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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안동에서 불교와 유교 건축 문화 산책, 봉정사와 학봉종택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 봉정사 '유네스코 세계유산', 선비 뜻 서린 학봉종택선 숙박·체험도 가능

2022.10.11(Tue) 12:59:46

[비즈한국] 이 땅에서 오랜 시간 이어온 불교와 유교는 다양한 문화유산을 남겼다. 그 중에도 ‘고찰과 고택’으로 상징되는 건축 문화는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유산의 백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안동 봉정사와 인근의 학봉종택도 그렇다. 이 둘을 함께 둘러보면 더욱 좋다. 

 

‘한국의 10대 정원’으로 손꼽히는 봉정사 영산암 마당 중앙에서 삼성각을 본 모습. 사진=구완회 제공

 

#최고(最古)의 목조 건물이 자리한 아담한 절집

 

안동시 서후면 천등산 자락의 봉정사는 신라의 삼국통일 10여 년 후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대사가 창건한 고찰이다. 오랫동안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1972년 극락전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상량문이 발견되어 능인대사가 세운 사실이 확인되었다. 전설에 따르면 천등산 동굴에서 참선하던 능인대사가 종이로 봉황을 만들어 날렸는데, 그것이 날아가 앉은 자리에 절을 짓고 봉정사(봉황이 머문 절)라 이름 지었다고 한다. 

 

또 상량문에 공민왕 12년(1362)에 지붕을 크게 수리했다는 기록이 있었는데, 이는 부석사 무량수전보다 10여 년이 빠른 것이어서 봉정사 극락전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고 알려지게 되었다. 보통 전통 목조건물은 지은 지 100여 년이 지나면 지붕을 크게 수리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한다. 

 

소박한 맞배지붕을 한 국보 극락전과 앞마당의 3층 석탑. 사진=구완회 제공

 

앞면 3칸, 옆면 4칸으로 아담한 크기의 극락전은 사람 인(人) 자 모양의 소박한 맞배지붕을 갖추었다. 기둥머리의 굽이 안쪽으로 굽어 있고, 대들보 위에서 지붕을 받치는 복화반대공이 산 모양인 점 등이 통일신라부터 고려시대까지 이어져온 옛 건축 양식이라 여겨진다. 불상을 모신 불단 옆에는 고려 중기 도자기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덩굴무늬를 새겨놓았다. 

 

극락전과 함께 국보로 지정된 대웅전은 화려한 팔작지붕 아래 주불인 석가모니불과 협시불인 관세음보살, 지장보살을 모셨다. 조선 시대에 지어진 건물이지만 내부의 단청은 고려 시대의 기법을 그대로 간직해, 건물과 함께 중요한 회화 자료로 주목받는다고 한다. 

 

극락전과 함께 국보로 지정된 대웅전은 조선 시대에 지어진 건물이지만 내부의 단청은 고려 시대의 기법을 그대로 간직해, 건물과 함께 중요한 회화 자료로 주목받는다. 사진=구완회 제공

 

봉정사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본찰 바로 옆에 자리한 부속암자 영산암이다. 소나무와 배롱나무, 맥문동을 비롯한 화초가 어우러진 영산암 마당은 ‘한국의 10대 정원’으로 손꼽힌다. 이 마당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전각들이 둘러선 영산암은 옛 정취를 그대로 간직해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촬영지이기도 하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동승’, ‘나랏말싸미’ 같은 영화를 이곳에서 찍었다. 

 

#높을 뜻을 간직한 선비의 옛집

 

봉정사가 자리한 안동은 유교와 선비의 고장이기도 하다. 봉정사에서 멀지 않은 의성 김씨 학봉종택(경북기념물)은 퇴계 이황의 학통을 이어받은 조선 중기 문신 학봉 김성일의 종가다. 김성일은 1568년(선조 1) 과거에 급제해 정언, 나주목사 등을 역임했다. 임진왜란 직전에는 사신으로 일본에 다녀와서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했으나, 막상 전쟁이 일어난 뒤에는 최전선에서 의병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어려운 백성을 돕다가 병사했다.

 

조선 중기 문신 학봉 김성일의 종가인 학봉종택(경북기념물)에선 숙박과 고택 체험도 가능하다. 사진=구완회 제공

 

학봉종택은 ㅁ 자형 본체를 중심으로 제사를 모시는 사당과 유물을 보관한 운장각, 학봉기념관 등이 들어선 모습이다. 운장각에는 ‘경연일기’와 ‘해서록’ 등 보물로 지정된 김성일의 친필 원고와 고문서 수백 점을 보관 중이다. 대표 유물은 학봉종택 입구의 학봉기념관에서 볼 수 있다. 예약하면 학봉종택에 머물며 종가 음식을 맛보는 고택 체험도 가능하다.

 

학봉종택 인근의 광풍정(경북문화재자료)은 김성일의 제자 장흥효가 지은 누각이다. 조선 중기의 대표적 성리학자 장흥효는 관직에 나가는 대신 평생 이곳에서 학문을 익히며 후학을 양성했다. 현재 건물은 조선 후기에 안동 지역 유림이 고쳐 지은 것이라고 한다. 광풍정 뒤쪽에는 암석 위에 세운 제월대라는 누각이 있는데, 광풍정과 위아래로 짝을 이룬 모습이 이채롭다. 광풍과 제월은 ‘비 갠 뒤의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란 뜻으로, 중국 북송의 시인 황정견의 시에 나오는 말이라고 한다.

 

암석 위에 세운 제월대와 뒤쪽의 광풍정이 위아래로 짝을 이뤘다. 광풍과 제월은 ‘비 갠 뒤의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이란 뜻이다. 사진=구완회 제공

 

<여행정보>


봉정사

△위치: 경상북도 안동시 서후면 봉정사길 222

△문의: 054-853-4181

△관람시간: 09:00~18:00, 연중무휴

 

학봉종택

△위치: 경상북도 안동시 서후면 풍산태사로 2830-6 

△문의: 010-9860-5333

△관람시간: 09:00~18:00, 연중무휴

 

광풍정

△위치: 경상북도 안동시 서후면 풍산태사로 2885-23

△문의: 054-840-5225

△관람시간: 상시, 연중무휴

 

필자 구완회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여성중앙’, ‘프라이데이’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여행출판팀장으로 ‘세계를 간다’, ‘100배 즐기기’ 등의 여행 가이드북 시리즈를 총괄했다. 지금은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역사와 여행 이야기를 쓰고 있다.​​​​​​​​​​​​​​

구완회 여행작가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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