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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확보 나서는 소액주주들…기업에 득일까 실일까

크로바하이텍 등 성공사례 있지만 드물어…전문가 "다수 투자자 권리 보호가 중요, 주가 부양 쉽지 않을 것"

2022.10.25(Tue) 10:05:37

[비즈한국] 국내 주식시장에서 주가 부양, 주주가치 제고 등을 위해 회사에 목소리를 내는 소액주주가 늘고 있다. 나아가 경영권에도 개입하며 적극적으로 주권을 행사하는 사례도 보인다. 하지만 회사-주주 간 경영권 분쟁이 기업이나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 휴마시스에선 소액주주와 회사의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이다. 사진은 18일 소액주주 측이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보유 목적을 ‘경영권 영향’으로 명시했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18일 코로나19 진단키트 등 체외 진단 의료기기 제조 업체인 휴마시스에 ‘주식 등의 대량 보유 상황보고서’ 공시가 올라왔다. 구 아무개 씨 포함 소액주주 5명이 5.45%(약 186만 주)의 휴마시스 지분을 확보해서다. 주식 보유 목적은 ‘경영권 영향’으로, “보고자는 주주로서 생각을 같이하는 주주들과 연합해 회사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 기업경영 안정을 위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신규 임원의 선임과 함께 정관을 개정하는 등 관련 행위를 할 것”이라는 사유가 명시됐다.

 

휴마시스는 최근 소액주주단체와 갈등을 겪어왔다. 주가 부양 등을 목표로 결성한 ‘휴마시스 소액주주모임’에서 발송한 주주 제안이 임시주주총회 안건에서 제외되면서 모임 측이 반발했고, 경영권 분쟁 소송으로 이어졌다. 소액주주들이 의결권을 모아 14일 열린 임시주총에선 의결정족수 미달로 사측 안건이 전부 부결됐다. 임시주총 직후 소액주주모임은 5%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며 경영권 확보에 나섰다. 

 

휴마시스는 최대주주인 차정학 대표와 특수관계인의 비중이 7.58%로 크지 않아 소액주주들이 실제로 경영에 개입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액주주 경영권 분쟁 논란에 힘입어 1만 2000~3000원 대를 오가던 휴마시스 주가는 지난 14일 1만 7850원을 기록했고, 18일에는 2만 2350원까지 치솟았다. 

 

코스닥 시장에선 소액주주가 회사 경영권에 개입하려는 사례가 종종 보인다. 실제로 소액주주연대가 무너져가는 회사를 살린 적도 있다. IT 부품 제조업체 크로바하이텍은 최대주주 파워리퍼블릭얼라이언스의 자금 유출 등으로 2019년 3월 코스닥 시장서 거래가 정지됐고,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까지 나오며 상장 폐지 위기를 맞았다. 

 

이에 크로바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회사 회복을 위해 직접 경영에 뛰어들었다. 주주 측인 안호철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가 대표이사를 맡아 실적을 흑자로 개선하고, 감사의견 적정을 만들었으며, 새로운 최대주주로 마스크 업체 웰킵스를 유치하는 등 경영 정상화에 힘썼다. 3년이 넘는 이들의 노력 끝에 크로바하이텍은 올해 5월 주식 거래를 재개하는 데 성공했다. 

 

크로바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직접 경영에 뛰어들어 주식 거래 재개를 이끌어냈다. 크로바하이텍은 지난 3월 25일 초대 과학기술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오명 박사(가운데)를 고문으로 추대했다. 사진=크로바하이텍

 

그렇다면 소액주주의 경영권 확보가 기업과 주주에게 이익이 될까. 전문가들은 크로바하이텍이 드문 경우로, 소액주주가 경영권을 가져오는 것부터 어렵다고 짚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주주들이 임원을 선임하고 주총에서 발언권을 얻는 등 결집하면서 회사에서도 많이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하지만 주주가 주권을 발휘해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건 상당히 제한적이다. 주주 결집으로 지배권을 가져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라고 말했다. 

 

홍 교수는 “회사 운영에 적합한 능력 있는 전문경영인을 찾아야 하는데, 전문경영인도 분쟁을 배경으로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다”라며 “더불어 지배구조는 거미줄처럼 상호 연계돼 있다. 지분을 가진 특수관계자 사이에서 이탈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사측에 지배구조가 얽힌 계열사가 있다면 이쪽도 고려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소액주주가 경영권을 잡아도 원활하게 회사를 운영하며 주가 부양이나 주주가치 제고까지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영권이 없는 다수 투자자의 권리를 보장하는지 봐야 한다는 것.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주주가치 제고 운동은 경영진에게 ‘이익을 챙기지 말고 주주 이익을 위해 힘써라’고 하는 것”이라며 “경영진이 쓰는 비용을 ‘대리인 비용’이라고 한다. 현 경영진 대신 소액주주가 경영권을 잡는다고 대리인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게 아니다. 경영권을 잡은 쪽이 일부의 지분을 가진 이익 집단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중요한 점은 경영권에 개입한 일부 주주 외에 나머지 다수의 주주의 권리를 지킬 방안이 있냐는 것이다. 다수의 나머지 투자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없다면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지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이유로 회사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소액주주연대가 회사 편에 선 사례도 있다. 마이크로니들(미세침) 의약품 패치 제조기업 라파스의 소액주주연대는 지난해 8월 회사가 발행한 300억 원대 전환사채(CB)를 특정인이 절반 이상을 매수할 수 있다는 사실에 반발하고 나섰다. 특정인은 정도현 라파스 대표로 추정되며, CB 매수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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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니들 제조 업체 라파스의 소액주주연대는 회사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사진=라파스

 

라파스 소액주주연대는 연대 추천 이사를 선임하고 전략적 투자자(SI) 영입까지 고려하는 등 본격적인 경영권 개입을 선언했다. 그러자 사측은 회유에 나섰고, 올해 1월 회사와 주주연대는 상생 경영 합의를 맺으며 경영권 분쟁은 종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실상은 합의가 무효가 된 것으로 드러났다. 라파스 소액주주연대 측에 따르면 사측 법무법인을 통해 합의서까지 썼지만 이행 과정에서 양측에 이견이 생겨 합의는 무효가 됐다. 다만 윤주성 라파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합의는 결렬됐지만 간담회를 여는 등 회사와 소액주주연대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분쟁을 거친 후에도 주가 부양이나 기업 경영 개선까지 갈 길이 멀어서다.

 

1월 21일 3만 5750원이던 라파스 주가는 24일 기준 1만 7800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라파스는 9월 29일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30억 원 대 자사주 취득에 나섰다. 회사 매출은 조금씩 늘었지만 지난 3년 연속 영업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윤 대표는 “연대 측은 회사가 경영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믿기로 했다. 독보적인 기술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경영권을 빼앗지 않기로 한 건 회사 자금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 소액주주가 경영권을 가져오는 것이 현실적으로 악재가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마이크로니들 관련 전문가가 없어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기도 어렵다”라고 답했다. 정도진 교수는 “자금을 어느 정도 보유한 회사의 지분을 분산시키면 오히려 회사가 위험해질 수 있다. 기업가치 제고나 주가 부양이 안 될 가능성도 높다”라고 조언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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