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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먹통' 후폭풍에 상장 계열사 우리사주조합 명암 엇갈린 속사정

대세적 주가 하락에 판교센터 악재까지 겹쳐, 대출 통해 사들인 우리사주 보호예수 해제도 폭탄

2022.10.20(Thu) 15:37:29

[비즈한국] 지난 15일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 후폭풍이 상장 계열사들의 우리사주조합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우리사주조합 직원들은 반대매매로 인한 강제 청산과 심지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위기에 전전긍긍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반면 코스닥 상장사인 카카오게임즈 직원들은 차익 실현 성공 등 두 코스피 상장사 직원들이 겪는 고통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그 속사정을 들여다본다. 

 

카카오뱅크 본사 내부(왼쪽), 2021년 10월 카카오페이 공모주 청약 현장. 사진=박정훈 기자


카카오뱅크의 연이은 주가 급락세에 우리사주를 산 직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금리 상승과 경기 침체 우려로 시장의 전반적인 투자 심리까지 크게 위축되며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 상암동 LG CNS 데이터센터를 주 전산센터로 활용하는 카카오뱅크로서는 직접 관련은 없어도 그룹 전반을 엄습한 판교 센터 화재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회사가 주주 환원 정책과 직원들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사주는 직원들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해 8월 6일 코스피 상장 직전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우리사주로 공모가 3만 9000원에 1274만 3642주를 우리사주로 매입했다. 지난해 말 기준 카카오뱅크 직원 수가 1022명인 점을 감안하면 직원 1인 평균 1만 2500주(약 4억 9000만 원) 규모였다. 공모가를 감안해 금액으로 환산하면 5000억 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믿고 직원들 대부분 주식담보대출로 투자금을 조달해 우리사주를 매입했다. 상장 초기에는 빚을 내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24일 장중 9만 4400원을 기록하며 상장 후 최고가를 기록했고 시가총액 30조 원을 돌파하며 금융 대장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이후부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사주조합 직원들의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일정기간 주식을 매각하지 못하는 보호예수 제도로 인해 우리사주 직원들은 상장 후 1년간 주식을 팔 수 없었다. 상장 1주년 당시 주가는 이미 공모가를 7000원 정도 밑돈 3만 2200원으로 떨어졌다. 호재를 기대하며 반등을 기대하던 직원들의 기대는 이뤄지지 않았고 판교센터 사태 이후 이달 19일 장중 1만 5950원을 찍고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카카오뱅크 주가는 공모가 대비 50%대 중반 이상 하락한 1만 7000원 안팎을 형성하고 있다. 시가총액도 8조 원대로 뚝 떨어졌다. 이로 인해 이달 현재 우리사주조합 직원 1인당 약 2억 원대 중후반대에서 3억 원대까지 손실을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주가 급락 상황에서 대다수 직원들이 빚을 내 우리사주에 투자함에 따라 반대매매 위기에 직면해 있다. 반대매매는 주식이나 파생상품 등을 미수나 신용거래 후 과도한 하락이 발생할 때 증권사가 고객 동의 없이 임의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고객 계좌에 증거금(거래 결제 이행 보증금)이 부족한 상태에서 주식을 매매할 경우 증권사 자금으로 매매하는 것이 되는데 손해를 볼 수 없는 증권사는 반대매매에 나서게 된다. 반대매매를 막기에는 우리사주 대출의 경우 담보 유지 비율이 60%다. 공모가 대비 주가가 40% 하락하면 담보 부족 상태가 된다. 카카오뱅크 직원들이 처한 상황이 이렇다. 

 

반대매매로 인한 강제 청산을 막으려면 추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대출금을 상환해야 한다. 그러나 카카오뱅크 우리사주조합 직원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가파른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으로 투자자가가 대출을 통한 담보 제공과 상환은 부담이 크다”​며 “​투자자 입장에서 반대매매가 위험한 이유는 나중에 주가 등이 반등해도 원금 만회 기회를 상실하고 그저 신용거래로 인한 빚쟁이가 된다는 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사주를 가진 카카오뱅크 직원들은 주식에 물려 퇴사도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사를 하면 대출금을 3개월 내에 상환해야 하고 직장을 그만두는 순간 수억 원에 달하는 손실을 확정해야 한다. 지난해 카카오뱅크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 4400만 원 이었고 올해도 상반기에만 1억 200만 원을 평균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고액 연봉을 받는 직원들이 주가 약세로 인한 반대매매에 이어 빚쟁이로 몰리는 형국이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카카오뱅크 직원들로 추정되는 A 씨는 “많은 직원이 신용불량자가 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전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B 씨는 “아직도 주가가 거품이라는 얘기 많아서 더 떨어질 각인데 몇 년은 무상 노동을 해야 하네”라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C 씨는 “보호예수 풀리는 날(3만 2000원대) 손절하고 털었으면 손실을 줄일 수 있었는데”라는 글을 남겼다. 

