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투자자들이 항상 궁금해하는 것은 언제 어떤 곳에 투자해 차익실현을 해야 하느냐다. 사실 필자도 늘 궁금한 부분이고, 가장 어려운 지점이다. 요즘에는 장이 쉽지 않다 보니, 특히나 매수보다는 언제 팔아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코스피는 2년 2개월 만에 장중 2200선이 붕괴하고, 코스닥도 700선이 깨졌다. 원·달러 환율은 1430원을 돌파했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1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렇게 금융시장이 흔들리는데 시장의 추세를 반전시킬만한 호재를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오히려 변수들만 더 늘어났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연방준비제도 따라 하기 긴축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영국의 대규모 감세 정책, 이탈리아 극우정권 집권, 유럽 에너지 위기 등 악재만 첩첩산중이다.
그런데 옆 나라 일본은 다른 국가들과 상황이 좀 다르다. 코스피가 올해 들어 25% 이상 하락하고, 미국 다우지수도 19% 이상 떨어졌지만, 일본 닛케이지수 하락률은 올해 7%대에 그쳤다. 상대적으로 주식시장이 버틸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엔화 약세, 확장적 통화정책, 경제 펀더멘털 등이 거론된다. 최보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 통화정책 방향성, 코로나19 회복 속도, 매크로 지표 등에서 다른 국가와 차별화를 보이는 국가”라며 “그런 만큼 인플레이션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커지는 다른 국가들 대비 정책 모멘텀이 크게 반영될 수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최 연구원은 "현시점에서는 환율과 대외 불확실성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일본 정책 수혜가 크게 반영될 것으로 기대되는 내수주 위주의 대응이 유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에서는 지난달 중순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하고 있다. 다음 달 11일부터는 외국인 개인 여행이 허용되고, 무비자 입국 제한도 사라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이에 발맞춰 ‘전국 여행 지원’ 기간을 두고 관광업 지원 정책을 펼칠 예정이다. 최 연구원은 “정책 수혜 기대감이 큰 업체들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에는 조정이 나타난 만큼 신규 진입 부담도 완화됐다”며 철도, 백화점 등의 기업들을 꼽았다.
다른 증권사에서도 악재가 계속되는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의 투자 선택이 될 수 있는 국가를 제시했는데, 경제와 주식시장 관점에서 일본을 꼽았다. 다른 국가와 다르게 자산 가격과 물가 부담이 낮은 것이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짚었다. 최광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의 원인이 완화적 통화정책에 있다면 경기 반등의 이유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수 있는 저물가와 낮은 자산 가격 상승률에 있다”고 말했다.
발 빠른 투자자들에게는 이미 ‘일본’은 괜찮은 투자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8월중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엔화 예금은 2억 6000만 달러 늘어난 57억 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엔화 약세가 장기화하면서 엔화에 투자하거나 일본 주식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엔화에 쉽게 투자하는 방법은 은행의 엔화 예금, 증권사 전신환, 일본 주식, 엔화 ETF에 투자하는 것이다. 엔화 예금은 달러 예금과 달리, 이자가 없고, 환차익만을 목표로 하므로 기대만큼 수익을 내기 어렵다. 증권사의 전신환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일본 주식을 사고팔려면 증권사에서 환전한 뒤, 거래를 해야 한다. 증권사에서는 환전 수수료를 우대해주기 때문에 오히려 이를 이용해 현금으로 환전하지 않고, 증권사 계좌에만 넣어뒀다가 차익을 내는 방법이다. 또 일본 주식에도 투자할 수 있는데, 100주 단위로만 매수할 수 있어 부담스러운 투자자들은 엔화 투자하는 상품인 '엔선물ETF'에 투자하면 된다. 엔화 선물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일본엔선물’만이 유일하다.
엔화 가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역사적으로 엔화 가치가 낮아진 만큼 엔화 평가 절하 속도는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다들 엔화에 대한 전망 뒤, ‘다만’을 붙인다. 다만, 앞에 놓여있는 변수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글로벌 매크로 불확실성이 지속돼 달러 강세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엔화 약세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보원 연구원은 “기시다 총리가 자민당-통일교 관계 부각으로 낮아진 지지율 회복을 위해 내부 결속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통화정책의 급격한 방향성 전환에 대한 우려가 완화된 점도 엔화 강세 압력을 더디게 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기준으로 방일 외국인 지출 규모는 쇼핑, 숙박비, 음식비, 교통비 순이었다. 주로 쇼핑을 하는 장소는 편의점, 공항면세점, 드러그스토어, 슈퍼마켓 등이었고, 주요 지출 항목은 과자, 화장품, 음식료, 의류 등이다. 이런 업종의 기업에 주목할만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여전히 투자하기 망설여진다면 우선 일본 여행이라도 떠나보자. 엔저로 여행하기 좋은 환경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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