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연말을 앞두고 신세계와 롯데의 자존심 싸움이 시작됐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준비하는 두 백화점은 본점 외관의 시각효과, 일명 VM(비주얼 머천다이징)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해 흥행에 성공한 신세계백화점은 올해도 자신감을 내비치는 분위기. 이에 맞서 롯데백화점은 이번 겨울 시즌 명예회복을 노린다.
#공개 전까지 보안유지, 크리스마스 앞둔 롯데와 신세계의 팽팽한 신경전
서울 중구 소공동의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을 지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벌써 연말이 다가오냐”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백화점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외관 꾸미기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은 본관 외관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크리스마스 VM 설치를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은 11월 3일 ‘크리스마스 드림 모먼트(Christmas Dream Moments)’의 외관을 공개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도 연말 준비에 돌입했다. 미디어 파사드 상영을 위해 본점 외벽에 스크린 매핑 작업을 했고, LED 스크린 주변으로 조명 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소공동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두 백화점은 연말 VM 흥행을 두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경쟁 구도의 백화점이 서로의 연말 장식에 예민한 만큼 외관 장식이 완성되기 전까지는 관련 정보를 철저히 비밀에 부칠 것으로 예상한다.
롯데백화점은 크리스마스 VM의 테마와 공개 일정만 알릴 뿐 그 외 자세한 구성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본점의 외관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진행 방식에 대해서는 전달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미디어 파사드의 테마와 정확한 공개 일정 등의 외부 유출을 막고 있다. 미디어 파사드를 상영하기 전까지는 영상 테스트도 유동인구가 적은 새벽 시간을 골라 진행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다음 달 중 미디어 파사드를 공개할 예정이나 정확한 일정이나 주제 등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소공동의 랜드마크’ 자신감 내비친 신세계, 그에 맞서 롯데는 뭘 보여줄까
올해는 롯데백화점이 여느 때보다 크리스마스 VM에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리틀 클라우드, 빅 위시즈(Little Cloud, Big Wishes)’ 테마로 백화점을 장식했다. 영플라자 옥상에 ‘리틀 클라우드’ 11m의 대형 아트 풍선을 전시하고, 외벽에 대형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였지만 신세계백화점과 비교해 볼거리가 덜했다는 평으로 자존심을 구겼다.
지난 연말 롯데와 신세계의 크리스마스 VM 경쟁은 신세계의 압승이라는 평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매지컬 홀리데이즈(Magical Holidays)’라는 테마로 3분가량의 서커스 쇼 미디어 파사드를 공개해 높은 관심을 받았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1963년 개점 이후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화려한 외관 장식을 선보여왔고, 2014년부터는 본점 외관에 미디어 파사드 쇼를 선보여왔다. 본점의 미디어 파사드는 매년 화제가 됐는데, 특히 지난해 역대급 인기를 누렸다.
신세계백화점의 미디어 파사드가 화제가 되며 인파가 몰려들었고, 한산했던 명동이 오랜만에 활기를 찾았을 정도였다. 명동 일대의 한 상인은 “코로나19 이후 명동이 이전과 같은 활기를 되찾았던 때는 작년 크리스마스 때 신세계백화점의 미디어 파사드를 보려는 인파가 몰렸을 때뿐”이라며 “크리스마스가 되면 사람에 떠밀려 다니던 예전의 명동 모습을 오랜만에 되찾은 것 같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미디어 파사드는 매년 진행해온 것인데 작년에 크게 이슈가 됐다. ‘지역 1번점’ 전략을 목표로 백화점을 운영하면서 점포가 위치한 지역의 랜드마크, 명소화 차원에서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이고 있다”며 “고객에게 연말 분위기를 전달하고, 신세계의 연출 능력도 보여줄 수 있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는 2020년까지만 해도 백화점 외관 광고를 유지하며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였는데, 지난해에는 광고를 모두 제거하고 전구 40만 개를 더해 더욱 화려한 영상미를 자랑했다. 크리스마스 특수 시즌에 외관 전면 광고비가 2배 이상 오르는 상황이지만, 연말 장식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광고비를 과감히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도 외벽 광고를 제외하고 작년과 비슷한 방식의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광고비를 포기한 효과는 톡톡히 누린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지난해 SNS에서 가장 화제가 된 크리스마스 명소 중 하나였고, 고객 방문율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매출과 직접 관련된 데이터를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미디어 파사드로 인해 본점 내 유동인구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몇 년간 연말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올해는 기대감이 높은 만큼 백화점 업계는 VM에 더욱 공을 들일 것이란 예상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된 요즘, 오프라인에 고객을 모으기 위해서는 고객에게 어떤 경험적 가치를 제공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백화점이 크리스마스 장식에 투자하는 것은 고객 방문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 중 하나다. 크리스마스의 설레는 기분을 느끼게 함으로써 고객들이 백화점을 찾도록 유도한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해까지는 코로나19로 소비 심리가 억눌리고 크리스마스나 연말을 즐기려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엔데믹 상황에서 모처럼 연말 기분을 내려는 소비자가 많아지는 만큼 백화점 업계도 어느 때보다 화려한 장식 등에 투자할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크리스마스는 유통업계에서 손에 꼽히는 중요 행사다. 상품을 구매하는 것에서 나아가 백화점이라는 공간 자체를 즐기는 고객이 많이 늘었다”며 “VM에 공을 들이는 것도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공간 구성에 힘쓰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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