 

카카오뱅크는 주가 부양을 위한 대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최근 “구체적인 규모와 시기를 말씀드리기는 어려우나 2022년 회계결산에 대한 주주총회 승인이 마무리되는 시점에 법규상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의 주주환원정책 실행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100억 원 규모 회사기금을 조성해 반대매매와 이자부담으로 힘들어하는 직원들에게 1인당 1000~2000만 원을 대출해 주기로 했다. 카카오뱅크 임원진들도 책임경영 의지 표명을 위해 최근 자사주 8만 4000여 주를 매입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의 대책은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사주 매입과 소각 시점은 결산 이후 내년 3월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임원들의 최근 8만여 주 자사주 매입도 유통주식 4억 7663만주를 감안하면 극히 일부인데다가 대출 지원도 직원들의 손실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게임즈 본사 내부. 사진=카카오게임즈


카카오페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카카오페이 우리사주조합 직원들은 지난해 11월 3일 상장 전 총 340만 주를 공모가 9만 원에 사들였다. 직원 1인당 평균 4000주, 3억 6000만 원어치를 매입했다. 지난해 카카오페이 직원 평균 연봉이 800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 대출을 통해 우리사주를 매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11월 30일 장중 주가가 24만 8500원으로 최고가를 찍는 등 우리사주조합 직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듯 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10일 장 마감 후 당시 류영준 대표 23만 주를 포함해 경영진 8명이 모두 44만여 주를 기습 매각하며 900억 원대 차익을 거두 이후 주가는 폭락세로 들어섰다. 경영진의 주식 대량 매도 소식은 해당 회사의 주가 고점이자 당분간 주가 호재가 없다는 시그널로 읽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올 4월부터 카카오페이 2대 주주인 알리페이가 지분 보호예수 전량 해제로 인한 대량 매도 공포까지 겹치면서 주가 약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판교센터 악재까지 겹치며 카카오페이 주가는 17일 장중 3만 2500원으로 상장 후 최저가를 기록했다. 이달 현재 3만 원대 후반애서 횡보 중이다. 공모가 대비 손실률은 60%를 훌쩍 넘었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페이 우리사주의 1년 보호예수 기간 종료가 오는 11월 3일로 코앞에 다가온 상태다. 이에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한국증권금융에 예금질권을 설정하고 담보금 145억 5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주가 급락으로 우리사주조합 직원들이 반대매매 위험에 놓이자 이를 막기 위해 긴급 대응에 나선 셈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까지 매해 적자 경영을 이어오고 있어 카카오뱅크처럼 사내기금 조성을 통한 직원 대출 지원 등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린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주가 환원 등 다른 주주들에 대한 보호조치는 등한시 한다는 지적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특정 주주인 우리사주조합에 처한 반대매매를 막기 위해 예금담보라는 조치를 취했지만 주가 하락으로 피해를 보는 일반 주주들에 대한  고민은 결여돼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카오게임즈 우리사주조합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와는 전혀 딴 판이다. 카카오게임즈는 2020년 9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11월 19일 장중 주당 11만 6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직원 등은 공모가로 주식 152만 2088주를 우리사주로 배정받았다. 지난해 9월 보호예수 해제 이후 우리사주조합에 속한 직원 등은 주식을 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섰다. 올 6월 30일 기준 우리사주조합은 33만여 주를 보유하고 있고 지분율은 0.42%로 집계됐다.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이달 현재 3만 원대 후반에서 형성되고 있지만 아직도 공모가를 1만 원 이상 웃돌고 있다. 카카오게임즈 우리사주조합이 다른 계열사들과 상황이 다른 이유다. ​ 

장익창 기자

sanbada@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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