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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커피향과 함께 와이파이를' 이것은 커피 스타트업의 이야기가 아니다

누구나 안다고 생각하는 무선 네트워크에 '전문가'의 서비스 제공하는 '웨이브(Wayv)'

2022.10.25(Tue) 11:39:33

[비즈한국] 드라이버리는 베를린에 있는 유럽 최대의 모빌리티 허브이다. 이곳은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이 모여 일하는 공유 사무공간일 뿐만 아니라 자동차, 항공, 선박, 전기 킥보드, 자전거, 자율주행 청소 자동차, 드론, 심지어 의족까지 모든 ‘이동성(mobility)’을 고민하는 혁신가들의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모빌리티의 범주를 매우 넓게 생각한다. 따라서 장애인의 이동성을 고민하는 ‘의족’ 회사도 이 커뮤니티의 일원이 될 수 있다. 

 

조금 더 범위를 넓혀보자면, 이동성의 범주 안에서 협업하며 기술 기반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은 누구나 드라이버리 커뮤니티의 일원이 될 수 있다. 오늘 이야기할 ‘웨이브(Wayv)’도 그런 넓은 범주 안에서 모빌리티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유럽의 신생 기업이다. 

 

웨이브는 베를린 드라이버리의 회원사이자 전 유럽에 산업용 무선 네트워크를 설계하는 일을 한다. 무선 네트워크 설계 회사가 어떻게 모빌리티 커뮤니티의 회원사가 될 수 있었을까? 

 

웨이브의 가장 큰 고객사 중 하나는 세계적인 항공기 제작회사인 에어버스(Airbus)다. 웨이브는 에어버스 공장을 비롯해 항공기 안의 무선 네트워크를 디자인하고, 최적의 보안 및 통신환경을 만들어주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무선 네트워크 통신은 차와 바깥 세상의 네트워크를 연결할 수 있는 커넥티비티(connectivity)의 핵심 키워드다. 웨이브는 ‘우리는 와이파이를 한다(We do Wi-fi!)’라는 간결하지만 명료한 모토를 들고 모빌리티 생태계 안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웨이브는 산업용 무선 네트워크를 디자인한다. 사진=wayv.systems

 

#무선 네트워크 회사에 왜 핸드프레소가? 

 

전체 약 1만 ㎡ 크기의 드라이버리는 결코 작은 공간이 아니다. 일반 공유 사무실과는 다르게 직접 다양한 모빌리티 수단을 뜯어보고, 새로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각종 신기술을 장착해볼 수 있는 대형 제작소가 있다는 것이 드라이버리의 차별점이다. 이 넓은 공간을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둘러본다. 커뮤니티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손님이 찾아오면 공간을 보여주며 회사를 소개하고, 반대편에 있는 미팅룸에서 회의가 있으면 일부러 먼 길로 빙 돌아가 산책 겸 드라이버리 커뮤니티를 둘러보기도 한다. 

 

‘스타트업 마켓 플레이스’라는 모토에 맞게 드라이버리의 스타트업 사무실은 모두 전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다. 매주 전 세계에서 방문하는 투자자, VC,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들여다 볼 수 있고, 그들의 솔루션이 전시된 사무공간이자 쇼룸(show room)을 통해 혁신 기업의 사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유리창 안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스타트업 중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회사가 바로 웨이브(Wayv)다. 

 

웨이브는 드라이버리가 문을 연 2019년에 입주해 사업을 시작한 터줏대감이다. 누구나 웨이브의 사무실 앞을 지나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되는데, 바로 웨이브에서 풍겨 나오는 고소한 커피향 덕분이다. 그리고 그 커피를 만드는 멋진 핸드프레소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드라이버리 2층 맨 안쪽 코너에 위치한 웨이브 앞을 지나다니며 나는 여러 번 발걸음을 멈추곤 했다. 때로는 사무실에 사람들이 있었고, 때로는 없었다. 사무실에 사람이 있을 때는 혹시나 일에 방해가 될까 봐 커피향만 맡으며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고, 사람이 없을 때는 유리창 밖에서 한참 서서 멋진 핸드프레소를 감상했다. ‘금독수리가 올라간 저 핸드프레소에서 나오는 에스프레소의 맛은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웨이브의 사무실에 있는 핸드프레소. 금독수리가 인상적이다. 사진=lapavoni.com

 

나의 간절함(?)이 통했던 것일까? 우연히 커뮤니티 부엌에서 웨이브의 오피스 매니저 서혜리 씨와 인사를 하게 되었다. 같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매우 반가워하며 나는 고백하고 말았다. “거기에서 꼭 커피 한잔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이다. 

