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겨울이 성큼 다가온 느낌이다. 전국 스키장도 개장 준비에 한창이다. 대규모 동계 아르바이트생을 모집하고, 시즌권 판매도 시작했다. 몇 년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침체했던 시장이 모처럼 살아나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전히 업계의 고민은 깊다.
#해외여행·아웃도어 인기, 스키장은 줄줄이 운영 중단
스키 업계는 최근 몇 년간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냈다. 코로나19로 방문객이 줄어든 상황에서 2020년 연말 방역강화 특별대책으로 극성수기에 영업하지 못하는 악재가 발생했다. 그나마 21/22 시즌에는 거리두기가 다소 완화되며 방문객이 늘어 겨우 숨통이 트인 상황이었다. A 리조트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았던 20/21 시즌보다는 지난 시즌의 운영 상황이 훨씬 나은 편이었다”고 말했다.
‘최악’이던 때보다는 방문객이 늘었지만 마냥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B 스키장 관계자는 “20/21 시즌에는 코로나로 인해 성수기에 운영하지 못해 영업손실이 컸다”며 “지난 시즌에는 영업이 중단되는 경우는 없었으니 확실히 전년보다는 방문객이 늘었다. 하지만 예년 같지는 않았다”고 한숨지었다.
스키 업계의 침체된 분위기를 코로나19 탓만으로 보긴 어렵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에 따르면 2010년대 들어서며 스키장 이용객 수는 매년 줄고 있다. 11/12 시즌 약 686만 명을 기록했던 스키 인구는 20/21 시즌에는 약 145만 명으로 감소했다. 계속해서 줄어드는 수치에 스키 인구를 집계하던 한국스키장경영협회도 더는 통계를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방문객 수 집계가 스키장 운영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엔데믹 이후 그동안 억눌렸던 해외여행이나 아웃도어 매출이 급증하는 분위기지만 스키장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지난해 적자누적 및 영업부진 등의 이유로 문을 닫은 경기도 남양주의 스타힐스키장에 이어 올해 포천 베어스타운도 스키장 운영 중단을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베어스타운에서 리프트 역주행 사고가 발생했다. 리조트 측은 안전사고 예방을 이유로 스키장 운영을 중단한다고 밝혔다”며 “하지만 업계에서는 베어스타운을 운영하는 이랜드파크가 영업 부진을 이유로 스키장 운영을 포기했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지난 겨울, 코로나19로 인해 스키장 운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던 양지 파인리조트도 결국 스키장 운영을 포기했다. 리조트 관계자는 “스키장을 운영하지 않은 기간이 꽤 되었고, 다시 운영을 재개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후 스키장은 운영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어린 고객 모시기 총력전…짧아진 겨울, 인력 수급도 고민거리
업계에서는 스키장 운영이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토로한다. 스키나 보드 등 겨울 스포츠를 즐기는 인구가 줄고, 특히 젊은 세대의 관심도가 떨어져 해가 갈수록 이용객이 감소하는 추세다. A 리조트 관계자는 “방문객 연령대를 별도로 집계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30~40대 이용률이 높은 편이다. 젊은 세대의 방문율이 떨어져 고민”이라고 말했다.
스키 산업 관계자도 “예전에는 학교나 학원 등에서 단체로 스키장을 방문하고 강습 받는 경우가 많았다. 어릴 때 스키, 보드를 접한 뒤 꾸준히 취미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단체 방문이 거의 없고, 아이들의 관심도도 낮다”며 “바깥 활동보다 게임, 실내 놀이를 더 좋아해 겨울 스포츠 인기가 떨어진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스키장에서는 어린 고객 모시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주요 스키장은 시즌권 판매 시 미성년 자녀에게 무료 시즌권을 제공한다. 하이원리조트 관계자는 “스키 산업이 전반적으로 침체된 가운데 스키장 간에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통합 시즌권을 선보였다. 또 자녀를 스키장으로 데려올 수 있게끔 자녀 동반 무료 혜택도 제공한다. 어린 고객이 스키에 흥미를 가지게 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용객 감소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 높아진 인건비 등도 스키장 운영에 어려움을 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에 스키장 13곳이 운영 중인데 가장 먼저 개장하는 곳이 강원도 평창의 용평리조트다. 예전에는 겨울이 길어 용평리조트가 11월 초에도 개장을 했다”며 “하지만 요새 스키장 개장 시기는 평균 12월 초다. 개장은 늦어지고 폐장은 빨라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예전에는 3월 초까지 슬로프를 운영했는데 이젠 2월 말이면 거의 문을 닫는다”며 “날이 따뜻해지고 겨울이 짧아지니 스키장 영업일수가 줄고 있다. 날이 따뜻해지면 슬로프 유지 비용도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인력 수급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B 스키장 관계자는 “스키장 아르바이트는 보통 대학생이 겨울방학을 이용해 많이 했다. 하지만 요즘은 험한 일을 꺼리는 분위기라 일할 사람 구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며 “이맘때면 스키장마다 인력 수급이 안 돼 난리다. 인건비는 비싸지고 일할 사람은 없다”고 한숨지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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