 공정거래위원회에서도 지난해 동일인을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조현준 회장으로 변경했다.
#LF그룹, 계열사 활용해 간접적으로 지배력 확대
패션업으로 유명한 LF그룹도 본격적으로 승계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를 활용한 방식이다. 조경업체인 고려디앤엘(옛 고려조경)은 10월 6일부터 17일까지 일곱 차례에 걸쳐 LF 주식 8만 4367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6.47%까지 끌어올렸다. 고려디앤엘은 구본걸 LF 회장(19.11%)과 구본순 전 고려조경 부회장(8.55%)에 이어 LF 3대 주주다.
고려디앤엘은 LF네트웍스로부터 2022년 7월 4일 인적분할 돼 설립된 법인이다. 인적분할 당시 LF네트웍스는 보유하던 LF 주식 180만 6000주를 고려디앤엘로 몰아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LF네트웍스는 LF 특수관계자에서 제외됐고, 고려디앤엘이 새롭게 추가됐다.
고려디앤엘의 LF 주식 매입이 주목 받는 까닭은 구본걸 회장의 장남인 구성모 씨가 고려디앤엘의 주식 91.5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고려디앤엘의 LF 주식 매수는 구성모 씨의 그룹 지배력 확대와 결을 같이한다. 구성모 씨는 LF 주식 1.18%도 보유하고 있다.
구성모 씨가 최대주주인 고려디앤엘이 LF 지분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향후 경영권 승계에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다만 구성모 씨가 93년생으로 그룹을 이끌기엔 아직 젊은 만큼 승계 작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승계 원칙 바뀌었나, 박지원 두산 부회장 50억 원어치 매입
지난 10월 21일 박지원 두산 부회장은 공시를 통해 이달 들어 네 차례에 걸쳐 두산 주식 6만 3385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박지원 부회장이 주식 매입에 투입한 금액은 50억 원으로 지분율이 4.94%에서 5.32%까지 높아졌다. 이번 매입으로 박 부회장은 최대주주 형 박정원 회장(7.41%)에 이어 2대 주주 자리를 공고히 했다.
두산그룹은 창업 3세대까지 형제 경영을 이어왔다. 4세대에서도 이 문화가 이어진다면 박정원 회장 다음은 사촌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에게 회장직이 넘어간다. 하지만 박정원 회장의 동생인 박지원 부회장이 지분을 늘리면서 승계 원칙에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두산 지분 3.64%를 보유한 박진원 두산메카텍 부회장과의 지분 격차가 더욱 벌어졌기 때문이다.
다만 박정원 회장의 임기가 2024년 주주총회까지로 다음 회장 선출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 상황이기에, 남은 기간 두산 오너 4세들의 주식 매입과 승계 방향에 관심이 모아진다.
정동민 기자
workhard@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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