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교회(개신교)에 성전 건축 열풍이 불었을 때, 목사들 사이에서는 ‘성전 건축을 해봐야 진짜 목사가 된다’는 농담이 돌았다. 건축 과정에서 이런저런 문제를 마주하면서 교회 밖 세상의 현실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성전 건축’이 맞는지 아니면 ‘예배당 건축’이 맞는지 등 용어 선택은 한가로운 논쟁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매월 공사대금을 처리하는 일인데, 일단 건축을 시작했으면 마치 호랑이 등에 탄 것처럼 중간에 포기하지 못하고 돈을 모으든 대출을 받든 어떻게든 건축비를 조달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역시 시공사의 공사대금 증액 요구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100억 원의 예산으로 시작해 도급계약을 체결했는데, 공사 진행 중 시공사로부터 이런저런 증액 요청을 받아 200억 원의 공사비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공사비 증액에 관해 내부적으로 책임을 묻거나 뒤늦게 공사비를 마련하기 위해 부랴부랴 대책을 세우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재개발이나 재건축조합에서도 이 같은 분쟁이 종종 일어난다.
일반적으로 최초 계약대금으로 공사를 완공하는 일은 거의 없다. 최초 계약대금 대비 20~30% 증액하는 것은 비교적 양호하고, 상황에 따라 최종 정산금이 최초 계약대금의 2~3배까지 늘어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공사의 공사대금 증액 사유로는 △설계 변경 △물가 변동 △추가 공사 △지급 자재 하자 △지급 설비 성능 부족으로 인한 공사 기간 연장 등이 있다. 공사대금 증액은 보통 변경계약의 절차를 통해 이뤄지는데, 아무리 작은 공사라도 차수별로 변경계약이 체결되고 분쟁의 여지를 남기지 않기 위해 최종 정산을 거치기도 한다.
지난 칼럼에는 물가 변동에 의한 대금조정(이른바 ‘ESC’)에 관한 논의를 살펴봤다. 이번에는 공사대금 분쟁에서 전통적인 주제인 추가공사와 그로 인한 공사대금 증액을 살펴보고자 한다.
공사계약은 대부분 ‘총액공사계약’으로 체결한다. 총액공사계약이란 공사에 드는 단가와 수량을 계산해 총 공사금액을 미리 결정해서 체결하는 계약을 말한다. 이는 공사의 성질상 수량을 확정하기 곤란해 총액을 확정할 수 없는 경우, 품목의 단가만을 정해 계약을 체결하고 공사 기성이 발생한 경우 소요된 수량을 단가에 적용하는 방법으로 공사 금액을 결정(정산)하는 ‘단가 공사계약’과 구별된다.
총액공사계약은 공사 금액이 미리 정해진 계약이니, 당연히 시공사가 더 큰 비용을 들였다고 해도 총공사금액을 초과하는 추가 공사대금을 청구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다. 대법원 2005다63870 판결도 ‘총공사대금을 정한 공사도급계약의 경우 도급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급인에게 당초의 공사대금을 초과하는 금원을 공사대금으로 지급할 의무는 없고, 재료비 등으로 당초 예상보다 많은 공사비를 들였다고 해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도급인으로서는 수급인에게 계약상의 공사대금을 초과하는 금액을 공사대금으로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했다.
그런데 약정을 초과한 공사, 즉 계약 외 공사로 추가공사를 했고 건축주와 시공사 간에 추가공사 대금 지급에 대한 약정이 있다면 시공사는 추가공사 대금을 청구할 수 있다. 이에 관해 대법원 2005다63870 판결은 ‘공사내용의 변경, 추가로 인한 추가공사비의 지급을 위해서는 준공된 공사의 내용에 당초 계약에 없던 추가적인 공사가 있었고, 그에 관해 원·피고 사이에 합의가 있었음이 전제로 돼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했다.
여기서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추가공사의 범위’와 ‘추가공사 대금 지급 약정’의 입증에 관한 문제다. 위 대법원 판결이 공사내용의 추가뿐만 아니라 변경도 범위에 포함하는 것으로 판단했듯이 추가공사는 생각보다 범위가 넓다.
예를 들면 ①계약 대상인 공종 외 다른 공종까지 공사를 한 경우(공사범위 확대)뿐만 아니라 ②같은 공종이라고 해도 물량이 증가했거나(양적 공사 확대) ③물량은 동일하지만 고가 자재 사용, 고난도 시공 등을 한 경우(질적 향상)도 포함된다.
건축주와 시공사 간에는 당연히 추가공사 범위에 대해 이견이 있을 것이므로 실무상 입찰공고, 현장설명서, 시공 사양 내역서, 견적서 등 계약 체결 당시 상호 교환된 모든 서류의 내용을 기준으로 최고 도급계약 시 공사의 내용을 특정한 후 이를 기준으로 추가공사 발생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다음으로 추가공사 대금 지급을 약정한 경우, 이를 입증하기 위해 반드시 별도의 서면 합의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향후 예상되는 추가공사를 가정해 합의서를 작성하는 것은 번잡한 일이고 가능하지도 않다.
이 때문에 극단적으로는 현장소장이나 건축주 관계자의 구두 약속만으로 추가공사를 개시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 십중팔구 입증의 문제가 발생하므로 현장 회의록, 업무지시서, 공사일지, 관계자들 간 문자·녹취, 내역서에 수기로 기재된 내용 등을 통해 증빙을 확보하는 사례가 많다.
건축주는 도급계약서에 추가공사 및 그 대금청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둠으로써 추가공사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려 할 수도 있으나, 이러한 조항은 불공정(부당) 특약으로 간주해 무효가 될 수 있고,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표준계약서의 내용과도 배치되므로 권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공사대금은 일한 만큼, 또 실제 시공한 만큼 주는 것이 맞고 이를 부정할 사람도 없다. 그러나 성립요건(추가공사 발생 및 그 대금 지급 약속)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고 입증이 쉽지 않다 보니 항상 분쟁이 발생한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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