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오는 24일 국정감사 증인대에 설 전망이다. 지난 15일 발생한 ‘카카오톡 먹통’ 사태 때문이다. 카카오톡,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 카카오 시스템 전반이 장애를 일으키며 전 국민이 불편을 겪은 ‘카카오톡 먹통’ 사태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서 발생한 화재에서 비롯됐다. 이에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데이터센터를 운영·관리한 SK C&C의 박성하 대표이사와 함께 그룹 오너인 최 회장을 소환키로 의결했다.
최 회장은 앞서 지난 7일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 SK실트론 지분취득 건과 관련, ‘솜방망이 처분’ 문제가 제기되며 정무위원회 종합감사 증인 명단에 오른 바 있다. 공정위 국감에서는 여야 의원 모두 SK실트론 사건에 대한 공정위 처분을 질타했다. 공정위는 SK실트론 지분 취득 과정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지난해 12월 시정명령(향후 금지명령) 등을 내렸지만, 최 회장에게 주식처분명령은 하지 않았다. 이에 최 회장은 SK실트론 지분을 정리하지 않고 올 8월 말 증권사와 TRS 계약을 연장했다.
그러나 정무위 증인 채택은 막판에 불발됐다. 공정위 제재에 불복한 최태원 회장과 SK가 지난 4월 제기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SK 측은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가 사익편취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시 중국 기업 등 경쟁자의 지분 인수를 막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SK실트론 지분취득 논란을 피해간 최태원 회장이 ‘카카오톡 먹통’ 논란으로 국감장에 소환되는 것을 두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기업인 망신주기 국감’에 대한 우려를 내놨다. 실무자인 박성하 SK C&C 대표 선에서 증인 채택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먹통 현상으로 전 국민이 불편을 겪은 데다,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그룹 오너 최 회장을 증인으로 소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태원 회장과 박 대표 두 사람 모두 SK 등기부등본에 대표이사로 등기돼 있다. 박성하 대표가 SK C&C를 이끌고 있는데도 최 회장까지 소환된 까닭은 SK C&C가 SK에 소속된 사업부문이기 때문이다. SK 재무제표에는 SK C&C가 ‘IT서비스’로 분류돼 있다. SK가 카카오의 IDC를 운영한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SK의 IT서비스 사업부문 내수 용역(시스템구축 및 운영·유지보수) 매출은 9068억 원으로, 전체 IT서비스 매출에서 92%를 차지한다.
과거 SK C&C가 SK의 사업부문으로 들어가 현재의 지배구조가 완성되는 과정에도 오너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이란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시스템통합(SI)업체 SK C&C는 지난 2015년 기존 그룹의 지주사였던 SK를 역으로 흡수합병하고 사명을 SK로 변경했다. 이전에 SK C&C는 명목상 지주사인 SK주식회사 위에 ‘옥상옥’ 구조로 존재하는 별도 법인이었다.
합병 당시 SK 지분 7.19%를 보유한 2대주주 국민연금은 SK와 SK C&C 간 합병 비율과 자사주 소각 시점 등이 SK C&C에 유리하게 책정됐다고 지적하며 주주가치 훼손 우려에 따라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합병 전 최 회장은 SK C&C 지분을 32.9% 보유한 반면, 지주사인 SK(주) 지분은 0.02%에 불과했다. 대신 SK C&C가 SK(주) 지분을 31.8% 보유했다.
SK C&C와 SK가 1 대 0.74 비율로 합병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은 그룹 지배력 끌어올리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완성할 수 있게 됐다. SK C&C가 합병 전인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전체 발행주식 수의 12%에 달하는 자사주를 사들이고 합병과 동시에 자사주 600만 주 전량을 소각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SK가 보유한 자사주에 대해서는 신주를 발행하지 않았다. SK C&C가 보유했던 SK 지분은 자사주로 남았다.
결과적으로 SK는 합병 과정에서 SK C&C와 SK의 자사주를 모두 없애면서 SK 지분이 거의 없던 최 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했다. 최 회장의 합병법인 SK 지분율은 0.02%에서 23.4%로 급증했다.
다만 이번 국정감사에서 SK와 SK C&C의 합병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야당에서 요구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외에 형평성 차원에서 최태원 회장,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도 증인으로 채택한 만큼 여야가 카카오톡 먹통 사태 및 화재와 관련된 사항만 질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정무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재계에서 ‘기업인 망신주기 국감’ 등을 언급하며 최 회장에 대한 정무위 국감 증인 출석 추진에 힘이 빠졌다”며 “카카오톡 먹통 사태보다는 SK실트론 주식취득에 대한 공정위의 ‘솜방망이’ 제재가 최 회장과 연관성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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