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 서비스 오류의 여파로 남궁훈 카카오 각자대표가 사퇴하는 등 카카오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화재 진압 후에도 서비스 오류가 계속되자 카카오 계열사 주가도 하락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7일에는 전 거래일(14일) 대비 카카오 5.9%(4만 8350원), 카카오뱅크 5.1%(1만 6600원), 카카오페이 4.1%(3만 4600원) 카카오게임즈 2.2%(3만 7400원)가 하락하는 등 직격탄을 맞았다. 19일 남궁훈 전 대표가 사퇴하면서 주가는 진정된 듯했지만, 업계 전망은 좋지 않다.
21일 KB증권은 카카오의 3분기 실적 전망 보고서에서 카카오 목표주가를 기존 11만 원에서 6만 5000원으로 40.9% 하향했다. 2022년과 2023년 예상 영업이익 역시 각각 6.8%, 6.1% 하향 조정했다. 하나증권 역시 카카오 목표주가를 40.7%(13만 5000원→8만 원), DB금융투자는 29%(11만 원→7만 8000원), 대신증권은 18%(11만 원→9만 원), 한화투자증권은 11.7%(8만 5000원→7만 5000원) 하향했다.
이번 오류로 카카오는 ‘비상사태’에 접어들었지만, 웃는 기업도 있었다. 카카오톡 오류가 계속되자 17일 플레이 스토어(구글)와 앱 스토어(애플)의 다운로드 순위 1위에 네이버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라인’이 올랐다. 지난 6일 한국거래소로부터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당하는 ‘굴욕’을 겪었던 네이버 주가는 17일 전 거래일(14일) 대비 0.91%(16만 7000원) 상승했다. 네이버는 “긴급한 연락이 필요할 때 글로벌 메신저 라인 사용하세요”라며 ‘틈새’ 광고를 했다.
네이버 역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를 사용하지만, 상대적으로 오류가 크지 않아 카카오와 비교가 되었다. 네이버는 “데이터센터를 이원화해 운영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 카카오 서비스의 지속된 오류가 ‘카카오 생태계’에 경각심을 불어넣은 한편, 최대 경쟁자인 ‘네이버’의 부상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카카오톡의 대항마인 네이버 라인은 북미 등 국외를 중심으로 장악력이 높은 상황. 현재 네이버 라인은 MAU(월간활성화이용자)가 총 1억 9300만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시장 겨냥 네이버, 국내 확장도 성공할까
네이버는 최근 몇 년 새 북미를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메타버스와 웹툰 분야의 플랫폼 확대가 눈에 띈다. 네이버제트의 제페토는 올 3월 누적 가입자 수 3억 명을 돌파했다. 웹툰·웹소설 사업도 활발하다. 현재 ‘라인웹툰’의 북미 지역 이용자 수는 1400만 명가량이다. 2021년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한 후에는 1억 8000만 명가량의 이용자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엔 ‘당근마켓’과 유사한 미국의 포쉬마크를 2조 3441억 원에 인수해 화제가 됐다. 포쉬마크는 북미 최대 패션 C2C(개인 간 거래) 플랫폼으로, 8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당근마켓처럼 지역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서비스하는 형식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IT 격전지인 실리콘밸리에서 기업 지분 100% 인수를 주도했다는 점은 네이버가 그간 잘해오고 있었음을 입증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네이버만이 구현할 수 있는 ‘커뮤니티 커머스’라는 새로운 리테일 형식을 정립해보겠다는 큰 크림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사업도 게을리하진 않는다. 최근에는 배달 시장과 보험 업계 진출도 노리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 지도에서 음식점을 검색하고 예약·주문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향후 배달 서비스를 론칭하는 등 본격적으로 배달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 네이버파이낸셜은 2020년 7월부터 NF보험서비스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20일 현대해상을 비롯한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등과 함께 보험을 비교하고 추천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루 만에 카톡으로 복귀…카카오 생태계 외면 쉽지 않아
그러나 증권가에서 네이버를 바라보는 전망은 그리 좋지 않다. 18일 DB금융투자는 네이버 목표주가를 기존 40만 원에서 29만 원으로 27.5% 내렸다. 경기 부진에 따른 광고시장 둔화를 감안했다. 다만 투자의견은 ‘매수’를 유지했다. 주가 상황도 좋지 않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1일 네이버 주가는 전일보다 1.48% 하락한 16만 6000원으로 마감됐다.
소비자들의 ‘카톡 외면’도 오래가진 못했다. 앱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16일 카카오톡 사용자 수는 3905만 명으로 사고 전인 14일 대비 207만 명이 줄었다. 그러나 17일 카카오톡 사용자 수는 4093만 명으로 다시 늘었다. 하루 만에 188만 명이 돌아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번 형성된 ‘카카오 생태계’를 바꾸기 쉽지 않을 거라 분석한다. 특히 국내에서 카카오가 독과점 형태로 서비스를 지배하는 상황에서 개인의 불신만으로 서비스 이용을 거부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개인적인 연락망 외에도 카톡을 업무에 사용하고, 기업 고객센터나 정부 알림, 상담이 모두 카톡으로 오는 구조다. 메신저 특성상 나 혼자 다른 앱을 사용하고 싶다고 해서 이동할 수 없다. 카카오 오류가 빈번했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계속 카톡을 사용하면 돌아올 수밖에 없다. 또 연령대가 높을수록 원래 사용하던 방식을 바꾸기도 어렵다. 이용하던 걸 다른 걸로 바꿀 때 ‘전환비용’이 발생하는데, 카톡은 너무 많은 곳에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전환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그러면 바꾸질 못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카카오 서비스 외 대체재의 필요성을 일깨워줬다고 분석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카카오 생태계를 탈피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설명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독점에 따른 피해가 이번에 발생했다고 본다. 이 때문에 네이버 라인 등 새로운 사업자가 나타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최소한 2~3개는 경쟁이 있어야 정상적인 상황이다. 현재는 카톡이 99% 이상 지배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만큼 피해가 크다. 카카오 없는 세상을 상상하기 힘들었는데, 이번 사건은 여기에 균열을 냈다고 본다. 네이버 등 다른 기업, 서비스가 부상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분석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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