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붕괴 사고를 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이 주거지원방안을 두고 화정아이파크 예비입주자와 수개월째 갈등을 빚고 있다. 현산은 주거지원책으로 중도금 대출을 대위변제·향후 무상 대여하되 공사 지체상금에서 중도금을 빼겠다고 밝혔고, 이에 예비입주자들은 공사 지연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올해 11월 입주가 예정됐던 광주 화정아이파크에서는 지난 1월 외벽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시공과 입주 일정이 전면 중단됐다. 시공사인 현산은 무너진 201동을 포함해 8개 동 전체를 철거하고 새로 짓기로 지난 5월 결정했다. 재시공에는 약 70개월의 기간과 비용 37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현산은 지난 8월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예비입주자에 대한 2630억 원 규모의 주거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입주 지연에 따른 거주지 마련 비용 1000억 원, 만기가 도래하는 중도금 대출 대위변제 비용 1630억 원을 무이자 대여 형태로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84㎡ 규모를 기준으로 했을 때 세대당 주거지원비는 1억 1000원, 대위변제비는 2억 2000만 원 수준이다. 대위변제는 지급보증인이 채무자 빚을 대신 갚고 채권을 물려받는 것을 말한다. 즉 예비입주자가 대출받은 중도금을 현산이 대신 상환한 뒤 그에 대한 채권을 갖게 된다.
붕괴 사고로 인해 입주가 최소 5년 뒤로 미뤄지면서 예비입주자는 이 기간에 빌려 쓸 주택 임차비와 이사비, 기존 입주 일정에 맞춰 만기가 잡힌 중도금 대출의 상환 대금이 필요해졌다. 화정아이파크 중도금 대출을 실행한 금융기관들은 최근 예비입주자들에게 대출 연장이 불가하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이들 중도금 대출 만기는 오는 2월이다.
중도금 대출을 받은 예비입주자는 자력으로 대출을 상환하거나 현산 측 주거지원 대책에 따라야 한다. 광주화정아이파크 예비입주자협의회에 따르면 화정아이파크 예비입주자 847세대 중 90% 이상이 집단 대출을 받아 중도금을 치렀다. 이 단지는 2019년 5월 분양 당시 계약금 10%, 중도금 60%(6회), 잔금 30% 납부 조건으로 계약을 했다. 붕괴 사고 전까지 예비입주자들은 계약금과 1~4회차 중도금을 포함해 전체 분양가 50%를 납입했다.
문제는 중도금 대출 대위변제 조건이다. 현산 측은 중도금 대출을 대신 상환하고 이 금액을 향후 무이자로 반환받는 대신 대위변제를 받은 세대는 지체상금 산정 기준을 계약금(10%)으로 보겠다고 밝혔다. 중도금 대출을 대신 갚아주되 이 대출로 납입된 중도금은 지체 상금 계산에서 빼겠다는 말이다. 지체상금은 공사 기한을 맞추지 않는 등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대가로 시공사가 입주민에게 지불하는 돈이다. 현산과 예비입주자들은 분양 계약 당시 지체보상금 산정 기준을 분양대금 납입액으로 정했다.
이승엽 화정아이파크 예비입주자협의회 대표는 “현산이 계약금으로 추산한 5년간 지체상금은 84㎡를 기준으로 세대당 1800만 원이다. 공사가 10년 지연되면 세대당 3600만 원, 20년 지연되면 7200만 원만 지급하면 되는 셈이다. 반면 중도금을 포함한 기납부액으로 추산한 지체상금은 5년간 9800만 원에 달한다. 금액 차이는 둘째치더라도 공사 지연에 대한 유일한 시공사 불이익이 유명무실해지는 것은 큰 문제다. 3년 6개월을 기다린 예비입주자는 공사가 또 다시 지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건설사가 무이자 대출로 납입한 중도금은 지체상금에 포함하지 않는 게 맞을까. 대법원은 2008년 7월 비슷한 분쟁 사례에서 “건설사가 원고들에 대한 중도금의 금융권 융자를 알선하고 중도금 대출 시부터 입주지정일까지의 중도금 이자 전액을 납부한 사실만으로 입주 지연에 따른 손해가 없다고 보기 어렵고, 분양 계약상의 지체상금에 관한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성격을 갖는다고 할 것”이라며 기존에 납부한 대금에서 중도금이 공제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중도금 대출 만기 연장이나 대위변제가 발생하게 된 배경에는 붕괴 사고를 일으킨 건설사가 있다. 원인 제공자인 건설사가 대위변제 조건으로 계약에 따라 납입된 분양대금을 지체상금 산정에서 빼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건설사는 막대한 지체상금을 막기 위해 임시 사용 승인을 얻어서라도 공사기한과 입주일을 맞추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지난 8월 예비입주자에 대한 주거지원대책을 내놓은 이후 9월에도 추가 대책을 발표했다. 현장에서 상담소도 운영하며 예비입주자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설명하면서 불편사항을 귀담아 청취하고 있다”며 “재시공 기간 금융 부담을 건설사가 지고 잔금도 입주 시에 지급하는 조건은 대한민국에 없었던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산이 소중한 국민 목숨을 앗아간 것도 모자라 예비입주자 수백 명의 삶을 파탄내놓고 최소한의 기업윤리와 책임마저 저버리고 있다. 분양권으로 인해 대출을 받을 수 없어서 6년간 집을 살 수도 없고 현재 사는 전월세 계약도 만료된 예비입주자들에게 책임 있는 지원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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