 

서 매니저는 흔쾌히 언제든 방문하라고 했다. 드라이버리 커뮤니티의 많은 사람이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또 유쾌한 와이파이 전문가인 웨이브의 CEO 요제프 그라치아노(Yosef Graziano)를 만나기 위해 사무실을 들른다는 귀띔과 함께. 커피뿐만이 아니었다. 요제프는 가끔 커뮤니티 키친 안에서 직접 만든 빵을 굽고, 직접 텃밭에서 기른 채소로 샐러드를 만들며, 커뮤니티 안을 오가는 많은 사람과 친구가 되고, 또 그렇게 사업의 기회로 연결이 되는 비즈니스의 마법을 부렸다. 

 

커피 내리는 웨이브의 CEO 요제프 그라치아노. 사진=이은서 제공

 

#우리는 와이파이를 한다(We do wifi!)

 

웨이브의 CEO 요제프 그라치아노는 이스라엘 출신으로 2015년에 독일인 부인과 함께 독일에 왔다. 이스라엘에서 IT 인프라 구축 분야에서 수년간 일을 해온 그에게 독일은 도전의 땅이었다. 제조업 등 전통 산업이 단단한 독일이지만 디지털화, 네트워크 등 혁신 산업의 단단한 기반이 될 네트워크 인프라가 아직 부족했기 때문이다. 요제프는 독일에서 직접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2015년 YNS 네트워크 솔루션(YNS Network Solution)이라는 IT 서비스 기업을 설립해 실내 무선 네트워크 구축 및 디자인 서비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IT 분야 지원을 아웃소싱하는 일을 했다. 이때 많은 기업이 의외로 통신의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인 무선 네트워크를 최적으로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무선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한 웨이브를 창업하기로 결심한다. 웨이브는 많은 회사의 각기 다른 공간에 맞춤형 무선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디자인하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기업 IT 전담 부서나 CTO에게 무선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컨설팅부터 무선 네트워크 환경 구축을 위한 수많은 변수를 분석하고 최적의 성능, 보안, 안정성을 갖춘 무선 네트워킹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이후 직접 디자인한 현장에 방문해 설치부터 유지보수까지 전방위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웨이브의 사무실에는 손님이 끊이지 않는다. 커피를 내려주며 웨이브의 솔루션을 소개하는 일은 요제프에게 일상이다. 사진=이은서 제공

 

지금은 에어버스와 같은 모빌리티 분야의 고객사뿐만 아니라 물류, 제조 분야의 회사들이 웨이브의 주요 고객이다. 고객사는 대부분 독일에 있지만 스웨덴 등 유럽 전반에 걸쳐 확장되고 있다. 

 

무선 네트워크는 기본 같지만 이를 정확하게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공간의 구조, 공간을 이루는 다양한 소재에 대한 정확한 이해, 그리고 공간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솔루션이 필요하다. 특히 와이파이가 필요한 공간이 사무실인지, 창고인지,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모이는 박람회인지에 따라서 디자인이 모두 달라진다. 이런 모든 요소를 고려해 최적화된 와이파이 환경을 만드는 것이 웨이브가 하는 일이다. 

 

웨이브의 수석 엔지니어 라미 알 헬로우(Rami Al Helou)는 “와이파이는 현대 생활에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하지만 네트워크를 설계할 때마다 달라지는 조건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액세스 포인트 위치를 정하고, 사용할 안테나의 설치 위치를 정하는 것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작은 회사에서부터 큰 회사까지 다양한 고객사를 경험하면서 우리만의 노하우를 쌓았다. 그래서 늘 좋은(good) 와이파이를 디자인한다.”

 

요제프 CEO가 향긋한 커피를 가져다주며 말했다. “좋은 와이파이는 우리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좋은 커피처럼 말이다.” 그는 “우리 회사에서 맛있는 커피를 못 만드는 사람은 해고 1순위 대상이다”라며 웃었다. 

 

웨이브 수석 엔지니어 라미 알 헬로우, 오피스 매니저 서혜리, CEO 요제프 그라치아노(왼쪽부터). 사진=이은서 제공


“고객은 이 문제가 아주 기본적이지만 쉽다고 생각해서 문제를 해결할 타이밍을 놓치고 뒤늦게 찾아온다. 전문적인 영역에서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야 이 문제에 전문가가 따로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때 우리가 구원 투수가 되어 등판한다.” 요제프의 설명이다. 처음부터 설계와 디자인을 전문가에게 맡겼다면 겪지 않았을 문제라며 안타까워하는 눈치다. 

 

베를린을 기반으로 함부르크, 스웨덴 등 유럽 전역을 오가며 활동하는 스타트업과 기업들의 구원투수 웨이브. 사람 만나기 좋아하고, 특히 국제적인 배경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성장하기를 원하는 요제프 CEO의 열린 마음이 무엇보다 웨이브를 특별하게 만드는 듯싶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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