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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인데 무역적자 왜? 유로·엔화보다 강해진 원화로 수출 경쟁력 약화

원화 실질실효환율 100.21로 엔화 59.86, 유로화 89.82보다 높아

2022.10.21(Fri) 15:09:02

[비즈한국] 원·달러 환율이 연일 1430원 대를 오르내리는 등 최근 원화 가치 하락(달러 가치 상승)이 심상치 않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평균 1391.6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 3월(1462.0원) 이래 13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원·달러 환율 상승 상황이 지속되면 경제학적으로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이 증가하고 수입이 줄면서 무역흑자가 발생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환율과 무역수지 간 엇박자에 대해 원·달러 환율 상승에도 원화의 실질가치가 아직 저평가 국면에 들어가지 않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환율에 따른 무역수지 개선이라는 순효과보다 물가상승과 외환보유고 감소 등 역효과가 큰 만큼 환율 안정을 위해 미국 등과 통화스와프 등의 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도 무역수지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원화의 실질가치(실질실효환율)가 다른 국가 화폐에 비해 높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20일 1433.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10월 들어 20일까지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평균 1424.1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월 종가 평균)은 2016년부터 1100원 대에 머물러왔으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자 들썩이기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말부터 1190원 대까지 오르며 1200원 대를 넘보더니 올 3월 1221.0원으로 1200원 대를 넘어섰다. 이어 7월에는 1307.4원으로 1300원 대를 돌파하고, 10월에는 1400원 대까지 올라섰다. 

 

환율 상승은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물가에 악영향을 준다. 또 급속한 환율 상승을 막기 위해 정부가 시장개입에 나서면 외환보유액이 감소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하지만 환율 상승은 무역수지를 개선시키는 효과도 있다. 한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수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산 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수입이 줄게 된다.

 

이 때문에 과거 정부들은 고환율 정책을 통해 무역수지 흑자를 높이는 경제정책을 활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 환율이 1400원대를 넘었음에도 우리나라 무역수지가 흑자는커녕 6개월 연속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무역수지는 지난 4월 –24억 8000만 달러로 적자를 기록한 뒤 5월 –16억 1000만 달러, 6월 -25억 달러, 7월 –50억 9000만 달러, 8월 –93억 9000만 달러, 9월 –37억 8000만 달러로 6개월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올해 9월까지 무역적자 규모는 289억 달러로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흑자(293억 달러)에 육박한 상태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도 무역수지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원화의 실질가치(실질실효환율)가 다른 국가 화폐에 비해 높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단순히 달러에 대한 명목환율을 의미할 뿐이다. 한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15%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해외 시장에서 유로화나 엔화 등과의 환율도 중요하다.

 

이 때문에 각국 수출 비중과 물가를 감안한 실질실효환율은 해외 시장에서 원화 가치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원화의 이러한 실질실효환율은 8월 100.21(2010년=100)을 기록했다. 원화가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에 약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다른 화폐와 비교하면 저평가 국면까지 접어들지는 않은 것이다.

 


이와 달리 일본 엔화 실질실효환율은 59.86로 2010년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또 유로화(89.82), 튀르키에(터키) 리라화(44.89), 남아프리카 공화국 랜드화(76.51), 멕시코 페소화(87.39) 등도 저평가 국면에 들어갔다. 이는 해외시장에서 일본이나 유럽 등 다른 나라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한국 상품보다 높다는 의미다. 특히 해외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상대인 일본 상품과 비교하면 한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 격차는 더욱 벌어진 셈이다. 미국 달러화는 최근 강달러 영향으로 실질실효환율이 128.97까지 상승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달러화가 강세지만 원화만 약세인 게 아니라 일본 엔화 등 다른 통화들이 더 약세인 상황”라며 “이로 인해 환율 급등에도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생기지 않으면서 무역 적자가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환율로 무역수지 개선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미국 등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을 통해 환율 안정으로 금융시장 불안 해소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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