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근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이 노원종합재가센터(노원센터)에서 하던 장애인 활동 지원 사업을 종료하고 성동종합재가센터(성동센터)로 통합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갑작스레 사업 종료 소식을 접한 활동지원사와 이용자의 반발이 거센데다, ‘약자와의 동행’을 내건 서울시가 공공 돌봄을 축소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사업 종료 배경을 두고도 의문이 제기된다.
#사회서비스 민간에 넘기는 정부…눈치 보는 기관들
전국 사회서비스원 중에서 장애인 돌봄 사업을 하는 곳은 서울시 노원구와 성동구 종합재가센터뿐이다. 서사원이 노원센터의 장애인 돌봄 사업(장애인 활동 지원 사업, 발달장애 청소년 방과 후 서비스)을 종료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지난 9월 26일 서사원 소속기관 센터장 정례 회의가 열린 직후다.
회의 자료에 따르면 노원센터의 장애인 활동 지원 사업 효율화 방안을 정한 건 9월 21일, 노원구청에 사업 연장 미신청 통보를 한 것은 다음날인 22일이었다. 이어 9월 30일까지 노원구청에 폐업 신고를 하고 활동지원사와 발달장애 청소년 방과 후 서비스 이용자에게 폐업을 안내한다는 계획이었다. 노원센터 사업을 종료하고, 활동지원사 22명은 성동센터로 보내 통합 운영한다는 것. 다만 발달장애 청소년 방과 후 서비스는 연장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9월 말 기준 노원센터에서 이 서비스를 맡은 사회복지사는 1명, 이용자는 9명이다.
논란은 서사원 소속 장애인활동지원사와 노원센터 이용자가 사업 종료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9월 28일에야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와 서울장애인부모연대, 장애인 활동 지원 이용자 등이 기자회견을 열고 노원센터 장애인 돌봄 사업 종료를 규탄에 나섰다. 서사원이 사실상 장애인 돌봄을 민간시장에 넘기며 공공성을 포기한다는 것.
노원센터의 장애인 돌봄 사업 기간은 2019년 11월 1일부터 2022년 10월 31일까지다. 서사원이 사업 종료 시기를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사전 논의를 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군다나 활동지원사와 이용자는 노원센터의 장애인 돌봄 사업이 기간제(3년)라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는 반응이다. 2019년 10월 노원센터 설립 전후 배포된 자료에서도 사업 기간에 관한 설명은 찾을 수 없었다.
노원센터와 달리 성동센터의 장애인 활동 지원 사업은 기간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원구청 장애인 복지과 관계자는 “장애인 활동 사업의 유효기간 여부는 지자체마다 다르고, 기관에 따라서도 다르다”라며 “사업 연장을 하려면 센터에서 공모해야 하는데 안 한 것”이라고 답했다.
사회서비스원은 민간에 주도하던 돌봄 서비스를 공공에서 직접 제공해 돌봄 사회서비스의 공공성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설립됐다. 아울러 돌봄 노동 종사자인 요양보호사, 장애인 활동지원사 등을 직접 고용해 처우를 개선하고 안정적인 근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서사원은 서울시 산하 기관으로 2019년 2월 출범한 재단법인(공공기관)이다.
서사원에서는 국공립 사회복지시설 운영, 종합재가센터 설치 및 운영, 민간 시설 지원 등을 시행한다. 종합재가센터란 장기 요양, 노인 돌봄, 장애인 활동 지원, 긴급 돌봄 등의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시설이다. 종합재가센터는 4개소로 시작해 2021년까지 서울시 25개 구에 모두 설치될 계획이었으나, 현재는 12개 구에만 있다. 노원센터는 기본 서비스(방문요양)에 장애인 활동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확대형 센터, 성동센터는 확대형에 방문간호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간호 특화형 센터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사회서비스원의 존립이 위협받는 상황이다. 이전 정부에선 사회서비스에서 공공의 역할을 확대하는 정책을 펼쳤지만, 윤석열 정부는 ‘민간 주도의 사회서비스 확대’를 발표하며 정반대의 기조를 내세웠다. 이에 일부 지역은 사회서비스원 통폐합에 나섰다. 울산시는 출범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울산광역시사회서비스원을 여성가족개발원과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서울시의회에서 여당이 서울시 투자기관, 출자·출연기관 등을 손보겠다고 밝히면서 서사원도 신규 사업 확대에 주저하고 있다. 서사원은 5월 말 노원센터의 발달장애 학생 방과 후 서비스를 강화한다며 홍보에 나섰지만 4개월 만에 사업 종료를 선언하면서 돌연 태도를 바꿨다. “정부 기조에 따라 사회서비스 분야에서 공공성이 후퇴한다”라는 나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도 서사원이 노원센터의 장애인 활동 지원 사업을 종료하는 배경에는 의문스러운 점이 많다. 서사원은 9월 29일 노조 측에 보낸 공문에서 “서울시의 위탁사업 신규공모 자제 권고에 따라 노원센터의 장애인 활동 지원 사업 공모에 미응모한 것”이라고 사업 종료 배경을 밝혔다. 서울시가 신규 사업을 자제하라는 구두 지침을 내려 따를 수밖에 없었다는 것.
