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전 소중하니까요” 또는 “우린 소중하잖아요”와 같은 일반적인 구호 또는 슬로건이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을까?
상표가 등록되려면 식별력이 존재하되, 같거나 또는 유사한 상표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선행하는 동일‧유사 상표가 존재한다는 것은 등록받고자 하는 상표의 표장 및 상품과 동일 유사한 범위 내에서 먼저 출원됐거나 먼저 출원돼 등록 중인 타인의 상표가 존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경우 나중에 출원된 상표는 선행하는 상표와 오인 혼동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상표 등록이 불허된다.
상표로서 식별력이란 자기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구별하게 해주는 힘을 의미한다. 특정인에게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주는 것이 공익상 적합한지 여부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식별력 없는 표장에는 본질적으로 상품의 출처표시기능을 할 수 없는 것뿐만 아니라, 경쟁업자간의 자유로운 사용을 위하여 또는 특정인에게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를 포함한다.
상표법에서는 식별력 없는 표장을 법 제33조 제1항 각호에서 정하고 있다. 제1호 보통명칭, 제2호 관용표장, 제3호 성질표시표장 등은 상품과 관련해 식별력 유무를 판단하고, 제4호 현저한 지리적 명칭, 제5호 흔한 성이나 명칭, 제6호 간단하고 흔한 표장인 경우 등은 상품과 무관하게 특정인에게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공익상 부당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여부로 상표의 식별력을 판단하게 된다.
지정상품과 관련된 상표는 식별력 정도에 따라 보통명칭 표장, 기술적 표장, 암시적 표장, 임의선택 표장, 조어(창작) 표장으로 구분될 수 있다. 여기서 보통명칭 표장이나 기술적 표장은 식별력이 없어 등록이 불허되지만 암시적 표장, 임의선택 표장, 조어 표장 등은 상표 등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캔디라는 상품의 상표로 ‘Candy’는 캔디를 일반적으로 호칭하는 보통명칭 표장, ‘Sweet’은 캔디의 맛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기술적 표장으로서 등록이 불가하다. 하지만 캔디의 속성을 간접적으로 암시한 ‘Sweetarts’, 캔디와 무관한 용어를 상표로 선택한 ‘Baby’, 없던 용어를 창작해 상표로 사용한 ‘츄파춥스’는 식별력이 존재한다. 따라서 캔디라는 상품에 관하여 선행하는 동일 유사한 상표가 없다면 상표 등록이 가능한 것이다.
지정상품과 무관하게 특정인이게 상표권을 부여하는 것이 공익상 부당한 경우에 해당되는 것으로서 ‘서울’, ‘해운대’ 등은 현저한 지리적 명칭으로, ‘김노인’, ‘최박사’ 등은 흔한 성이나 명칭으로, ‘AB’, ‘가’ 등은 간단하고 흔한 표장으로 식별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전 소중하니까요” 또는 “우린 소중하잖아요”와 같은 일반적인 구호 또는 슬로건은 어떨까.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 로레알의 ‘Because I’m worth it!(전 소중하니까요)’는 화장품 광고는 물론이고 광고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카피 중 하나로 꼽힌다. 로레알은 1999년 이런 광고 카피를 한국의 특허청에 상표 출원해 등록받았다. 이후 2000년 아모레퍼시픽도 ‘칼라2중주, 우린 소중하잖아요’ 상표를 출원하여 등록받았는데, 로레알 측은 이 상표에 대한 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로레알의 ‘전 소중하니까요’ 자체에 식별력이 있게 된다면, 아모레퍼시픽의 ‘우린 소중하잖아요’와 유사하다고 판단되어 아모레퍼시픽의 상표의 등록이 무효로 소멸할 것이고, 식별력이 없다고 판단된다면 로레알의 상표와 아모레퍼시픽의 상표가 서로 유사하지 않은 상표로서 아모레퍼시픽의 상표가 무효로 소멸되지 않게 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전 소중하니까요’와 ‘우린 소중하잖아요’ 부분은 상품의 출처를 표기하고 있다기보다는 상품 구매를 권유하는 압축된 설명문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고 공익상 어느 한 사람에게 독점시키는 것 또한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로 식별력을 부정함으로써 아모레퍼시픽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로레알은 아모레퍼시픽의 상표를 결국 소멸시키는데 성공했다. 그것은 양 상표가 서로 유사해서가 아니라 아모레퍼시픽이 상표 등록 후 한 번도 제품에 해당 상표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로레알의 불사용취소심판으로 아모레퍼시픽의 상표는 취소됐다.
이와 같이 일반적인 구호나 슬로건 등에 관해서는 상표법의 목적이나 취지상 특정인에게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 경우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7호에 의거 그 식별력을 부정하면서 상표등록을 불허하고 있다.
다만, 일반적인 구호나 슬로건이라고 해서 무조건 식별력을 부정하고 상표 등록을 불허하는 것은 타당치 않아 보인다. 현재는 문자나 로고 상표 이외에도 입체상표, 색채 상표뿐만 아니라 나아가 소리, 냄새 상표 및 그 밖의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없는 상표에 관해서도 상표법에서 상표로 인정하고 있다. 즉, 출처표시기능을 할 수 있다면 형태에 무관하게 상표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호나 슬로건이라고 할지라도 다수에 의해 사용돼야 하는 공익상의 요청이 강하지 않는 이상 상표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서 상표 등록을 허용해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그것이 상표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야 하는 상표법 기본 취지에 부응하는 것이겠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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