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을 대상으로 열리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 등이 소환 리스트에 오르며 가상자산 업계가 주목받았다. 하지만 업계 다수를 차지하는 코인마켓은 보이지 않아 문제를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국감에서 가상자산 이슈…코인마켓은 보이지 않아
올해 국감은 10월 4일부터 24일까지 열린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6일 금융위원회를, 11일부터는 금융감독원에 대해 국감을 열었다. 특히 6일 금융위 국감에서는 송치형 두나무(업비트 운영사) 의장,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이사회 의장, 신현성 차이코퍼레이션 총괄, 테라 블록체인 네트워크 검증인 회사인 DSRV랩스의 김지윤 대표 등이 증인으로 소환됐다. 이 중 이정훈 전 의장과 신현성 총괄은 불출석했으며 두나무에선 송치형 의장 대신 이석우 대표가 출석했다.
거래소, 블록체인 업체 대표 등이 고루 불려 나온 건 가상자산 시장에서 발생한 굵직한 이슈에 관해 국회가 점검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 금융위 국감에선 테라-루나 사태 책임 소재 파악과 투자자 보호 강화, 디지털자산기본법 필요성 논의, 한글과컴퓨터그룹과 빗썸의 아로나와토큰 시세 조작 의혹 등이 다뤄졌다. 가상자산 거래소가 운영 방식과 기능 면에서 일반 금융사와 달리 이해 상충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거래소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코인마켓은 아예 제외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국감에서 지적된 원화마켓의 독점과 원화-코인마켓 거래소 간 양극화가 1년 사이 더욱 심화했지만 별다른 논의가 나오지 않은 것.
금융위원회의 2022년 상반기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5대 원화 거래소(고팍스,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를 제외한 코인마켓은 21개로, 상반기 코인마켓 거래금액은 지난해 하반기 대비 무려 95%나 감소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금리 인상, 물가상승 등 외부 요인에다 테라-루나 사태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시장 거래량이 급감한 탓이다.
상반기 거래소 전체 영업이익은 6301억 원으로 전년 하반기(1조 6400억 원) 대비 62%나 줄었다. 원화-코인마켓별로 보면 더욱 심각하다. 상반기 5개 원화마켓이 영업이익 6629억 원을 낼 동안 21개 코인마켓의 영업이익은 -327억 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게다가 가상자산 투자가 활발했던 지난해 하반기에도 코인마켓은 -228억 원의 적자를 냈다.
문제는 코인마켓이 단독상장 가상자산 위주로 거래를 이어가고 있어 이들의 위기는 투자자에게도 위협이 된다는 점이다. 상반기 기준 국내 유통 가상자산 중 단독상장 가상자산은 391종으로, 코인마켓의 평균 취급 비율은 36%에 달한다. 시가총액으로 보면 비중은 훨씬 높아진다. 단독상장 가상자산의 국내 시총은 2조 3000억 원으로 전체 23조 원 대비 10%에 그치지만, 코인마켓으로 한정하면 86%에 달했다. 또한 코인마켓 상위 10대 가상자산은 모두 단독상장 가상자산이었다.
더불어 코인마켓의 단독상장 가상자산 중 104개가 시총 1억 원 이하의 규모가 작은 가상자산으로, 50억 원 이상 대형 가상자산(27개)보다 훨씬 많다. 소규모 가상자산은 유동성이 적고 가격 변동이 커 투자 위험이 크다. 코인마켓이 계속 적자를 내는 데다 언제 사라질지 모를 가상자산을 안고 있어 투자자까지 리스크를 안은 상황이다.
#코인마켓, 정부에 규제 완화 요구
이 때문에 코인마켓 관련 단체들은 금융당국을 향해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규제를 완화해 원화마켓 진입 장벽을 낮추거나, 산업 보호에 나서 달라는 것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지난 7월 5대 원화마켓 거래소가 모두 탈퇴한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비대위 임원으로는 임요송 코어닥스 대표(부회장), 도현수 프로비트 대표(C2C거래소회의대표) 등 코인마켓 거래소 대표들로 구성됐다. 협회는 시장 실태조사가 나오자 ‘당국은 통계가 아니라 대책을 내야 한다’라는 성명서를 냈다.
성명서에서 협회 측은 “한국블록체인 생태계의 시장 불균형이 악화하고 있다. 중소가상자산사업자가 더욱 가혹한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시장 침체)를 맞고 있는 실태가 드러난 것”이라며 “중소업체 상당수가 도산 위기에 실직 위기다. 원화마켓 진입의 과도한 규제와 장벽에서 비롯된 기울어진 운동장을 무시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윤성한 한국블록체인협회 사무총장은 “실명 계좌 발급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마련한 장치다. 하지만 트래블룰을 시행하면서 원화, 코인마켓 상관없이 신원 확인을 거치게 됐다. 이중 규제나 마찬가지”라며 “실명 계좌 발급이 가능한 금융기관 범위를 확대해 우체국 등 시중은행 이외의 곳에서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시장에 진입조차 못 하고 도태되는 지금 상황은 문제가 있다. 블록체인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의 그림자 규제(금융감독 기관이 행정지도나 구두로 업계에 간섭하는 것)를 타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핀테크학회 학회장인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특임교수는 “가상자산 거래소 한 곳이 은행 한 곳과 실명계좌를 만드는 건 불공정하다. 심지어 법적 근거가 없는 그림자 규제로 인한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금융은 보편적인 서비스임에도 가상자산, 블록체인, 메타버스 관련 업체는 계좌 발급에 제한받는다. 무분별한 그림자 규제로 인해 실명 계좌 확대뿐만 아니라 회사 운영을 위한 거래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자금세탁 방지가 목적이라면 오히려 실명 계좌를 가진 거래소를 늘려야 단속·적발에 도움이 되지 않겠나”라고 역설했다.
벤처기업 업종 적용, 중소기업 자금 지원 요구도 나온다. 한국디지털자산사업자연합회(KDA)는 중소거래소를 벤처기업 업종과 중소기업 자금 지원 대상에 포함해달라고 관계기관에 요청했지만 모두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KDA 측은 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아 정부에 제도적 지원을 요청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다만 업계는 산업 보호 지원책보다는 규제 완화를 선호하는 모습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중소 거래소를 벤처기업 업종이나 중소기업 지원 대상으로 정하는 것에 동의하는 곳은 반반”이라며 “그보다는 금융당국이 과한 규제를 풀어주는 편이 더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성후 KDA 회장 또한 “제도적 지원은 관련 법에 따라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그보다 금융당국이 실명 계좌 발급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줬으면 한다. 현재로선 은행이 자체 심사를 하고 있어 그 기준을 알 수 없다. 원화마켓 진입을 위한 명확한 원칙이 생겨야 21개 코인마켓 거래소도 운영 방향과 생존 여부를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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