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지난 5일 국정감사에서 SPC그룹의 불법 파견 논란이 재조명됐다. SPC 파리바게뜨가 2018년 1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제빵 기사 등 노동자 5300여 명에 대한 불법 파견 과태료를 면제받고 처우 개선을 약속한 지 4년여 만이다. 2017년 고용노동부의 근로 감독 결과 불법 파견이 적발된 SPC는 가맹점 제빵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하지 않고 자회사 피비파트너즈를 설립해 고용하는 대신, 처우를 본사와 동일하게 개선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의 국정감사에서 SPC의 사회적 합의 이행 논란과 관련해 “합의 주체 간 생각이 다른 것으로 안다”며 “합리적인 해결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사회적 합의 이행이 완료됐다”고 주장하는 SPC 측과 “약속과 달리 처우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시민단체의 대립이 여전한 탓이다.
2017년 불법 파견이 적발된 SPC는 직접 고용 시정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아 162억 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노사간 첨예한 대립에 국회가 직접 나서 사회적 합의를 체결했다. 사회적 합의 덕분에 SPC는 162억 원의 과태료를 면제 받았다. 그러나 최근 국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SPC가 약속한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4일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과 시민단체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은 파리크라상 임금자료 비교 분석 결과를 발표하며 합의 3년 안에 본사(파리크라상)와 자회사(피비파트너즈) 임금을 동일하게 맞추겠다는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파리바게뜨 측이 그간 국회와 법원에 사회적 합의를 이행했다며 제출했던 자료가 모두 거짓이었다”며 “피비바트너즈 임금이 근속별 평균 101.2%로 본사 수준을 넘어섰다는 회사의 주장은 심각한 왜곡”이라고 주장했다.
공동행동 등의 주장에 따르면 사회적 합의의 핵심 조항인 임금과 복지 부분에서 전혀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들이 제시한 임금 자료에 따르면 피비파트너즈 직원의 임금 수준은 본사인 파리크라상 직원 대비 80% 수준이다. 근속 연차가 올라갈수록 임금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근속 4년 차의 경우 2020년 78.7%에서 2022년에는 85.2%로 소폭 상승했다. 근속 14년 차의 경우 2021년 78.4%, 2022년 81.9%로 집계됐다. 통상임금과 상여금을 더한 합계액 기준 임금 격차는 근속 4년 차를 기준으로 2021년 연간 550만 원, 2022년 연간 520만 원이었다. 근속 14년 차의 경우 본사에 비해 2021년 1000만 원, 2022년 900만 원을 덜 받았다.
반면 SPC 측은 “법적인 임금 교섭권을 가진 교섭대표 노조가 사회적 합의 이행을 인정했다”며 “공동행동 측이 제시한 사례는 비교 대상과 임금항목 기준이 자의적으로 설정돼 객관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국회에서 SPC의 사회적 합의 불이행에 대한 지적이 나온 날, 법원에서는 SPC그룹의 사회적 합의 이행을 인정하는 결정이 나왔다. 파리크라상이 화섬노조와 파리바게뜨지회 등을 상대로 낸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된 것.
재판부는 파리바게뜨가 사회적 합의를 일정 수준 이행했다고 판단, 화섬노조가 시위에 사용 중인 ‘합의 미이행’ 등 문구의 사용을 금지했다. 재판부는 “채권자(파리크라상)가 제출한 임금 내역 등 관련 자료 등을 종합해보면, 채권자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자회사 피비파트너즈로 하여금 제조기사를 직접 고용하게 했고, 그들의 임금도 채권자 소속 근로자들의 임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지급하기 위해 유의미한 노력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파리바게뜨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위원회’에 대해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를 검증했다는 주체인 검증위원회는 채무자(화섬노조 등)들을 지지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것으로 보이고, 검증 과정에 채권자 측이 참여해 입장을 표명하거나 관련 소명자료를 제출한 사정도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여 검증위원회의 검증 결과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같은 법원의 판단으로 SPC그룹의 ‘사회적 합의’ 이행 논란은 임금 격차 진실공방으로 번질 조짐이다. 법원의 가처분 일부 인용에 대해 화섬노조는 “노조가 입수한 파리크라상 노동자 급여내역서 분석 결과, 자회사(피비파트너즈) 소속 노동자와 본사(파리크라상) 소속 노동자의 임금 격차는 2017년 불법파견 적발 당시 회사가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의견서의 격차 평균 83%와 비교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며 “법원은 본사와 자회사 노동자 사이의 차별을 방치하는 것을 넘어 합의를 이행하라는 말조차 못하게 함으로써 불법을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다정 기자
yeopo@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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