반면 서울시에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부인했다. 서울시 복지정책실 관계자는 “노원센터에 관해 어떠한 발언을 한 적이 없다. 과거에 사회서비스원 간부와의 회의에서 ‘운영 효율성 등의 문제로 사업 확장이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이 나왔는데, 이를 근거로 이야기하는 것 같다”라며 “노원센터를 특정한 것도, 사업을 민간에 넘기는 것도 절대 아니다”라며 당혹감을 표했다.
#서사원 “서울시에서 신규 사업 자제 요구” vs 서울시 “사실 아냐”
‘신규 사업을 자제하라’는 서울시의 구두 지침 문제는 활동지원사 미달 논리로 이어졌다. 서사원 측은 “장애인 활동 지원 사업을 하려면 활동지원사가 15명 이상이어야 한다. 현재 노원센터의 활동지원사는 22명이다. 장애인 활동 지원이 고된 일이라 그만두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신규 직원을 채용하지 못하면 사업을 이어갈 수 없어 성동구와 통합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활동지원사노조는 이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장애인 활동지원사인 오대희 서사원 노조 지부장은 “돌봄 노동 종사자는 중년 여성의 비율이 높아 자연 퇴사 시기가 빠른 편이다. ‘어차피 활동지원사가 15인 미만으로 줄어 사업을 폐지하게 될 것’이라는 논리는 성동센터로 통합한 후에도 마찬가지 아닌가. 성동센터에서도 인력 충원을 안 할 텐데, 결국 성동센터 통합 후에 인원을 핑계로 장애인 활동 지원 사업을 접을 수 있다는 소리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도 인력이 모자라 무리하게 근무하는 상황이다. 서사원에 항의하자 서울시에서 예산을 받기 어렵다고 되레 직원을 압박했다. 또 정규직이 아닌 단기 계약직을 늘려 외주화와 고용 불안을 만들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사원에서는 사업 폐업이 아닌 ‘통합’이라고 강조한다. 노원센터의 활동지원사를 성동센터로 보내고 사업은 이관하며, 노원구의 방문 서비스도 이어간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노원구와 성동구는 인근 지역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원센터와 성동센터를 차량으로 이동해도 약 21km 거리로, 대중교통으로는 1시간 가까이 걸린다.
오 지부장은 “민간과 달리 서사원 소속은 근무 시간이 정해져 있고, 센터에 출퇴근을 한다. 또 근무시간에 회의나 교육 때문에 센터를 자주 들른다”라며 “이동시간이 길어지면 근로 조건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당장은 이관하더라도 앞으로 활동지원사들이 얼마나 버틸지는 알 수 없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노원구는 서울시에서 두 번째로 장애인이 많은 지역이다. 공공이 담당하는 장애인 활동 지원 사업 폐지에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활동 지원기관이 폐업하거나 휴업할 때 인근 지역에 대체 기관이 없을 때는 지자체장이 철회를 권고하거나 다른 조치를 마련할 수 있게 하지만, 노원구에선 센터 측의 사업 종료에 별도의 대응은 하지 않았다. 서사원은 13일 노조를 대상으로 한 차례 통폐업 설명회를 열었으며, 19일 협의회를 열고 합의에 나설 예정이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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